배우 주연우가 ‘보물섬’을 끝마친 소감을 전했다.
최근 OSEN 사무실에서는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에서 천구호 역으로 분한 배우 주연우의 종영인터뷰가 진행됐다. ‘보물섬’은 2조원의 정치 비자금을 해킹한 서동주(박형식 분)가 자신을 죽인 절대 악과 그 세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인생 풀베팅 복수극이다.
사전제작으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촬영을 진행했던 ‘보물섬’은 지난 12일 마지막회를 방영하며 16부작의 막을 내렸다. 주연우는 “막상 방송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나니까 ‘아 그래도 무탈하게 잘 끝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며 “많은 시청자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천구호라는 인물도 많이 알아봐 주셔서 다시한 번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디션을 통해 ‘보물섬’에 함께하게 됐다는 주연우는 “원래 배원배(이유준 분)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고 밝혀 반전을 안겼다. 그는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고려 거란 전쟁’ 때 함께했던 분장 실장님한테 ‘제가 오디션을 보러 가는데 이 작품 꼭 가져와야한다’고 부탁해서 사극 수염을 붙였다. 오디션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파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감독님 방에 들어갔을 때 감독님도 많이 놀라셨다. 배원배 역할의 인물 소개에 털북숭이라는 설정이 있어서 저라는 사람에게서 털북숭이 느낌은 이런 거라고 설명드리고 싶었다. 그 열정에 감동하셨는지 천구호라는 역할을 저에게 주셨다. 굉장히 어려운 역할인데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당시 TVING ‘스터디그룹’을 끝마치고 정해진 차기작이 없었다는 그는 “오디션에 합격한 게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오디션을 볼 때 항상 붙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그 결과 주연우는 ‘보물섬’에서 염장선(허준호 분)의 비서이자 경호원 천구호 역으로 서동주의 뒤를 쫓으며 극의 긴장감을 이끄는 한 축으로 활약을 펼쳤다. 주연우는 “솔직히 저한테 굉장히 도전이었고 인물과 소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존에는 표현하는 인물들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표현보다는 삼켜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 삼킴이 그냥 삼킴이 아닌 그 안에서도 무언가가 흐르고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무언가를 계속 찾으려고 소통을 시도했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천구호는 우직하고 진중한 심복 캐릭터 특성상 감정 표현의 폭이 크지 않았다. 그런만큼 연기하는 데 있어 더욱 섬세함이 필요했을 터. 이에 주연우는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한계적인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미묘한 차이지만 염장선 선생님 외의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관계성에 집중하려 했다. 선생님을 바라볼 때 눈빛, 다른 사람에 대한 경계심, 일을 처리할 때 진중함과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많이 연습했다”며 “그게 화면에서 보여졌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끈을 놓지 않고 임했던 생각이 난다”고 디테일을 전했다.
주연우에게 있어서 천구호는 ‘고려 거란 전쟁’이나 ‘스터디그룹’과는 달리 분장이라는 도구 없이 가장 본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도 옆머리를 다 밀었다. 머리도 어쩌면 약간 분장이지 않았을까 싶다”며 웃은 그는 “탈색이나 갑옷 이런 거 하나 없이 온전히 내추럴하게 이어폰을 낀 저의 모습이었다”고 돌이켜 봤다.
그는 “아무래도 저는 진지한 생각을 하고 무표정으로 있었을 때 순해 보인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기분나빠?’, ‘화났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저는 화난게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런 점에 있어서 외적인 부분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저는 그 안에서도 조금 더 선한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사람 냄새나는 부분이 분명 있었던 것 같고, 그게 선생님을 바라볼 때 드러났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다 옳고 ‘우리 선생님 대단하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출신의 경호원이라는 설정인 만큼 다부진 체격 역시 천구호와의 싱크로율을 높였다. 원래부터 헬스가 취미였다고 밝힌 주연우는 “천구호 역할을 받았을 때 허준호 선배님도 체격이 크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선배님 앞에 섰을 때 저도 더 좋은 체격으로 조금이라도 좋은 앙상블을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에 조금 더 헬스로 몸을 키우는데 열중했다”며 “의상팀에서 준비해준 의상들도 너무 잘 맞았다. 분장팀의 분장과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세련된 천구호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외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천구호와 염장선의 관계성이다. 천구호는 염장선의 지시라면 어떤 것이든 따랐고, 관리자(성노진 분)나 조양춘(김기무 분)과는 달리 마지막까지 염장선을 배신하지 않고 신의를 지켰다. 주연우는 “저는 천구호가 염장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정을 잡았다. ‘대의를 위해 하는 행동’이라는 대사도 그렇고 선생님은 나라를 위해 움직였던 분이었지 않나. 그래서 천구호로서 ‘선생님이 움직이는 방향은 희생은 필요하지만 나라가 발전 할 수 있다면 따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염장선 선생님이 저를 선택해 준 것이지 않나. 배우도 오디션에서 선택을 받으면 감독님이 선택해 준 만큼 보답을 해야 하듯 염장선이 ‘나라 사랑을 찐하게 하자’고 선택해 주셨고, 2조원의 스위스 계좌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는 걸 봤을 때 (천구호에 대한 염장선의)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유추를 하면서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충성심 강한 인물,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한 희생 정신에 가까운 인물을 만들어 갔다”고 밝혔다.

