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타자 더" 103구 던졌는데 또 교체 거부…못 말리는 승부욕의 화신, 한화 공동 1위에 만족 못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5.06 04: 41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29)는 승부욕의 화신이다. 지난달 10일 대전 두산전에선 8회 2사 후 벤치를 향해 손을 내저으며 교체를 완강히 거부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에게 사과의 뜻을 표하기도 한 와이스는 마운드 위에서 경쟁심이 누구보다 크다. 
지난 5일 대전 삼성전도 마찬가지였다. 6회까지 94개의 공을 던진 와이스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구자욱을 헛스윙 삼진, 르윈 디아즈를 2루 땅볼 처리하며 투아웃을 잡았지만 투구수가 103구가 되자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한 달 전 두산전과 달리 양상문 코치는 심판으로부터 공을 받지 않은 채 올라갔고, 와이스의 투구 의사를 확인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와이스는 다음 타자 강민호를 4구째 시속 152km 직구로 2루 땅볼 잡고 7회 이닝을 직접 끝냈다. 한화의 3-1 승리를 이끈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투구로 시즌 5승(1패)째를 거둔 와이스는 평균자책점도 4.35에서 3.91로 낮췄다. 

한화 라이언 와이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라이언 와이스. /한화 이글스 제공

총 투구수 107구를 던진 와이스는 최고 시속 157km, 평균 152km 직구(50개), 스위퍼(36개) 중심으로 커브(15개), 체인지업(6개)을 구사했다. 6회 이성규에게 맞은 솔로 홈런을 빼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투. 하이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스위퍼에 삼성 타자들이 맥을 못 췄다. 
경기에 대한 몰입도도 엄청났다. 5회 1사에 들어선 강민호가 초구를 보기 전 타임을 요청했다. 와이스가 투구 동작에 들어가기 전 미리 가슴을 두드리면서 타임을 알렸다. 하지만 얼마나 집중했는지 와이스는 강민호의 타임을 못 보고 투구 동작을 이어가다 뒤늦게 멈췄다. 강민호가 웃으며 양해를 구했고, 와이스는 리듬이 깨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투구를 이어갔다. 
한화 라이언 와이스. /한화 이글스 제공
경기 후 와이스는 “또 이겨서 기쁘다. 삼성은 정말 좋은 팀인데 지난번 우리가 루징시리즈를 당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우리가 위닝시리즈를 했으면 좋겠다”며 “내가 낮 경기에 부진했던 것은 잘 몰랐고, 또 하나의 경기였다. (어린이날) 특별한 날이었는데 동료 선수들의 아이들도 야구장에 많이 왔다. 최선을 다해 팀에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7회 양상문 코치의 마운드 방문 상황에 대해선 “코치님이 올라와 몸 상태가 어떤지 먼저 물었다. 그때 투구수가 103구였는데 코치님이 다음 타자도 상대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고, 난 그렇다고 했다.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에 이닝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와이스의 승부욕이 가장 불타오른 순간은 5회 첫 타자 디아즈를 상대할 때였다. 무려 13구까지 가는 긴 승부. 풀카운트에서 디아즈가 6연속 파울 커트로 물고 늘어졌지만 와이스는 13구째 백도어 스위퍼로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한화 라이언 와이스(오른쪽)가 5일 대전 삼성전 7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온 양상문 투수코치와 대화를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10구 이상 긴 승부가 삼진으로 끝나는 경우는 잘 없다. 타자가 끈질기게 커트를 하면 투수가 말리기 마련인데 와이스는 기어이 주무기 스위퍼로 삼진을 잡아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승부였다. 13구면 한 이닝을 끝낼 수 있는 투구수다. 디아즈는 올해 홈런 12개를 기록한 정말 좋은 타자이고 나 역시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 스스로 계속 집중하며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고, 운 좋게 이길 수 있었다”고 디아즈도 리스펙했다. 
와이스의 승부욕은 자신의 투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날 승리로 7연승을 달리며 최근 21경기 18승3패로 대반등한 한화는 22승13패로 LG와 함께 공동 1위에 등극했다. 개막 30경기 이후 기준으로 한화가 1위에 오른 건 2007년 6월2일 대전(구) 삼성전(45경기 24승20패1무) 이후 무려 18년 만이다. 
하지만 와이스는 “공동 1위는 싫다. 단독 1위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계속 이겨야 한다. 투수와 타자들 모두 각자 역할을 잘해야 한다. 지금 우리 분위기가 워낙 좋기 때문에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며 “작년과 달리 새 야구장과 클럽하우스 모두 아름답다. 좋은 환경에서 정말 훌륭한 투수진이 있고, 오프시즌 전력 보강으로 수비도 확실히 좋아졌다. 시즌 초반에는 어려웠지만 8연승 이후 모든 선수들이 우리가 좋은 팀이란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8연승이 끝나고 2연패를 했지만 길게 가지 않고 다시 연승을 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 매 경기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다. 지금처럼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한화 라이언 와이스.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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