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이정효는 침묵, 정작 '피해자' 오후성만 먼저 사과...연맹, "광주 구단에 경위서 요구"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05.08 07: 34

왜 피해자가 먼저 입장을 밝혀야만 하는 것일까. 가해자는 침묵을 지키는 와중에 피해자가 사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광주FC는 지난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의 2025시즌 하나은행 K리그1 12라운드에서 김천상무를 1-0으로 이겼다. 전반전이 끝나고 사건이 발생했다. 이정효 감독이 그라운드로 난입해 오후성을 강하게 질책했고 두 손으로 미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정효 감독은 마치 취객처럼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동료 선수들이 감독을 말리는 볼썽 사나운 상황이 연출됐다. 

오후성이 지시한 플레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경기 후 이정효 감독은 한 술 더떠 “선수를 지도하기 위해서 내 이미지는 망쳐도 좋다”면서 결과지상주의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오후성은 경기 후 방송과 인터뷰에서 “침투하는 상황을 만들자고 했는데 (제가) 볼을 받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서 감독님이 화가 나신 것 같다. 끝나고 감독님이 안아주시더라”면서 오히려 사과했다. 
어린이 날에 열린 경기였다. 이정효 감독은 경기에 앞서 “팬들에게 모범이 되겠다”고 말한지 한시간 만에 사건을 일으켰다.  무리 아끼는 제자라도 감독이 만인이 보는 앞에서 고성과 폭력을 쓴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만약 이정효 감독이 경기에 대한 불만이나 지시사항이 있었다면 광주 내부자들끼리 있는 라커룸에서 해도 됐다. 모두가 보는 화면 앞에서 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자연스럽게 이정효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커졌다.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으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E)의 선전을 이끈 이정효 감독의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도 아니라는 여론이 주류를 차지했다. 
감독이 선수를 향한 질타는 어느 정도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적어도' 대중이 보는 카메라 앞에서 그라운드로 난입해 선수를 향해 소리 지르고 밀치는 상황은 용납될 수 없다. 감독으로 질타라면 적어도 팀만의 공간인 라커룸에서 진행하는 것이 맞았다.
이런 상황에도 이정효 감독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오히려 피해자에 가까운 오후성이 먼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정효 감독과 이번 일에 대해서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대화를 마친 상태다"라면서 "글이 늦어진 이유는 생각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기가 끝나고 서로 사과를 하면서 감정이 상해있기에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잘 이야기했고 이정효 감독이 먼저 사과를 했다. 감사했고 서로 팀의 목표나 보완할 점, 나아가야 할 방향성 뭐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를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인 오후성이 먼저 사과문과 입장문을 올린 상황. 그는 "이렇게 마무리됐다고 사실 이번 일이 그냥 넘어갈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경기는 어린이날에 열렸던 경기고 연휴에 많은 축구팬분들이 지켜봐 주시는 경기였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려도 부족한 상황에 너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오후성의 입장과 무관하게 이정효 감독과 광주 구단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피해자인 오후성을 방패처럼 먼저 앞장 세우고 침묵만 지키고 있는 것. 오후성의 사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정효 감독이 진짜 리더고 사령탑이라면 자신이 먼저 입장을 밝히고 선수를 보호했어야 한다.
오후성의 말처럼 그가 사과했다고 해서 이정효 감독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가해자인 이정효 감독이 피해자인 오후성이 입장을 밝히기 전에 먼저 사과문을 올리거나 광주 구단 차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맞았지만 침묵을 지키면서 여전히 사건을 회피하는 모양새였다.
한편 프로축구연맹은 OSEN과 전화 통화에서 "이정효 감독의 행동에 대해 당시 경기 감독관에게 내용을 들었다. 광주 구단에 공식 경위서를 요청한 상황"이라면서 "해당 경위서를 보고 판단해서 상벌위 회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mcadoo@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