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투수 최고 대우 받았는데…ERA 6.68이라니, 한화 12연승→3연패보다 더 큰 충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5.16 06: 35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12연승 이후 3연패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한 달간 26경기 23승으로 비현실적인 승리 페이스를 보였기 때문에 흐름상 한 번 꺾일 때가 됐다. 
3연패라는 결과는 아쉽지만 큰 문제라고 볼 순 없다. 진짜 문제는 FA 이적생 투수 엄상백(29)의 부진이 예상보다 오래 가고 있다는 점이다. 개막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도 페이스를 찾지 못하면 ‘슬로 스타터’라고 볼 수 없다. 
엄상백은 지난 1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2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한화가 2-8로 지며 엄상백은 패전투수가 됐다. 

한화 엄상백. 2025.04.18 / dreamer@osen.co.kr

1회 시작은 괜찮았다. 두산 1번 제이크 케이브를 2루 땅볼, 추재현을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양의지에게 좌월 2루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 김재환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잡고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2회 양석환에게 바깥쪽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좌전 안타를 맞은 뒤 오명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주며 주자를 쌓았다. 1~2구 연속 볼이 되자 포수 이재원이 마운드에 올라갔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강승호를 좌익수 뜬공 잡았으나 임종성에게 던진 바깥쪽 체인지업이 중견수 앞 빠지는 1타점 적시타로 이어졌다. 1-1 동점. 이어 조수행을 2루 땅볼 유도한 엄상백은 2사 1,3루에서 케이브에게 우전 적시타로 추가 실점했다. 2구째 직구가 한가운데 몰린 실투였다. 
케이브의 2루 도루로 계속된 2사 2,3루에선 추재현에게 4구째 커터를 몸쪽에 던졌지만 먹힌 타구가 3유간으로 갔다. 한화 유격수 이도윤이 몸을 날려 잡았지만 송구로 연결하진 못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조수행이 홈인하며 1점을 또 줬다. 그래도 이도윤의 수비 덕분에 주자 2명이 들어올 게 1명만 들어왔다. 
그러나 이어진 2사 1,3루에서 양의지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4점째를 줬다. 2구째 바깥쪽 직구를 공략당했다. 김재환을 헛스윙 삼진 잡고 어렵게 이닝을 마쳤지만 2회초에만 32개의 공을 던지며 안타 5개를 맞고 볼넷 1개를 더해 4실점했다. 
한화 엄상백. 2025.04.18 / dreamer@osen.co.kr
3회 선두타자 양석환에게 홈런을 맞고 결국 강판됐다.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를 점한 뒤 시속 127km 커브를 던졌지만 몸쪽 높게 들어갔다. 양석환이 놓치지 않고 받아친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 120m, 시즌 5호 홈런. 엄상백에겐 시즌 6번째 피홈런이었다. 
총 투구수 51개로 올 시즌 개인 최소 2이닝 투구에 그쳤다. 최고 시속 150km, 평균 146km 직구(24개)를 비롯해 체인지업(16개), 커터(6개), 커브(5개)를 던졌다. 모든 구종이 안타를 맞을 만큼 밋밋했다. 볼넷은 1개뿐이었지만 존을 벗어난 공들이 많았고, 존에 들어오는 공들은 너무 확연하게 보여 두산 타자들이 놓치지 않았다. 
이날까지 엄상백의 시즌 성적은 8경기(32⅓이닝) 1승4패 평균자책점 6.68 탈삼진 28개 WHIP 1.82 피안타율 3할2푼3리. 8경기 중 5경기에서 5회를 넘기지 못하며 KT 시절 강점이었던 이닝 소화력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겨울 4년 최대 78억원 대형 계약으로 FA 투수 중 최고액 대우를 받았는데 이 같은 성적은 실망스럽다. 
4회말 2사 한화 엄상백이 교체되고 있다. 2025.05.09 /cej@osen.co.kr
시즌 첫 3경기 연속 5회 이전에 강판되며 3연패를 당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맥없이 무너지진 않았다. 4번째 경기였던 지난달 18일 대전 NC전에서 5이닝 4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했고, 25일 대전 KT전(6이닝 1실점), 이달 2일 광주 KIA전(5이닝 2실점)은 안정적으로 막았다. 점차 페이스를 찾아가는 모습이었지만 9일 고척 키움전에서 솔로 홈런만 4방을 허용하며 3⅔이닝 4실점으로 흔들렸고, 이날 두산전까지 2경기 연속 다시 난조를 보이고 있다. 
이날도 최고 시속 150km를 던지는 등 구속이 크게 떨어진 건 아니다. 다만 제구가 흔들리면서 볼넷이 늘었고, 타자들이 치기 좋은 코스로 몰리는 게 많다. 2022~2024년 3년간 9이닝당 볼넷이 각각 2.95개, 2.34개, 2.41개였지만 올해 4.45개로 증가했다. 이닝당 투구수도 지난해 17.3개에서 올해는 19.6개로 늘었다. 주자가 없어도 세트 포지션으로만 계속 던졌는데 이날 두산전은 투구시 왼 다리를 뒤로 빼는 와인드업으로 변화도 주며 밸런스를 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한화는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로 이어지는 1~4선발은 리그 정상급 수준이다. 엄상백이 본 궤도에 오르면 최강 선발진이 구축될 것으로 봤는데 지금 모습으로는 쉽지 않다. 커리어가 있는 투수이기 때문에 계속 못 던지진 않겠지만 선두권 순위 싸움에 들어간 한화로선 마냥 기다릴 여유가 없다. 엄상백이 하루빨리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정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대형 FA 계약으로 팀을 옮긴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한화 엄상백. 2025.05.14 / ksl0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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