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문현빈(21)이 문책성 교체를 당한 다음날 팀을 1위로 이끄는 활약을 펼쳤다. 본헤드 플레이를 했지만 다시 주어진 선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살렸다.
문현빈은 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벌어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 1회 선제 결승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한화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7연승 포함 21경기에서 18승3패를 거둔 한화는 22승13패(승률 .629)가 되며 이날 잠실 두산전을 패한 LG와 공동 1위에 등극했다. 개막 3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한화가 1위에 등극한 것은 2007년 6월2일 이후 18년 만이다. 일수로는 무려 6547일 만의 일이다.
문현빈 없이 설명할 수 없는 승리였다. 1회말 첫 타석부터 선제 솔로포로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삼성 선발 최원태를 맞아 1~2번 최인호와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연이어 3구 삼진을 당했지만 문현빈이 흐름을 바꿨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시속 140km 바깥쪽 커터를 밀어쳤고, 타구는 좌측 폴 아래 쪽을 맞고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홈런이 됐다. 시속 151.7km, 발사각 35.5도로 날아간 시즌 5호 홈런.
2-1로 앞선 8회말에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불펜 필승조 투수 백정현에게 좌중간 안타를 쳤다. 이번에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몸쪽 직구를 밀어쳐 안타를 만들었다. 대주자로 교체된 뒤 노시환과 채은성의 연속 안타가 터지면서 한화가 3-1로 달아나는 쐐기점의 발판이 됐다.

문현빈에겐 속죄의 날이기도 하다. 전날(4일) 광주 KIA전에서 본헤드 플레이로 문책성을 당했기 때문이다. 4회초 1사 후 몸에 맞는 볼로 1루에 출루한 문현빈은 노시환 타석 때 2구째 공을 받은 KIA 포수 김태군의 기습적인 견제에 걸렸다. 김태군은 투수에게 공을 돌려줄 듯 하다 1루로 던졌고, 공을 눈에서 떼고 방심한 문현빈은 1루수 패트릭 위즈덤의 태그에 걸려 허무하게 아웃됐다. 결국 이닝 종료 후 대수비 에스테반 플로리얼로 바뀌며 문책성 교체를 당했다.
5일 경기 전 김경문 한화 감독은 문현빈의 교체와 관련해 “프로 선수들도 인간이라 에러는 나오는데 초반에 (2회 채은성 포구 실책, 폭투로 인한 실점으로) 안 좋은 모습들이 나왔다. 세 번째는 감독이 참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며 “야구는 늘 볼이 움직이고, 눈에서 떼지 말라는 게 기본이다. 현빈이뿐만 아니라 우리 팀 전체 선수들에게 좋은 공부가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현빈을 3번 타자 좌익수로 그대로 라인업에 썼다. 김경문 감독은 “아직 어린 친구이고, 야구를 더 진지하게 배워야 한다”면서도 “그 정도 실수 안 하면서 크는 사람이 어디 있나. 선수 본인도 깜짝 놀랐을 텐데 따로 얘기할 건 없다”고 믿음을 보였다.

그 기대에 문현빈이 부응했다. 문현빈은 “교체된 후 제발 이겼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김태군이) 투수한테 공을 줄 것 같이 하셨는데 제가 너무나 안일했고, 반성도 많이 했다. 경기를 이겨서 엄청 많이 혼나진 않았는데 코치님들께서 ‘끝까지 보고 집중하라’고 하셨다. 한 번 더 깨우치는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전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독하게 이 악물고 이날 경기에 임했다. 경기 전 선발 라인업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문현빈은 “뭔가 이걸 좀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홈런 상황에 대해 “(최원태) 구위가 좋아 보여서 타이밍을 조금 더 빠르게 잡았다. 맞을 때 넘어갈 것 같긴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휘었다. 파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폴대에 맞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와 1위 등극은 어린이날이라 더욱 뜻깊었다. 어린이날 기념으로 한화 선수들은 각자 어린이 팬들의 이름이 새기진 꿈돌이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정다영’ 어린이의 이름을 달고 활약한 문현빈은 “어린이날에 팬분들이 많이 와주셨는데 이겨서 정말 기쁘게 한다. 제 유니폼에 있는 이름의 어린이가 오늘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