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경험도 많은 코치니까…" 김경문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한화 단독 1위 이끈 신의 한 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5.08 08: 36

“양 코치가 얘기하는 건 들어야죠.”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무려 20년 만에 9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1위(24승13패 승률 .649)까지 등극한 것은 마운드의 힘이 절대적이다. 안정된 수비로 투수들을 뒷받침하는 야수들의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지만 선발과 구원 가릴 것 없이 투수들이 계속해서 막아주는 게 크다. 
팀 타율 8위(.244), OPS 7위(.693)로 타격은 리그 평균에 못 미치지만 팀 평균자책점 2위(3.16)로 투수력이 뛰어나다. 특히 선발 평균자책점이 2위(3.13)로 안정적이다. 10개팀 중 유일하게 5명의 선발이 이탈 없이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코디 폰세(6승), 라이언 와이스(5승) 두 외국인 투수 중심으로 류현진, 문동주(이상 4승), 엄상백(1승)까지 벌써 20승을 합작했다. 

한화 김경문 감독. 2025.04.18 / dreamer@osen.co.kr

한화 양상문 투수코치가 데뷔 첫 승을 거둔 정우주를 축하하고 있다. 2025.05.02 /jpnews@osen.co.kr

구원 평균자책점 3위(3.20)로 불펜도 좋다. 벌써 11세이브로 이 부문 1위인 김서현이 0점대(0.46) 평균자책점 특급 마무리로 자리잡았고, 한승혁도 최근 1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8회를 지우고 있다. 7회까지 리드한 19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경험 풍부한 박상원부터 신인 정우주까지 중간에서 여러 불펜 자원들도 효과적으로 쓰고 있다. 
특히 최근 9연승 기간은 1점대(1.95) 평균자책점으로 투수력이 압도적이다. 한화를 만나는 팀들도 강력한 투수력에 눌린다. 이번 어린이날 3연전에 한화를 상대한 박진만 삼성 감독도 “한화는 4~5선발이 다른 팀에 가면 2~3선발을 할 정도로 선발진이 워낙 탄탄하게 구축됐다. 불펜진도 굉장히 좋은 활약을 하고 있고, 더 단단해진 것 같다. 10개 구단 중 투수진이 제일 탄탄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화 양상문 투수코치. 2025.04.11 / jpnews@osen.co.kr
김경문 한화 감독은 투수진 이야기가 나오면 늘 양상문 투수코치를 말한다. 시즌 전부터 김경문 감독은 “나보다 양 코치가 투수 전문가 아닌가. 투수 쪽은 양 코치한테 힘을 많이 준다”며 절대적인 신뢰를 표했다. 올 시즌 김서현의 성장을 두고도 김 감독은 “양상문 코치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잘된 것이다”며 전적으로 공을 돌렸다. 
최근 들어 김 감독과 양 코치가 덕아웃에서 페이퍼로 된 자료를 보며 투수 교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자주 포착되고 있다. 김 감독은 “양 코치가 얘기하는 건 들어야 한다. 감독으로도, 코치로도 경험이 많은 코치다”며 거듭 신뢰를 표했다. 
양 코치는 국내 최고의 투수 전문가 중 한 명으로 2004~2005년 롯데, 2014~2017년 LG, 2019년 롯데에서 세 번이나 1군 감독을 지냈다. 2018년 LG 단장도 역임했던 양 코치는 야구계 ‘거물급’ 인사이지만 김 감독의 부름을 받고 지난해 7월 한화 투수코치로 현장 복귀했다. 당시 김 감독은 양 코치 영입에 대해 “항상 얘기하는 것이지만 투수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양 코치가 (해설위원으로) 중계를 하면서 문동주, 황준서 같은 젊은 투수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갖고 있더라”며 투수력 강화를 기대했다. 
8회말 무사 만루 한화 김경문 감독이 양상문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8.24 / soul1014@osen.co.kr
부산동성중 3년 선후배로 인연이 오래 됐고, 김 감독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인사로 양 코치가 온 뒤 한화 투수진이 확 좋아졌다. 해박한 이론과 실기를 두루 갖춘 양 코치는 기술적인 지도뿐만 아니라 투수들의 멘탈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관리한다. 온화한 성품으로 선수들과 스킨십에 뛰어나고, 칭찬과 격려로 동기 부여를 한다. 지난해 한화에 오자마자 선수 개개인에게 손편지를 써서 진심을 전했다. 시즌 중반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던 김서현과 박상원 등 여러 투수들이 반등에 성공한 뒤 양 코치가 보낸 믿음에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마운드 운영에서도 김 감독은 양 코치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면서 최적의 결과를 내고 있다. 올해 한화는 불펜의 승계 주자 실점률(22.5%)이 리그에서 가장 낮은데 위기 상황에서 적재적소의 투수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3연투가 두 번 있었지만 구원 멀티 이닝은 16회로 가장 적은 팀도 한화다. 선발이 길게 던진 영향이 크지만 가급적 특정 투수들에게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분산하며 불펜 과부하를 방지하고자 한다. 
다만 최근 1~2점차 접전 승부가 계속 이어지면서 불가피하게 한승혁과 김서현의 호출이 잦아지긴 했다. 이 부분을 김 감독과 양 코치도 인지하고 있다. 실전 등판뿐만 아니라 불펜에서 몸푸는 횟수까지 세심하게 체크하며 관리하려 한다. 김 감독이 보는 페이퍼에도 이런 투수들의 투구수나 몸을 푼 횟수 등이 있다. 김 감독은 “불펜은 경기에 안 나와도 몸을 풀고 기다리는 선수들도 많다. 양 코치와 그런 부분에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9회말 무사 1루에서 한화 양상문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김서현, 최재훈 배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05.02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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