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조연이었는데..."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던 LG 세이커스가 마침내 왕좌에 올랐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무리한 LG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단 한 경기의 패배 없이 승리를 챙겼고 이어진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 SK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4승 3패로 사상 첫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창원 LG는 17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서 서울 SK에 62-58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LG는 지난 1997-1998 KBL 참가 후 창단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LG의 최선참 허일영은 경기 후 기자단 투표결과 MVP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80표 중 32표(28.8%)를 얻어 팀 동료인 칼 타마요(23표)와 아셈 마레이(22표)를 제치고 MVP에 뽑혔다.
이날 허일영은 3점슛 4개 포함 14점을 뽑아내며 양팀 합쳐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허일영은 SK의 맹렬한 추격이 이어질 때 3점포를 기록하며 LG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허일영은 LG가 흔들릴 때마다 3점슛을 꽂았다. 화룡점정은 경기 종료 5분 36초 전이었다. 허일영은 탑에서 아셈 마레이의 패스를 받아 시원한 외곽슛을 성공했다. 10점 차(55-45)를 만들며 SK의 추격에 시원한 찬물을 뿌렸다.

특히 허일영은 최초의 기록도 함께한다. 허일영은 3개 팀 유니폼을 입고 우승한 최초의 사나이가 됐다. 2015-2016시즌 오리온(현 소노), 2021-2022시즌 SK에 이어 올 시즌까지 반지를 끼며 최고의 베테랑으로 우뚝 섰다.
허일영은 경기 후 "매번 조연이었는데..."라면서 "우승도 해봤지만 저는 주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이기고 싶었다. 유독 감이 좋았다. 몇 차례 더 던질 찬스가 있었지만 참기도 했다. 상대 수비가 다가서지 않길래 좋은 결과 나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SK에서 '노인즈'이야기를 들었지만 팀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소식을 들었다.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것도 분명 이해했다. LG에 왔을 때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 '왜 데리고 오셨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찾아가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계속 찾아가서 말했지만 결국 제가 바뀔 수밖에 없었다. 정말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족들과도 떨어져 살기 때문에 부담도 컸다"라고 전했다.
허일영은 "창원 생활도 쉽지 않았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후배들과 생활도 쉬운일은 아니었다. 코치님들과 스탭들이 많이 도와줬다. 감독님과도 시즌 중 정말 싸우고 싶었다. 고집이 강한 감독님과 의견대립도 정말 많았다. 플레이오프서는 완전히 그런 마음을 버렸다. 모든 것을 마친 뒤 말하고 싶었다. 코트에서 증명하고 싶었다.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양홍석이 돌아오기 때문에 뛸 자리가..."라고 너스레를 떤 뒤 "아직 1~2년은 더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허일영은 "감독님께서는 항상 걱정이 많으시다. 정말 많으시다. 그래서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 드렸다.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 말씀 드렸다. 우리팀에는 모난 친구들이 없다. 휘둘리는 친구도 없다. 모두 알아서 잘 하기 때문에 크게 말할 것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