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또 졌다. 운명의 9연전에서 그나마 가장 해볼 만한 상대를 홈으로 불러들였지만, 2경기 만에 위닝시리즈가 물 건너갔다. 오는 주말과 어린이날 선두권에 있는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어 남은 7경기 난항이 예상된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5차전에서 3-8 완패를 당했다.
난세에서 구세주가 돼야 할 에이스 콜어빈이 1회부터 흔들렸다. 선두타자 김민혁을 시작으로 황재균, 안현민, 멜 로하스 주니어 상대 4타자 연속 안타를 헌납하며 순식간에 2점을 내줬다. 이어진 무사 1, 3루에서 장성우를 병살타로 막았지만, 그 사이 3루주자 안현민에게 홈을 내줬다.
2회초도 콜어빈답지 않았다. 선두타자 권동진을 1루수 내야안타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이후 배정대의 희생번트로 처한 1사 2루 득점권 위기에서 9번타자 장준원 상대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3회초 2사 1루, 4회초 1사 2루 위기를 극복하며 3회부터 6회까지 4이닝 연속 무실점에 성공한 콜어빈. 3-4로 근소하게 뒤진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으나 1사 후 장준원을 중전안타, 안치영을 왼 손등 사구로 내보내며 흔들렸고, 최지강에게 바통을 넘겼다.
최지강 투입은 대실패였다. 첫 타자 황재균을 만나 1타점 우전 적시타, 안현민 상대 1타점 내야땅볼, 로하스에게 2점홈런을 연달아 맞고 상대에 완전히 승기를 내줬다.
승계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은 콜어빈은 6⅓이닝 8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6실점 89구 부진 속 시즌 2패(4승)째를 당했다. 최근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이 중단됐고, 평균자책점은 1.98에서 2.95로 치솟았다.

타선은 페이스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5회까지 KT 에이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에게 3점을 뽑아냈다. 3회말 2사 1, 2루에서 터진 양의지의 1타점 2루타를 시작으로 5번 지명타자를 맡은 ‘헤이수스 킬러’ 김기연이 4회말 솔로홈런을 터트렸고, 5회말 1사 3루에서 제이크 케이브가 1타점 내야땅볼로 3-4 1점차 추격을 가했다.
하지만 후반부는 무기력 그 자체였다. 6회말 선두타자 김재환이 안타로 물꼬를 튼 가운데 1루 대주자 조수행이 헤이수스에 도루를 간파 당해 1루와 2루 사이에서 런다운 아웃됐다. 7회말 선두타자 박준영의 볼넷은 후속타 불발에 빛을 보지 못했고, 8회말 양의지, 김기연이 안타로 차린 2사 1, 2루 밥상을 양석환이 중견수 뜬공으로 엎어버렸다. 그 전에 3회말 2사 2, 3루에서 나온 김재환의 초구 2루수 뜬공 아웃도 뼈아팠다.

두산은 이날 완패로 시즌 12승 18패가 되며 승패마진이 –6까지 벌어졌다. 지난 8일 5할 승률 도달 이후 5승 11패 내리막을 걸은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시간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를 꺾은 9위 NC 다이노스에 0.5경기 차 턱밑 추격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5월 1일 두산이 KT에 패하고, NC가 KIA를 꺾으면 순위가 바뀐다.
더 큰 문제는 두산의 9연전 고난의 매치로 꼽히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시리즈(5월 2일~4일)와 잠실 LG 트윈스 어린이날 시리즈(5월 5일~7일)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것이다. 선두권을 질주 중인 삼성, LG와 맞대결에 앞서 그나마 해볼 만한 상대로 꼽힌 KT 상대로 최소 2승이 필요했으나 역으로 2패를 당하면서 시리즈 스윕패 위기에 봉착했다.
5월의 첫날 분위기 반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남은 6연전은 더 큰 고난의 행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1일 승리가 절실한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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