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를 되살린 포효였다. 은퇴 위기에서 두산과 계약하며 현역 연장에 성공한 좌완 투수 고효준(42)이 위기의 두산을 구했다.
고효준은 지난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 5회 1사 만루 위기에 구원등판, 병살타를 유도하며 급한 불을 껐다. 특유의 포효로 두산 덕아웃과 팬들을 끓어오르게 했고, 7-1 승리에 징검 다리를 놓았다.
두산은 3-0으로 앞선 4회 1사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투수 잭로그가 문현빈의 원바운드 강습 타구에 왼쪽 발목을 맞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그 자리에서 쓰러진 잭로그는 연습 투구를 했지만 정상적인 투구가 어려웠고, 교체 후 병원 이동했다. 다행히 검진 결과 단순 타박으로 큰 부상은 피했다.
갑작스런 부상으로 잭로그가 내려가자 두산은 우완 김민규를 긴급 투입했다. 김민규는 노시환을 유격수 땅볼,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4회를 정리했지만 5회 1사 후 황영묵에게 좌전 안타, 최재훈에게 볼넷을 내준 뒤 하주석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자 이승엽 두산 감독은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좌타자 최인호 타석에서 베테랑 좌완 고효준을 올렸다. 경험이 풍부한 고효준은 초구부터 6구까지 슬라이더만 던졌다.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몸쪽 슬라이더로 최인호에게 2루 땅볼을 유도했다. 4-6-3 병살타로 이닝 종료.

승계 주자 3명을 모두 잔루로 처리한 고효준은 주먹을 불끈 쥐면서 온몸으로 포효했다. 얼굴에는 전율이 흘렀고, 포수 양의지와 기분 좋게 손뼉도 마주쳤다. 한화의 추격 의지를 꺾은 결정적 순간. 6회 에스테반 플로리얼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맞아 1실점하긴 했지만 문현빈을 2루 땅볼로 잡은 고효준은 1이닝을 책임지며 홀드를 기록했다.
고효준의 결정적 구원에 힘입어 두산도 한화에 7-1로 승리, 2연승을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경기 후 이승엽 두산 감독은 “잭로그가 불의의 부상으로 마운드를 일찍 내려갔지만 불펜진 모두가 최고의 모습으로 승리를 지켜냈다”며 “포효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고효준”이라는 표현으로 가장 먼저 그를 언급했다.
고효준은 “먼저 팀이 승리해 기분 좋다. 내가 승리투수가 되지 않아도 좋다. 팀이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5회 만루 상황에 대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양)의지가 6구 모두 슬라이더 사인을 냈다. 땅볼이 나오길 바랐는데 정확히 통했다.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왔다”고 말했다.

세광고 출신으로 2002년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고효준은 올해로 22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롯데를 시작으로 SK, KIA, 다시 롯데를 거쳐 LG, SSG, 그리고 올해 두산까지 6번의 이적으로 5개 팀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SSG에서 방출돼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가 싶었지만 은퇴는 없어다. 현역 연장을 포기하지 않으며 몸을 만들었고, 지난달 두산에서 테스트를 받고 통과했다. 총액 1억원(연봉 8000만원, 옵션 2000만원)에 계약했다. 1982년생 최고령 오승환(삼성)보다 한 살 어린 42세의 나이로 현역 연장의 꿈을 이뤘다.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를 던진 뒤 5월부터 정식선수로 등록되며 1군에 콜업됐다. 5월 이후 두산이 치른 12경기 중 9경기를 나섰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5월 최다 등판으로 1패 3홀드를 기록 중이다. 5⅔이닝 4실점으로 평균자책점(6.35)은 높지만 중요할 때 리드를 지키며 3개의 홀드를 기록했다. 홍건희가 팔꿈치 부상으로 빠져있고, 이병헌이 장염 후유증으로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불펜에 전력 누수가 생긴 상황에 고효준이 구세주로 나타났다.
고효준은 “요즘 야구가 정말 재미있다. 팬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마운드에 오르는 것도 참 감사하다”며 “이기려고 하다 보니 에너지가 나오고, 파이팅도 더 크게 외치게 된다. 지금처럼 다 같이 으쌰으쌰하면 반드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두산의 도약을 자신했다. 고효준이 합류한 5월의 두산은 6승4패2무(승률 .600)로 리그 5위 성적을 내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