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미디어 재벌 배리 딜러(83)가 아내인 유명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78)와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며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다. 24년간의 부부생활 끝에 나온 용기 있는 고백은 "독특하고 완전한 사랑"이라는 말로 정리됐다.
딜러는 최근 출간을 앞둔 자서전 '누가 알았을까(Who Knew)'에 앞서 뉴욕 매거진에 ‘이 모든 세월이 흐른 후, 우리에 대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기고했다. 이 글에서 그는 “제 인생에는 많은 남자들이 있었지만, 여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33살에야 그녀가 제 삶에 들어왔다”라고 털어놨다.
딜러는 2001년부터 패션 디자이너이자 퍼스텐버그 브랜드의 창립자인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와 결혼해 24년째 혼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두 사람은 1974년 처음 만나 1981년 이별, 1991년 재회한 뒤 2001년 결혼식을 올렸다. 자녀는 없지만, 다이앤은 전 남편 에곤 본 퍼스텐버그 왕자와의 사이에서 두 명의 성인 자녀를 두고 있다.
에세이에서 딜러는 “난 성적 지향이 제 삶에 끼치는 영향력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두려웠던 건 오직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다이앤과의 사랑은 단순한 우정이나 타협이 아니었다. 진정한 열정이었고, 인생 최고의 기적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성과의 관계에 대해 “당시 이성애적 성향이 더 강하다고 믿었다”라며 “처음 그녀와 사랑을 시작했을 때 ‘누가 알았을까?’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회상했다.
딜러는 “그렇다, 난 남성들을 좋아하지만, 다이앤을 향한 사랑과 충돌한 적은 없다. 설명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감정이었다”라며 혼란스러울 수 있는 관계를 "우주적으로 서로에게 운명지어진 존재"라고 표현했다.
에세이 말미, 그는 현대 사회의 성 정체성 개념에 대해 “더 이상 경직된 구분이 아닌,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세대 변화에 공감했다.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측도 입장을 밝혔다. 그녀의 대변인은 현지 매체 페이지식스를 통해 “사랑과 삶을 존중하는 비결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라는 인용구를 전하며, 사실상 남편의 고백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두 사람의 법적 관계는 유지되고 있으며, 이혼 소송 등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앤은 2010년 인터뷰에서 “배리는 34년간 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준 사람”이라며 “내가 그를 떠나 다른 남자들을 만났을 때조차, 그들은 배리를 질투했고 배리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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