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덕분에 버텼다” 고효준, 방출 아픔 딛고 42세 감동 복귀전…포효와 함께 기록도 갈아치웠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5.05.03 07: 10

“어떻게 보면 제겐 선물 같은 하루였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고효준이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지난해 10월 SSG 랜더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고효준은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타 구단의 부름을 기다렸다. 계투진 보강이 필요한 두산이 고효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고효준은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첫선을 보였다. 3-1로 앞선 8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고효준은 ⅔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 147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다.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 감독은 “볼 판정이 나왔지만 스트라이크 같은 볼이 많이 들어왔다. KBO리그에서 중간으로 충분히 뛸 수 있다는 걸 어제 한 경기로 증명했다. 팀이 어려운 시기인데 잘 왔다”고 고효준의 호투를 반겼다. 
8회 투구를 마친 뒤 포효하는 고효준을 두고 “그동안 얼마나 야구를 하고 싶었겠는가. 시즌 개막 후 팀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도 혼자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 선수 본인도 좋았겠지만 팀 입장에서도 아주 반갑다. 앞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친 고효준은 “많이 긴장한 날이었고 어떻게 보면 제겐 선물 같은 하루였다”며 “저도 던지면서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낄 정도였다”고 했다. 
팬들은 고효준에게 ‘포효준’이라는 애칭을 선사했다. 그는 “준비했던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온 거다.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린 것 같다”면서 “등판을 마친 뒤 감독님께서 ‘잘 던져줘서 고맙고 축하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삼성은 후라도, 두산은 잭로그를 선발로 내세웠다. 3회초 2사 1, 2루 두산 김재환이 역전 1타점 적시타 때 삼성 이승엽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2025.05.02 / ksl0919@osen.co.kr
이승엽 감독은 풍부한 경험을 갖춘 고효준이 젊은 투수들에게 좋은 본보기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고효준 또한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애들이 너무 착하다. 어떻게 보면 나쁜 남자가 돼야 한다. 마무리 (김)택연이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홈런을 허용할 수도 있다. 마무리 투수는 팀의 자존심이자 수호신 같은 존재다. 앞으로 잘할거라 생각한다. 저도 선배보다 형으로 다가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토록 바라던 마운드에 다시 서게 된 고효준은 “가족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홀로 훈련하면서 지루하거나 흔들릴 때도 있었다. 아내와 딸을 위해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묵묵하게 훈련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고효준은 42세 2개월 23일에 탈삼진과 함께 홀드를 수확하며 베어스 역대 최고령 등판, 홀드, 탈삼진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종전 최고령 등판과 탈삼진은 1996년 9월 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박철순(40세 5개월 23일), 최고령 홀드는 2022년 6월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이현승(38세 8개월 4일)이었다.  
이에 “제가 박철순 선배님의 대기록을 깼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야구 참 오래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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