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스를 거르고 이정후를 택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벤치. 대기 타석에 있던 이정후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정후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4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활약으로 팀의 10-6 승리를 이끌었다.
1회말 2루수 땅볼로 몸을 푼 이정후는 4-0으로 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중전안타를 쳤다. 애리조나 선발 브랜든 파트를 만나 초구 파울 이후 2구째 바깥쪽 낮은 86.2마일(138km) 체인지업을 받아쳐 3경기 연속 안타에 성공했다. 이정후는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우전안타 때 2루를 지나 3루에 도달했지만, 패트릭 베일리가 1루수 땅볼에 그치며 3루에서 아쉽게 이닝 종료를 맞이했다.
이정후는 5회말 파울팁 삼진, 6회말 좌익수 뜬공으로 잠시 숨고르기를 했다. 그리고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비축했던 힘을 발산해 자이언츠 홈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정후는 7-4로 앞선 8회말 2사 1, 2루 찬스를 맞이했다. 앞서 2사 2루에서 헬리엇 라모스를 자동고의4구로 내보내고 이정후를 택한 애리조나 벤치. 그러나 이는 잘못된 계산이었다. 이정후가 볼카운트 1B-2S에서 좌완 조 맨티플리의 4구째 몸쪽 낮은 78.9마일(126km) 커브를 공략해 우월 쐐기 스리런포로 연결했기 때문.
엄청난 홈런이었다.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커브를 제대로 받아쳐 타구속도 101.2마일(약 162.8km) 분노의 총알 홈런을 때려냈다. 오라클파크 우측 외야석에 타구가 그대로 꽂힐 정도로 타구속도가 어마어마했다.
이정후는 지난 7일 시카고 컵스 원정 이후 6경기 만에 시즌 5호포를 신고했다. 아울러 이는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에서 친 첫 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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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 ‘NBC스포츠 베이 에어리어’에 따르면 이정후는 “채프먼이 아웃됐을 때부터 (라모스를 거를 것이란) 생각을 했고 당연히 그 상황에서 라모스보다 나랑 승부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거보다 그냥 어떻게든 1점을 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했다”라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타격이라는 게 사이클이 있는데 오늘 경기 많은 점수를 내면서 이겼다. 또 투수가 항상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타자들이 오늘 같은 경기도 할 수 있다”라며 “물론 항상 잘 치면 좋겠지만 모든 선수들이 항상 잘 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나간 경기는 잊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경기가 많기 때문에 그걸 더 신경 쓰면서 하다 보니 점수를 많이 냈다”라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공교롭게도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정한 ‘한국 문화유산의 날’에 쐐기 홈런 포함 멀티히트 맹타를 휘둘렀다. 이정후는 “우리나라를 이렇게 알릴 수 있는 날에 좋은 경기를 하고 팀도 연패를 끊고 홈런도 쳐서 기분 좋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정후는 인터뷰를 통해 팬클럽 ‘후리건스’를 향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그는 “오늘 (후리건스가) 온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응원해주시는 것도 알고 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후리건스는 내가 열심히 해야 하는 원동력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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