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경기에 출장하는 주전들은 안타 1개의 소중함을 느낄까. 모처럼 출장 기회가 주어지는 백업 선수들의 간절함을 알까.
프로야구 SSG 랜더스 외야수 채현우(30)는 5년 만에 안타를 기록하는 감격을 누렸다. 역전승의 흐름을 가져오는 결정적인 안타라 더욱 의미있었다.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더블헤더 2차전. 더블헤더 1차전을 승리한 SSG는 2차전 KIA 좌완 선발 양현종 상대로 우타자 위주 라인업을 내세웠다. 채현우가 9번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채현우는 지난 5일 1군에 콜업돼 3경기에 주로 대주자로 출장했고, 타격 기회는 한 번도 없었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7회 대주자로 출장한 오태곤이 3루 슬라이딩 도중 상대 투수의 태그에 어깨 잔부상으로 교체되면서 2차전 선발 기회가 왔다. 엔트리 남은 외야수가 채현우 뿐이었다.

채현우는 3회 무사 1루에서 양현종의 체인지업을 때려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SSG는 5회까지 양현종 상대로 1안타 1볼넷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0-1로 뒤진 6회 선두타자로 나선 채현우는 양현종의 직구(138km)를 때려 중견수 옆으로 빠지는 장타를 때렸고, 2루를 돌아 3루까지 거침없이 질주해 세이프됐다. 데뷔 첫 3루타였다. 후속타자 최지훈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태그업, 홈으로 슬라이딩하며 1-1 동점 득점을 올렸다.
채현우의 3루타가 흐름을 바꿨다. 1사 후 박성한의 안타, 최정의 볼넷으로 1,2루 찬스를 이어갔다. KIA는 투수를 교체했고, SSG의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맥브룸의 안타, 대타 한유섬의 밀어내기 볼넷, 대타 최준우의 1타점 적시타, 김성현의 밀어내기 볼넷, 신범수의 밀어내기 볼넷까지 5-1로 역전시켰다.
SSG는 선발 김광현의 7이닝 7탈삼진 1실점 호투와 6회 빅이닝으로 5-1로 승리했다. 더블헤더 싹쓸이 승리.
이숭용 감독은 경기 후 “타선에서는 6회말 (채)현우의 3루타로 공격의 혈을 뚫었다. 그 기세로 5득점 빅이닝을 만들 수 있었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안타와 주루였다”고 칭찬했다.

채현우는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 76순위로 SK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대졸(송원대) 선수였고, 빠른 발이 장점으로 대주자 능력을 인정받았다.
1군 출장 기회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까지 통산 27경기 24타수 3안타(타율 .125) 6도루 5득점을 기록했다. 2019년 대주자로 9경기 출장해 1타수 무안타 3도루 2득점을 기록했다. 2020년 9월 23일 LG전에 데뷔 첫 선발 출장했고, 3타수 3안타(2루타 1개)를 때린 것이 1군 통산 안타 기록 전부였다.
2021시즌을 마치고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고, 2023년 7월 제대했다. 2023년 1경기 대주자 출장, 2024년 1경기 대주자 출장이었다. 더블헤더 2차전은 데뷔 후 2번째 선발 출장이었다. 180승 대투수 양현종 상대로 결정적인 3루타를 때려내며 동점 득점을 올렸고, 역전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무려 1691일 만에 때린 값진 안타였다.

채현우는 경기 후 "오랜만에 1군에서 선발로 뛰어서 너무 설렜고, 무엇보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뿌듯했다. 선발로 나가는 만큼 계속해서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고 그게 자신감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기뻐했다.
3루타와 동점 득점 상황에 대해 “첫 타석부터 타격감이 괜찮았다. 초구 체인지업이 볼로 들어와서 두번째 공은 직구를 노리고 적극적으로 스윙한게 좋은 타구로 이어졌다. (희생플라이 상황) 이 정도 타구면 무조건 들어올 수 있을거라고 판단했다. 다행히도 득점할 수 있었고 동점을 만드는 득점이라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채현우는 “부상이라는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스스로 계속 망설이다가 부상을 당하곤 했다. 이제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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