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 선배들도 공개 비판에 나섰다. 안토니오 뤼디거(32,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장에서 보여준 추태로 자국에서도 욕을 먹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27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 에스타디오 데 라 카르투하에서 열린 2024-2025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바르셀로나에 2-3으로 패하며 우승을 놓쳤다.
경기 후 뤼디거의 행동이 논란을 샀다.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한 그는 111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뒤 교체됐다. 평소에도 기행으로 유명한 뤼디거는 벤치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뤼디거는 연장전 종료 직전 팀이 얻어낸 페널티킥이 비디오 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로 번복되자 격분했다. 그는 아이스팩을 심판 쪽으로 던졌고, 다행히 맞히지는 않았지만 심판으로부터 즉시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러자 뤼디거는 분노를 참지 못했고, 눈을 부라리며 심판에게 달려들려 했다. 레알 마드리드 코칭스태프가 간신히 그를 말렸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역시 벤치에서 뛰쳐나와 심판에게 항의하는 동작을 취했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뤼디거와 비니시우스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퇴장당했다. 팀 동료들이 직접 말릴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뤼디거는 주심을 향해 욕설까지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방송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에 따르면 격분한 그는 독일어로 "Hurensohn(매춘부의 아들)", "Missgeburt(기형아)" 등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외쳐댔다.
사건이 커지자 뤼디거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과했다. 그는 "어젯밤 내 행동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심판에게도 정말 죄송하다"라며 대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미 뤼디거의 난동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알려진 뒤였다.
중징계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영국 'BBC'는 스페인 왕립 축구연맹(RFEF) 규정에 따르면 뤼디거에게 4경기에서 12경기에 달하는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만약 뤼디거의 행동이 더 심각했다고 판단하면 징계 기간이 최대 6개월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심지어 '심각한 위험'으로 간주할 시 출장 정지 기간은 1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1993년생인 뤼디거의 나이를 고려할 때 1년 동안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면 선수 생활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독일 내에서도 여론은 최악이다. 독일 대표팀 레전드 디디 하만은 "대표팀 주장급 선수라면 팀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그는 "6월 열리는 네이션스리그 파이널에서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같은 강호와 싸워야 한다. 수비 리더 뤼디거가 빠지면 타격이 크겠지만, 원칙을 버릴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설 로타어 마테우스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독설가로 유명한 그는 '스카이 스포츠' 칼럼을 통해 뤼디거를 '상습법'이라고 부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이런 모습은 이전에 본 적도 없다. 그는 여러 차례 상대를 도발해 왔지만, 바르셀로나전에선 선을 넘었다"라고 꼬집었다.

독일 대표팀 내 징계도 요구했다. 마테우스는 "난 뤼디거의 행동이 독일 대표팀에서도 후속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얼마나 팀에서 가치 있는 선수인지와 관계없이 말이다"라며 "단순히 대화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뤼디거가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있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이 요구된다. 그는 부주장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축구에는 실력 말고도 지켜야 할 가치들이 있고, 뤼디거는 그걸 짓밟았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실제로 독일 축구협회는 내부적으로 뤼디거의 행동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디 푈러 단장도 "국가대표 선수로서 행동으로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라고 공개 비판했다. 뤼디거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과 푈러 단장에게도 따로 사과했지만, 징계를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테우스의 지적대로 뤼디거의 돌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도 관중을 향해 '목을 베는' 제스처를 취해 논란이 됐다.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은 뤼디거에게 4만 유로(약 6,570만 원) 벌금과 1경기 출전정지 유예 징계를 내렸다.
게다가 뤼디거는 지난달 아스날과 UEFA 챔피언스리그 맞대결에서 넘어진 상대 선수 복부를 밟고 지나가며 논란을 빚었다. 그는 경합 도중 넘어진 2006년생 수비수 마일스 루이스스켈리를 피하지 않고 밟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뤼디거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일본전에서 이른바 '타조 스텝'으로 상대를 조롱하듯 달리다가 패하며 비웃음을 샀다. 게다가 그는 레알 마드리드 훈련장에서 구단 킷 매니저 뺨을 연달아 치는 모습이 포착돼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편 뤼디거는 내달 11일 열리는 바르셀로나와 라리가 '엘클라시코'에도 뛸 수 없을 전망이다. 올 시즌 라리가 우승 향방이 걸린 경기지만, 이성을 잃은 대가로 출전 정지 징계가 유력하다. 우승을 앗아간 바르셀로나에 가장 큰 복수를 할 기회조차 잃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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