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경기 3593분' 김민재, 부서져라 뛰었는데...'충격 패싱'에 인종차별 항의 폭발→뮌헨 뒤늦게 수정했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05.06 13: 01

"벤치에 앉느니 차라리 뛰다가 부서지겠다. 팀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김민재(29, 바이에른 뮌헨)가 말 그대로 죽어라 뛰었지만, 돌아온 건 차별이었다. 바이에른 구단도 분데스리가 공식 채널도 김민재를 패싱하며 논란을 빚었다.
바이에른은 지난 5일(한국시간)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했다. 같은 날 바이어 04 레버쿠젠이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유로파 파크 슈타디온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32라운드에서 SC 프라이부르크과 2-2로 비긴 덕분이다.

이로써 리그 2위 레버쿠젠의 우승 경쟁은 끝이 났다. 승점 68점(19승 11무 2패)을 기록하는 데 그치면서 1위 바이에른 뮌헨(승점 76점)과 승점 격차를 충분히 좁히지 못했다. 레버쿠젠이 승점 3점 추가에 실패하면서 바이에른은 자동으로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바이에른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에른은 2024-2025시즌 챔피언이다! 바이에른이 다시 한번 독일 챔피언이 됐다! 레버쿠젠은 일요일 프라이부르크와 무승부를 기록한 뒤 더 이상 분데스리가 정상에 오를 수 없게 됐다. 바이에른이 독일 챔피언이 된 건 34번째이며 훌륭한 시즌에 대한 보상"이라고 발표했다.
이제 '마이스터샬레(분데스 우승 트로피)'까지 손에 넣은 김민재. 그는 한국 선수 최초로 유럽 5대리그 중 세리에 A와 분데스리가 두 개를 우승한 선수가 됐다. 김민재는 지난 2022-2023시즌 나폴리 유니폼을 입고 세리에 A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지금까지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는 정우영(우니온 베를린)과 김민재 두 명뿐이다. 정우영은 2018년 바이에른 2군에 입단했고, 1군으로 콜업돼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1경기씩 뛰었다. 그 덕분에 2018-2019시즌 바이에른의 리그 우승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김민재는 정우영과 달리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우승을 손에 넣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올 시즌 김민재는 모든 대회를 통틀어 43경기에서 3593분을 소화했고, 리그에서만 2289분을 출전했다. 요주아 키미히에 이어 바이에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이다.
특히 김민재는 지난해 10월부터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동료들의 줄부상 때문에 홀로 쉬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해 12월 "난 벤치에 앉느니 차라리 뛰다가 부서지겠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팀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동료들과 클럽은 내가 파이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최대한 자주 출전하고 싶다"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대신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독일 현지에서는 김민재의 헌신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는 걸까. 예상치도 못한 부분에서 김민재가 홀대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이에른은 우승이 확정된 뒤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 '마이스터샬레를 집으로 가져왔다'라며 기념 영상을 공유했다. 우승을 축하하며 이번 시즌 명장면들을 되돌아보는 내용이었다.
해당 영상의 섬네일이 논란을 샀다. 바이에른 구단은 선수단 전체가 등장하는 우승 포스터가 아니라 뱅상 콤파니 감독을 비롯해 11명만 나오는 이미지로 섬네일을 설정했다. 놀랍게도 여기에 김민재는 없었다. 그 대신 해리 케인과 자말 무시알라, 토마스 뮐러, 레온 고레츠카 등이 자리했다.
팬들 사이에선 당연히 의문이 제기됐다. 주전급 선수 10명을 넣었는데 김민재의 얼굴이 빠졌기 때문. 오히려 부상으로 자주 자리를 비운 김민재의 파트너 다요 우파메카노와 2147분 출전에 그친 레온 고레츠카가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 분명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게다가 바이에른은 이미 소셜 미디어에 선수단 전체가 등장한 우승 기념 이미지를 올린 바 있다. 여기서 굳이 김민재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 얼굴을 삭제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섬네일로 등록한 것. 
심지어 분데스리가까지 비슷한 논란을 만들었다. 분데스리가 공식 유튜브도 바이에른의 우승을 기념해 짧은 애니메이션을 업로드했다. 총 13명의 선수가 애니메이션 버전으로 등장했지만, 여기에서도 바이에른 우승의 핵심 멤버로 활약한 김민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전급 선수는 대부분 포함됐으나 공교롭게도 김민재만 또 사라진 상황. 반면 백업 자원으로서 총 1657분을 뛰는 데 그친 에릭 다이어는 절친 케인과 함께 영상에 등장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김민재 패싱'이 계속되자 일부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인종차별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반면 다이어는 각각 리그 1763분, 1285분 출전에 그쳤다. 그가 우파메카노가 쓰러졌을 때 김민재와 호흡을 맞추며 나름 제 역할을 해준 건 맞다. 그러나 우승 공헌도를 따져 보면 분명 김민재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독일 현지 생각은 다른 모양새다.
사실 김민재가 독일에서 푸대접에 시달린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빌트'와 '키커' 등 현지 유력 언론들은 언제나 그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상대적으로 낮은 평점을 매겼다. 바이에른 선수들에게 전체적으로 평점이 짜긴 했으나 다이어나 우파메카노와는 분명 또 달랐다.
하지만 이번엔 분데스리가뿐만 아니라 바이에른까지 김민재를 푸대접하면서 충격을 남겼다. 가장 먼저 나서서 선수를 보호해야 할 구단이 우승 주역인 김민재를 높이 평가하지 않은 것. 사소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독일 현지에서 김민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본 국내 팬들은 바이에른 구단에 항의하는 댓글을 여럿 남겼다. 우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인 김민재를 제외한 건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결국 바이에른은 논란이 커지자 김민재를 포함해 선수단 전원이 등장하는 이미지로 섬네일을 교체했다.
한편 손흥민 역시 과거 독일 시절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22년 '손커밍데이' 행사에서 2018 월드컵 독일전 2-0 승리에 대해 "어릴 때 독일에 가서 상상하지도 못할 힘든 생활을 진짜 많이 했고,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로 복수해 줄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독일에서 엄청 힘든 생활을 보내며 언젠가는 꼭 갚아줘야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갖고 있었다"라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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