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팀 얼려 죽이는 '북극 요새' 보되/글림트, 최악의 '인조잔디 경기장' 원정 떠나는 토트넘...방심할 수 없는 이유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5.05.08 15: 48

북극권에서 유럽 강호들을 쓰러뜨리는 비밀병기. 토트넘 홋스퍼가 '진짜 원정'을 떠난다.
토트넘 홋스퍼는 9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노르웨이 보되의 아스미라 스타디온에서 보되/글림트와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강 2차전을 치른다.
1차전에서 3-1로 앞서 있지만, '아스날도 아닌 보되'가 토트넘을 위협하는 팀이 된 이유는 단순한 기세가 아니다. 이곳에는 모든 유럽 팀을 평등하게 만드는 '최종 평준화 장치', 바로 인조잔디가 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극권 북위 67도에 위치한 보되는 인구 약 5만 5,000명의 작은 어촌 도시다. 하지만 이 작은 도시는 유럽 무대에서 점점 더 많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보되/글림트는 올 시즌 유럽 대항전에서 SS 라치오, FC 포르투, 베식타스 JK, 트벤테, 그리고 올림피아코스를 홈에서 연달아 꺾었다. 챔피언스리그 예선에선 츠르베나 즈베즈다(레드스타 베오그라드)마저 홈에서 꺾었다.
이 팀의 홈구장에는 단 하나의 '대형 무기'가 있다. 바로 날씨와 인조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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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피아코스 회장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는 지난 3월 1차전에서 0-3으로 완패한 뒤 "우린 다른 유럽 구장과 다른 잔디 위에서 뛰었다. 선수 한 명은 잔디 상태 때문에 부상을 입었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2차전에서 2-1로 이기고도 합산 스코어 2-4로 탈락했다.
UEFA는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컨퍼런스리그 준결승까지 인조잔디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거세다. 잉글랜드는 1988년 인조잔디를 부상 위험과 경기 질 저하를 이유로 금지했고, 네덜란드와 스코틀랜드도 각각 다음 시즌, 2026-27 시즌부터 1부리그 인조잔디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조세 무리뉴 페네르바체 SK 감독은 지난해 루가노와의 챔피언스리그 예선전 이후 "인조잔디 위의 축구는 더 이상 고급 축구가 아니다. 드리블이 불가능하고, 공이 느리며,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해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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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보되/글림트의 인조잔디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이 구장은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프로축구 경기장 중 하나다. 겨울엔 해가 한 시간도 뜨지 않고, 5월에도 기온이 영하에 가깝다. 때문에 천연잔디를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보되/글림트가 인조잔디를 사용하는 이유를 밝혔다.
매체는 "보되는 매해 눈 속에서 경기를 치르며 시즌을 시작한다. 라치오와의 8강전 당일에도 경기장은 눈으로 뒤덮였지만, 인조잔디와 지열 히팅 시스템 덕분에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천연잔디였다면 아예 경기를 미뤘어야 할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보되/글림트 수비수 요스테인 군데르센은 토트넘의 데얀 쿨루셉스키가 "인조잔디 위의 축구는 아예 다른 스포츠 같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 이렇게 반응했다. "보되가 어디 있는지 알면 인조잔디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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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보되 원정이 낯설지 않다. 그는 셀틱 시절이던 2022년, 보되/글림트에 1-5(1차전 1-3, 2차전 0-2)로 탈락한 경험이 있다. 당시 2차전은 지금처럼 아스미라 스타디온에서 치러졌다.
그는 1차전 이후 "그곳은 인조잔디지만 결국 똑같은 축구"라며 "우리가 오늘처럼 조직적이고 공수 모두 집중한다면, 잔디가 뭔지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쿨루셉스키는 "솔직히 완전히 다른 스포츠 같다"라며 걱정했지만, 포스테코글루는 "이런 환경에서도 결국 경기를 하는 건 우리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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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되/글림트는 홈에서 AS 로마(무리뉴 감독 시절)를 6-1로 무너뜨리기도 했지만, 잉글랜드 팀과의 상대 전적은 좋지 않다. 지금까지 잉글랜드 팀과의 4경기에서 모두 졌다. 특히 원정에서는 열세가 두드러지는데, 시즌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원정 맞대결에서 2-3으로 패했다.
물론, 9,000명 수용의 작은 구장과 극한 날씨, 특수한 인조잔디, 그리고 유럽 거물들을 당황시켜온 '기세'는 토트넘 입장에서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이미 유럽 정상급 팀들조차 이 구장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도 또 하나의 이변이 일어날까. 아니면, 포스테코글루가 악몽을 극복할 차례일까.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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