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2006년 이후 최고의 개막 30경기를 보냈다. 암흑기 내내 스타트 라인부터 뒤처져 순위 싸움에서 밀렸지만 올해는 완전히 다르다.
한화는 지난 27일 대전 KT전을 4-3으로 승리하며 주말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이날까지 개막 30경기에서 17승13패(승률 .567)로 3위에 랭크됐다. 1위 LG(20승9패), 2위 삼성(17승12패)에 각각 3경기, 3.5경기 뒤진 3위로 여차하면 선두권 싸움에 뛰어들 태세다.
한화가 개막 30경기에서 17승 이상 거둔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2006년에는 첫 30경기에서 19승10패1무(승률 .655)로 1위 현대(20승10패)에 0.5경기 뒤진 2위로 선두 싸움을 펼쳤다. 2006년은 19세 ‘괴물 투수’ 류현진이 한화ㅔ 혜성처럼 등장한 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한국시리즈에 올라 준우승했다.
그 이후 한화가 개막 30경기에서 5할 이상 승률을 거둔 건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 2007년(15승14패1무 .517), 2008년(15승15패 .500), 2015년(16승14패 .533), 2018년(15승15패 .500) 4시즌만 승률 5할을 넘겼을 뿐, 나머지 14시즌은 5할 미만이었다. 한화의 암흑기와 일치하는 시기다.
특히 2010년(9승21패 .300), 2011년(9승20패1무 .310), 2012년(11승19패 .367), 2013년(8승21패1무 .276), 2014년(11승19패 .367), 2016년(8승22패 .267), 2020년(7승23패 .233), 2022년(11승19패 .367), 2023년(10승19패1무 .345)에는 2~3할대 승률에 그치며 일찌감치 꼴찌가 굳어질 만큼 출발이 나빴다. 2010년, 2012~2014년, 2020년, 2022년 6시즌은 최종 순위도 꼴찌였다.
지난해에는 개막 10경기에서 7연승 포함 8승2패로 구단 역대 최고 스타트를 끊으며 깜짝 1위에 올랐지만 반짝 돌풍으로 끝났다. 이후 20경기에서 4승16패로 급추락하며 순식간에 승패 마진 플러스를 까먹었다. 30경기에서 12승18패, 4할 승률로 순위가 8위까지 떨어졌다. 결국 최종 순위도 8위, 용두사미 시즌으로 끝났다.

올해는 반대 흐름으로 가고 있다. 극심한 타선 침체로 개막 10경기 만에 10위로 떨어졌고, 14경기를 치르기까지 4승10패로 승패 마진이 -6까지 밀렸다. 하지만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을 기점으로 최근 16경기에서 13승3패로 대폭등하며 V자 반등을 이뤘다. 순식간에 -6을 극복하며 +4로 전환했다. 순위도 한때 2위까지 오르며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와 달리 반짝 기세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난 13일 대전 키움전부터 23일 사직 롯데전까지 구단 최초 8경기 연속 선발승 기록을 쓸 정도로 로테이션이 잘 돌아갔다. 선발 평균자책점 3위(3.40), 평균 이닝 2위(5⅓)로 양과 질에서 선발 야구가 이뤄지고 있다. 역대급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가 1선발로 자리잡았고, 문동주가 최강 5선발로 매치업 우위를 점한다. 8연승 기간도 있었지만 선발들이 긴 이닝을 끌어주고, 김경문 감독의 관리가 동반되면서 불펜 소모가 크지 않은 것도 장기 레이스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시즌 첫 16경기까지 1할대(.197)였던 팀 타율도 사이클이 올라오면서 현재 8위(.239)로 바닥을 벗어났다. 팀 OPS는 7위(.680)로 리그 평균을 밑돌지만 시즌 극초반 역대급 슬럼프에선 탈피했다. 4번 타자 노시환이 9홈런 23타점으로 2개 부문에서 전부 공동 2위 오르며 확실히 반등했다. 무엇보다 팀 도루 공동 1위(29개)로 김경문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야구가 팀에 완전히 이식되면서 짜내기 야구도 가능해졌다. 이제는 박빙의 승부에서 1점을 내고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김경문 감독은 “(승패 마진) -6까지 갔었는데 선수들이 분발해서 5할 이상을 하고 있다. 지금 이 플러스를 잘 유지해가야 한다”며 “이제부터 만나는 팀들을 상대로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KT전은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잘 넘어갔지만 내달 5일 월요일 어린이날로 인해 29일부터 시작되는 9연전이 변수다. 9연전 자체도 힘든데 대전 LG전, 광주 KIA전, 대전 삼성전으로 현재 1~2위 팀들과 지난해 우승팀을 모두 만나는 매치업이 험난하다. 그야말로 ‘공포의 9연전’이다.
한화가 강해진 건 확실한데 진짜로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다. 여기서 5할 이상 승률을 한다면 더 높은 곳도 바라볼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세게 붙을 생각인 것 같다. 9연전 중간에 대체 선발을 검토 중인 팀들이 있지만 한화는 기존 5인 선발들을 그대로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김경문 감독은 “9연전이 정말 쉽지 않은 일정”이라면서도 “(지난 22일 롯데전에) 비가 와서 선발들이 하루씩 늦춰서 던졌다. (일정이) 타이트하지 않았다. (9연전) 경기를 하며 상황에 맞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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