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형 악재가 터졌다. 토트넘 홋스퍼가 데얀 쿨루셉스키(25)까지 잃고 말았다.
토트넘은 1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쿨루셉스키는 수술을 받았다. 그가 지난 주말 크리스탈 팰리스와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오른쪽 슬개골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추가적인 전문가 상담 후 오늘 수요일에 수술을 받았으며 즉시 의료진과 함께 재활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쿨루셉스키는 지난 11일 팰리스와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홈 경기에서 부상을 입었다. 그는 선발로 출전했지만, 전반 19분 마크 게히와 충돌한 뒤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결국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토트넘의 0-2 패배를 막지 못했다.
쿨루셉스키는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더욱 우려를 모았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쿨루셉스키는 오늘 아침에도 무릎이 아프다고 했다. 지금으로선 단순 타박으로 보이지만, 24시간 동안 안정을 취한 뒤 평가할 것"이라며 그에게 큰 문제가 없길 기도했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쿨루셉스키는 슬개골을 다쳐 수술대에 올랐고, 이대로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그는 토트넘의 시즌 최종전인 26일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전까지 돌아올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이다. 토트넘은 오는 22일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24-2025시즌 UEL 우승 트로피를 두고 단판 승부를 벌인다.
이미 리그는 포기한 토트넘으로선 모든 걸 걸어야 하는 경기다. 토트넘은 리그 17위까지 추락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36라운드까지 무려 20번이나 패하며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패 신기록을 썼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도 토트넘이 38경기 체제에서 20패를 기록한 건 1912-1913시즌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맨유만 딱 한 번 잡아낸다면 17년 만의 무관 탈출과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단 한 번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물론 맨유로서도 마찬가지다. 맨유는 51년 만에 처음으로 단일 시즌 리그 17패의 늪에 빠졌고,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리그 7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했다. 토트넘과 동병상련인 셈이다.


유럽대항전에서 이른바 '멸망전'을 펼치게 된 토트넘과 맨유. 문제는 토트넘이 부상 병동이라는 점이다. 이미 루카스 베리발과 부주장 제임스 매디슨이 각각 발목 부상과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주전 미드필더를 둘이나 잃은 상황.
여기에 쿨루셉스키마저 이탈하면서 중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는 올 시즌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토트넘의 핵심으로 활약했고, 50경기에서 10골 11도움을 올렸다. 매디슨이 부진할 때도 저돌적인 돌파와 날카로운 패스로 차이를 만들어주는 선수였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자리를 비우게 됐다.
이제 토트넘의 가장 큰 문제는 창의적인 패스를 넣어줄 선수가 없다는 것.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이브 비수마, 파페 사르만으로 중원을 꾸려야 하기에 교체 카드조차 부족하다. 토트넘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손흥민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쿨루셉스키의 부상은 포스테코글루에게 심각한 손실이다. 그는 전반기 토트넘 최고의 선수였다"라며 "쿨루셉스키와 매디슨이 결승전에 빠지면서 포스테코글루는 중원에서 창의성이 부족해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건강한 미드필더는 벤탄쿠르, 비수마, 사르 3명뿐이다. 최악의 시기에 또 다른 부상자가 발생했다"라고 짚었다.

커리어 무관 탈출을 꿈꾸는 손흥민에게도 악몽 같은 상황이다. 그는 이번 결승전에서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다. 손흥민은 지난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 데뷔했지만, 이후 15년간 한 번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토트넘에서만 10년을 보냈으나 매번 2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손흥민이 클럽 대회 결승전에 오른 건 이번이 3번째다. 그는 지난 2018-2019시즌 UCL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리버풀에 0-2로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2020-2021시즌엔 리그컵 결승에 출전했지만, 맨체스터 시티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치며 눈물을 흘렸다.

'2전 3기'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하는 손흥민. 만약 그가 큰 이변 없이 맨유와 맞대결에서 잔디를 밟는다면 그는 두 개의 유럽대항전 결승전을 소화하는 최초의 아시아 선수가 된다.
지금까지 UCL 결승에서 출전한 아시아 선수는 박지성과 손흥민 두 명뿐이다. 다만 올 시즌엔 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과 인터 밀란 소속 메흐디 타레미(이란)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달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쓰러진 뒤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웠지만, 지난 11일 팰리스전에서 복귀했다. 그는 후반 교체 출전해 약 32분을 뛰었고, 다가오는 17일 아스톤 빌라전도 출격이 예상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의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며 결승전 출격에 청신호를 켰다. 그러나 쿨루셉스키가 수술대에 오르면서 우승 도전엔 빨간불이 켜진 손흥민과 토트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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