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엑소더스'의 시작일까. '캡틴' 손흥민(33)을 보좌하는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27)가 아직 이적시장도 열리지 않았지만,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제안을 수락했다는 소식이다.
스페인 '렐레보'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아틀레티코는 이미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목표는 로메로를 영입해 수비진을 강화하는 거다. 토트넘이 그의 이적료로 매우 높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쉬운 거래는 아니지만, 로메로는 이미 마드리드 클럽에 수락 의사를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로메로는 두 클럽 간의 접촉이 긍정적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예정이다. 그는 다가오는 토트넘 경기에만 전념하고 있지만,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밑에서 뛰는 데 아주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틀레티코는 로메로 영입에 실패할 시에 대비해 다음 계획도 세워놨다. 발렌시아에서 뛰고 있는 2004년생 센터백 크리스티안 모스케라도 노리고 있는 것.
렐레보는 "아틀레티코는 로메로와 영입 협상을 펼치는 동시에 모스케라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둘은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 모스케라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아틀레티코는 조건이 맞다면 그를 선수단에 추가하고 싶어 한다. 그 역시 이적에 전적으로 열려 있으며 스페인에 남길 선호한다. 접촉은 이미 시작됐다. 로메로가 우선 순위지만, 모스케라도 목록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신력 높은 마테오 모레토 기자의 보도인 만큼 스페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문도 데포르티보'는 "로메로가 이미 자신들과 함께하자는 아틀레티코의 제안에 'OK 사인'을 보냈다. 물론 이적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선수가 이적을 간절히 원하는 만큼 사실상 아틀레티코행에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짚었다.
아틀레티코는 올 시즌 아쉽게 우승 경쟁에서 미끄러졌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라리가 단독 1위를 질주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지만, 지금은 3위로 떨어졌다. 선두 바르셀로나와 승점 차는 10점이나 되기에 사실상 3위 자리를 지키는 게 목표가 됐다.
아틀레티코는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지갑을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중앙 수비 보강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베테랑 수비수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와 헤이닐두, 악셀 비첼 등 스리백에서 뛸 수 있는 수비수들과 계약이 만료되고 주축 센터백 클레망 랑글레와 임대 계약도 끝나기 때문.
시메오네 감독은 로메로를 점찍었다. 그는 로메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틀레티코로 넘어오라고 설득했다. 결국 로메로도 아르헨티나 대표팀 동료들도 많은 데다가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는 아틀레티코 이적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로메로는 이미 토트넘에서 마음이 뜬 모양새다. 그는 지난해 12월 토트넘이 투자 부족으로 다른 PL 팀들에 뒤처지고 있다고 작심발언을 날렸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부상을 빠르게 치료하지 못한 토트넘 의료진을 저격하며 아르헨티나 대표팀 의료진에게만 감사를 표하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토트넘 팬들과도 사이가 멀어졌다. 로메로는 지난 13일 울버햄튼 원더러스전에서 부상으로 빠진 손흥민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뛰었다. 하지만 그는 치명적 실수로 실점을 헌납하며 토트넘의 2-4 패배를 막지 못했고, 경기장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자 로메로는 경기 후 원정 응원 온 팬들에게 인사도 없이 곧장 라커룸으로 들어가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최근 로메로는 이적 힌트로 풀이될 수 있는 발언을 직접 남기기도 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TyC 스포르트'와 인터뷰 도중 "여러 가지 상황에 달려 있다. 시즌이 끝난 뒤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솔직히 아직 에이전트와도 얘기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이든 열려 있다. 난 항상 성장하고 싶고, 계속 발전하기 위해 새로운 곳에 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로메로는 어떤 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냐는 질문에 "난 아직 스페인에서 뛰어본 적 없다. 솔직히 라리가에서 정말 뛰어보고 싶다"라며 아틀레티코 이적설에 기름을 부었다. 전체적으로 이번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 인연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들리는 인터뷰 내용. 토트넘 팬들은 경솔한 발언이었다며 또 한 번 그를 비판했다.

로메로와 토트넘의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다. 시즌이 끝나면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 토트넘으로서도 큰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올여름 그를 떠나보낼지 혹은 끝까지 지키려 노력할지 선택해야 할 기로다.
당연히 토트넘은 핵심 자원인 로메로를 쉽게 놓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팀 내 최고 대우를 제안해서라도 재계약을 맺으려 노력하고 있다. 로메로가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점은 문제지만, 경기장 위에서 보여주는 단단한 수비력과 넓은 수비 범위, 빠른 속도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로메로는 이적을 원하고 있는 상황. 결국 관건은 아틀레티코가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다. 현재 토트넘은 로메로의 몸값으로 8000만 유로(약 1307억 원)를 책정했지만, 아틀레티코는 많아도 5000만 유로(약 817억 원) 정도를 제시할 생각으로 알려졌다. 양 측의 의견 차이가 큰 만큼 쉽지 않은 협상이 예상된다.
한편 토트넘은 로메로뿐만 아니라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이적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장 손흥민도 미래가 불투명한 데다가 또 다른 부주장인 제임스 매디슨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불화로 이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데얀 쿨루셉스키도 이적설이 끊이지 않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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