다만 충성심에 비해 천구호의 임무 완수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초반부터 서동주에게 스위스 계좌를 해킹당하는가 하면, 끝내 그를 죽이지도 2조원의 비자금을 되찾아오지도 못했다. 다소 부족했던 활약이 아쉽지는 않았는지 묻자 주연우는 “솔직히 무언가 있었으면 좋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느 순간 이건 저의 개인적인 욕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끝난 천구호도 계속 여운이 남지 않나. 언젠가 염장선 선생님을 찾아갈 것 같은 담백한 면을 작품이 끝나고 나서 느끼게 됐다”고 또 다른 깨달음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이 같은 실수에도 염장선이 천구호를 내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주연우는 “저도 아직 선배님 대 어른들의 마음을 경험하지 못했지 않나. 사실 실패하면서 ‘이 정도면 잘려야 하는데. 안 잘리고 계속 데리고 계시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개인적으로 ‘어쩌면 숨겨진 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하고 혼자 타당성을 찾아가기도 했다”며 “그래도 저는 항상 임무를 성공하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몇 번 성공도 했다. 서동주를 잡았는데 놓쳤고, 관리자도 죽였는데 살아났고. 실패와 성공을 ‘단짠단짠’으로 했다고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복수극은 장르적 특성상 주인공 만큼이나 악역들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 주인공과 악역의 대립이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요소인데다, 악역의 연기가 몰입감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얼마만큼 이끌어내는지에 따라 극 전체의 분위기가 좌지우지되기 때문.
그런 점에서 ‘보물섬’에서 최종빌런인 염장선의 오른팔로서 직접적으로 서동주와 추격전을 벌이는 천구호 역할에는 적지 않은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주연우는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역할이 저한테 오랜 시간 소통이 필요했고, 스스로한테 할 수 있다고 응원했다. 자칫 천구호의 밀도가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선생님의 그림까지 피해를 끼칠거라고 생각해서 계속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프로페셔널하게 보일까 고민한 결과, 추격할 때 급하지 않고 서서히 조여가는 모습을 그려내려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을 묻자 주연우는 “제 연기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방송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면서 연구했던 게 반영됐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칭찬해줬던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눈빛들이 보여서 스스로를 칭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상에서 그런 눈빛이 있으면 안 되죠”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평소 시청자들의 반응을 찾아보는 편이라는 그는 기억에 남는 반응에 대해 “구호가 매일 실패를 해서 ‘쟤는 뭐 하는 애냐’라는 반응도 있지만,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 몇 분 계신다. 그 분들이 처음에는 ‘구호가 그럴 리 없다’, ‘분명히 나중에 개과천선 할 거다’, ‘얼른 동주한테 용서 빌어라’라고 하시다가 나중에는 ‘구호야 벌 받자’라고 반응이 바뀌더라. 단계적으로 감정선을 표현하는 팬분들의 응원이 많이 도움이 됐고 힘을 얻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더군다나 ‘보물섬’은 주연우에게 있어 첫 화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출연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스터디그룹’도 중간에 들어갔고 ‘이두나!’에서는 많이 나오지 못했다. ‘고려 거란 전쟁’때는 중간에 죽었고, ‘어쩌다 마주친, 그대’랑 ‘운수 오진 날’에서도 죽었다. 제가 웬만하면 죽었는데, ‘보물섬’에서 처음으로 죽지않고 16화 도전에 성공했다”고 웃었다.
이어 “저도 이렇게 얘기하면서 생각해 봤을 때 어떻게 보면 ‘내가 승자였구나’ 싶다. 천구호는 잃은 게 없지 않나. 처음에는 6화까지만 대본이 나온 상태라 저도 언젠가 죽을 거라 생각했다. 안 좋은 행동을 하는 친구는 언젠가 응징을 받는다. 죽거나 같은 편이 되는데, 천구호는 안 죽고 저의 색을 유지하면서 끝났지 않나. 지금 다시 회상해 보면 구호가 승리자였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살았다’, ‘시즌2 갈 수 있다’는 소감을 전한 그는 시즌2 제작 여부에 대해 “저도 시즌2 나오면 너무 좋겠지만 아쉽게도 저는 그런 얘기는 못 들었다. 하지만 천구호는 살아 있기 때문에 저야 시즌2가 나온다면 천구호가 다시 움직일 생각에 설렌다. 그때는 꼭 (임무에) 성공할 것”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주연우는 “‘보물섬’에 들어가서 보물을 찾고 나왔다”고 돌이켜 봤다. 그는 “아무래도 어떤 외형적인 꾸밈없이 온전하게 제 모습으로 나왔기 때문에 길 가다가 몇 분이 알아봐 주셔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캐릭터 이름은 기억 못 하고 ‘보물섬 맞으시죠?’라고 하시더라. 너무 잘 보고 있다고 해 주셨는데, 그런 부분에서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 들더라. 책임감이 강해졌다”고 털어놨다.
‘보물섬’을 끝마친 주연우는 현재 차기작을 위해 계속 오디션을 보고 있는 중이다. “늘 스탠바이 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어떤 연기가 하고 싶은지 묻자 “시청자 분들과 진정성으로 소통했으면 좋겠다”는 신념을 전했다. 그러면서 “진한 느와르에서 희생정신으로 죽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죽어도 되는데, 꼭 희생이 있어야 한다. ‘너를 위해 목숨을 주겠다’ 하는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제가 개인적으로 영화 ‘대부’를 좋아한다. 그리고 제가 갖고 있는 외형이 느와르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진한 느와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표를 밝혀 기대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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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