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나란히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최악의 기록을 썼다. 리그 16위 팀과 17위 팀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만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토트넘은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홈 경기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에 0-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승점 38(11승 5무 20패)에 그치며 17위로 추락했다.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잔류는 확정된 상태지만, 강등권 바로 위인 점은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팰리스는 승점 49(12승 13무 11패)을 기록하며 12위에 자리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UEL이 중요한 만큼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마티스 텔-데얀 쿨루셉스키-윌손 오도베르, 파페 사르-로드리고 벤탄쿠르-아치 그레이, 제드 스펜스-벤 데이비스-케빈 단소-페드로 포로, 안토니 킨스키가 선발로 나섰다.


토트넘은 전반부터 휘청였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이스마일라 사르에게 실점을 허용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상 악재가 발생했다. 전반 15분 쿨루셉스키가 상대 태클에 넘어졌고, 한동안 피치 위에 쓰러져 있었다. 그는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고 다시 뛰는 듯했지만, 결국 4분 뒤 마이키 무어와 교체됐다. 이미 제임스 매디슨과 루카스 베리발이 시즌 아웃된 토트넘으로선 큰 위기다.
팰리스가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전반 24분 장필리프 마테타가 강력한 슈팅을 날렸지만, 킨스키가 막아냈다. 3분 뒤엔 다니엘 무뇨스의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전반 43분엔 막상스 라크루아가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으나 동료의 핸드볼 반칙으로 취소됐다.
팰리스가 기어코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45분 두 번의 패스로 토트넘 수비를 완벽히 무너뜨렸다. 그런 뒤 에베레치 에제가 왼쪽으로 쇄도하며 반대편에서 넘어온 패스를 정확히 마무리했다. 전반은 팰리스가 1-0으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에제가 멀티골을 터트렸다. 후반 2분 그는 정확한 슈팅으로 다시 한번 득점포를 가동했다. 토트넘 수비는 이번에도 패스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며 상대 역습을 막지 못했다.
손흥민이 한 달 만에 돌아왔다. 그는 후반 13분 포로와 교체되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지난달 프랑크푸르트와 UEL 8강 1차전을 뛰고 발 부상으로 사라진 뒤 8경기 만의 복귀전이었다.
팰리스가 또 한 번 토트넘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22분 사르가 왼쪽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에 머리를 갖다 댔다. 그러나 공은 골대를 강타했다. 토트넘 수비는 좀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손흥민이 몇 차례 슈팅을 시도했다. 후반 25분 슈팅은 수비의 육탄 방어에 막혔고, 후반 28분 프리킥도 수비벽에 걸렸다. 그는 마지막까지 부지런히 움직이며 만회골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토트넘의 0-2 완패로 끝났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이날 패배로 36라운드까지 무려 20번이나 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패 신기록이다. 지금까지 토트넘은 1993-1994시즌과 2003-2004시즌에 19번 패한 게 최다 패배였다.
이제 토트넘은 팰리스를 상대로 올 시즌 더블을 허용하며 구단 역사상 38경기 체제 한 시즌 최다 패배 타이 기록을 쓰게 됐다. 토트넘은 피터 맥윌리엄 감독이 지휘했던 1912-1913시즌 이후 38경기에서 20번 넘게 패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함께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말았다.
문제는 리그가 여전히 2경기 더 남아있다는 점. 토트넘은 앞으로 아스톤 빌라,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 맞대결을 치러야 한다. 빌라와 브라이튼 둘 다 유럽대항전 싸움을 펼치고 있는 강팀이다.
만약 토트넘이 남은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22패로 시즌을 마친다면 42경기 체제까지 통틀어 한 시즌 최다 패배 기록 타이를 이루게 된다. 토트넘은 1953-1954시즌과 1974-1975시즌, 1976-1977시즌에 나란히 21패를 기록했고, 1934-1935시즌에는 22패를 기록한 바 있다.


같은 시각 맨유도 최악의 역사를 작성했다. 맨유는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홈 경기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 0-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맨유는 승점 39(10승 9무 17패)에 머무르며 16위로 떨어졌다. 웨스트햄이 승점 40(10승 10무 16패)를 기록하며 맨유와 토트넘을 끌어내리고 15위로 올라섰다. 나란히 강등권 바로 위에 위치하게 된 토트넘과 맨유다.
일방적인 경기였다. 맨유는 전반 26분 토마시 소우체크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여기헤 후반 초반 레니 요로가 부상으로 쓰러지며 교체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맨유는 후반전에도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라스무스 호일룬이 있는 최전방은 무게감이 너무나 떨어졌다. 오히려 후반 12분 재러드 보웬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결국 맨유는 안방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무릎 꿇고 말았다.


맨유도 토트넘과 마찬가지로 이번 패배로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한 시즌 최다패 경신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작성했다. 축구 통계 매체 '스쿼카'는 "맨유는 51년 만에 처음으로 단일 시즌에 리그 17패를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7경기 연속 무승은 이번이 두 번째다. 마지막 기록은 1992년"이라고 전했다.
'꿈의 극장' 올드 트래포드도 굴욕의 장소로 변했다. 스쿼카는 "맨유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9번째 홈 패배를 당했다. 올 시즌은 1930-1931시즌, 1933-1934시즌, 1962-1963시즌과 함께 단일 리그에서 홈에서 가장 많은 패배를 기록한 시즌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맨유는 아직 홈 경기가 하나 남아있다. 오는 26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빌라를 상대로 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여기서도 패하면 1878년 창단 이후 147년 만에 최악의 역사를 작성하게 되는 셈.
하지만 놀랍게도 토트넘과 맨유는 여전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 두 팀은 오는 22일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리는 UEL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리그에서는 최악의 기록을 하나씩 만들고 있지만, 유럽대항전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나는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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