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 등 탁구 국가대표팀 출국! 2025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전 파이널스 출전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5.05.14 14: 31

대한민국 탁구 국가대표팀이 14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격전장 도하로 떠났다.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카타르 도하 루사일 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리는 ‘2025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전 파이널스’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세계선수권대회를 단체전과 개인전으로 나눠 매년 연다. 지난해 우리나라 부산에서 단체전이 열렸고, 이번에는 개인전 차례다. 직전 개인전 대회는 2023년 남아공 더반 대회였다. 당시 대표팀은 장우진-임종훈 조와 전지희-신유빈 조가 남녀 복식 결승에 동반 진출, 나란히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국탁구 세계선수권대회 도전사에서 신기원을 이뤄냈다.
남자복식은 이상수-조대성 조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개인단식은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남자 장우진과 임종훈, 여자 서효원과 신유빈이 16강에 오르며 선전했다. 파리에서 메달 물꼬를 연 임종훈-신유빈 혼합복식조는 8강에 올라 올림픽을 위한 예열을 마쳤었다.

 
2021년 휴스턴 대회부터 세계선수권대회 운영을 예선, 본선을 구분하는 ‘파이널스’ 방식으로 변경한 ITTF는 대륙별선수권대회, 세계랭킹, 개최국 와일드카드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여 각 종목 본선 출전 명단을 확정했다.
남녀단식 128강, 남녀복식 64강, 혼합복식 64강으로 치러지는 본선 무대도 모든 승부가 초반 리그전 없이 넉-아웃 시스템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각 선수들과 복식 페어들은 지난 4월 말 대진추첨을 통해 이미 첫 경기 상대가 정해져 있으며, 단 한 경기만 패해도 탈락하는 살얼음판 승부는 이미 카운트다운 중이다.
이 험난한 경쟁에 한국은 장우진(세아), 임종훈, 안재현(이상 한국거래소), 조대성(삼성생명), 오준성(이상 남자), 서효원(한국마사회), 이은혜, 신유빈, 박가현(이상 대한항공), 유한나, 김나영(이상 포스코인터내셔널, 이상 여자) 등 남자 5명, 여자 6명이 도전한다.
유한나 외 모든 선수들이 단식에 출전하며, 복식은 남자 장우진-조대성, 임종훈-안재현, 여자 신유빈-유한나, 김나영-이은혜, 혼복 임종훈-신유빈, 오준성-김나영으로 짝을 맞췄다. 여자팀 맏언니 서효원과 막내 박가현은 단식만 뛰고, 유한나는 여자복식만 출전한다.
최영일 선수단장, 오상은‧석은미 남녀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은 중요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남자부는 최고참 이상수(삼성생명)가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장우진 중심 대표팀으로 비로소 확실히 재편됐다. 여자부 역시 오랫동안 기둥으로 활약한 전지희가 은퇴하면서 신유빈이 독보적인 에이스의 중책을 떠맡게 됐다.
이번 대회가 개인전인 까닭에 팀의 응집력과 시너지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긴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국제무대에서 한국탁구의 현재를 짐작할 만한 현장으로서 팬들의 각별한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냉정하게 볼 때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 메달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올림픽과 달리 세계선수권은 한 나라 당 최대 5명이 단식에 도전할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 판젠동과 슈퍼맨 마롱, 올림픽 챔피언 첸멍이 떠났으나 10대 스타 린시동, 완성형 선수 왕추친이 있으며, 뚝심의 리앙징쿤도 있다. 순잉샤, 왕만위, 왕이디, 첸싱통 등 여자부 4인방도 건재하다. 중국 선수들은 하나같이 우승후보다.
토모카즈‧미와 하리모토 남매를 앞세워 반란을 꿈꾸는 일본, 지난 월드컵에서 기어이 남미 첫 우승을 달성한 휴고 칼데라노(브라질)와 트룰스 뫼레고르(스웨덴), 펠릭스 르브렁(프랑스)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수많은 스타들까지 촘촘한 가시밭길이 앞에 있다. 
그렇다고 한국탁구가 이번 대회를 지레 포기했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한국탁구가 따낸 세계선수권대회 메달 대부분은 열세의 전망 속에 이룬 성과였다. 지금까지 한국탁구는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43개의 메달을 획득했다(1991년 지바 코리아, 2015년 쑤저우 양하은-쉬신 혼복 포함). 이번 대회에서 44개째, 45개째, 혹은 그 이상을 기록한다면 그대로 한국탁구 새 출발에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오상은·석은미 남녀 감독은 “한국탁구 부흥의 책임감을 갖고 선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출사표를 대신했으며, 대한탁구협회 이태성 회장, 유남규 실무부회장 등 배웅 나온 탁구인들이 따뜻한 격려로 신뢰를 표했다. 
이번 대회는 특히 이태성 신임 회장 취임 후 시니어 국가대표팀이 처음 출전하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라는 점에서도 눈길이 간다. 작년 연말 ITTF 혼성월드컵 준우승과 올해 초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 등 이 회장 취임 이후 국제선수권대회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올린 태극전사들이 이번에도 승전보를 전해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현지로 날아가 직접 응원할 예정인 이태성 회장은 선수들에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즐기는 마음으로 자기 경기를 하기 바란다”는 당부를 전했다.
이번 대회 개최지 도하는 지난 2004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을 개최했던 나라다. 당시 대회가 중동에서 처음 개최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였다. 이후 21년 만에 다시 전 세계 탁구축제를 개최한다. 그리고 1926년 런던에서 제1회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한 ITTF는 2026년 런던에서 ‘100주년’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100주년을 앞둔 시점 마지막 대회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으며, 지난해 단체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의 탁구 팬들도 다시 한번 흥분을 되새겨볼 만한 무대이다. 
카타르(도하)와 한국(서울)의 시차는 여섯 시간, 우리의 시계가 좀 더 빠르게 간다. 따라서 많은 주요 경기들이 우리 시간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집중돼 있다. 태극전사들은 늦은 시간까지 경기를 보며 응원할 팬들의 새벽잠을 설치게 할 수 있을까? 승전보와 함께라면 언제라도 환영이다. 이번 대회는 혼합복식이 24일 가장 먼저 챔피언을 가리고, 남녀복식과 단식은 마지막 날인 25일 결승전을 치른다. 이왕이면 태극전사들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탁구’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출국 게이트를 향하는 선수들이 굳게 쥐어 보인 주먹에도 힘이 넘쳤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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