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뛰어야 한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28)은 지난 15일 열흘간의 재조정 시간을 갖고 1군에 복귀했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9번 우익수로 나섰다. 3회 첫 타석에서 나균안의 공을 강하게 밀어쳐 좌익수 앞에 안타를 터트렸다. 폭투로 2루를 밟더니 기습적인 3루 도루를 성공했다. 오선우의 안타때 홈을 밟아 1-1 동점을 만들었다. 분위기를 바꾸는 저돌적인 주루의 효과는 5득점 빅이닝으로 이어졌다.
17일 두산 베어스와 더블헤더 2차전은 수비와 방망이로 승리를 가져왔다. 2번 우익수로 출전해 1회말 볼넷을 골라냈고 최형우의 좌중간 2루타때 홈을 밟아 선제득점을 올렸다. 1-1로 팽팽한 3회말 오선우가 우전안타로 출루하자 두산 선발 홍민규의 주무기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우월 투런포를 가동했다. 4월15일 KT전 이후 32일만에 나온 한 방이었다.

더 멋진 장면은 역전을 막은 총알 보살이었다. 양석환에게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한 2회초수비였다. 2사2루에서 조수행의 안타가 최원준 앞으로 굴러갔다. 2루 주자의 득점을 막기 위해 특유의 빠른 몸동작으로 공을 잡아 총알 송구를 했다. 2주주자 김기연을 여유있게 태그아웃했다. 한때 보살 1위의 위엄이었다.
확실히 타격이나 주루하는 모습이 2군 재정비를 통해 달라졌다. 개막부터 극심한 타격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이범호 감독이 시간을 주었다. 열흘을 시간동안 기술과 멘탈과 각오까지 리프레쉬를 했다. "1군에 남아 있는 것보다 한 번은 2군에 내려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이 좋은 타이밍에 그런 시간을 주셨다.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타격 매카닉이 많이 무너졌다. 상무시절의 느낌으로 많이 바꾸었다. 공도 잘 보고 타격도 잘할 수 있는 기술로 변화를 주었다. 컨택 보다는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2군에서 잘 됐고 1군에 올라와서도 타구 스피드도 빨라졌고 강한 타구를 낼 수 있는 스윙이 됐다"고 설명했다.
15일 복귀 첫 타석 안타와 17일 홈런이 결과물이었다. "원래 힘 없이 탁 쳐서 많이 잡혔다. 손을 많이 쓰기도 했다. 이제는 중심이 남은 상태에서 좋은 공들도 제 스윙이 된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내 스윙이 된다. 홈런은 운좋게 체인지업이 앞에서 맞았다. 잡힐 것으로 봤는데 넘어갔다. 준비한 것들이 잘 된 것 같다"며 설명했다.
최원준의 마음가짐을 볼 수 있는 장면은 동료들을 깨운 근성있는 주루였다. 1루주자로 끊임없이 도루를 시도하며 배터리를 흔들었다. 17일 더블헤더 1차전에서도 김규성이 과감한 3루 도루를 했고 양의지의 악송구까지 나와 귀중한 추가득점을 올렸다. 타자 주자들도 모두 전력으로 질주했다. 팀 공격에 활력이 생겼다. 복귀와 함께 3연승 과정에 힘을 보탠 것이다.

"열흘 동안 TV로 1군 경기를 보면서 팀 공격이 많이 침체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뛸 수 있는 선수도 많고 더 악착같이 움직여주어야 되는 선수도 많다. 한 베이스 가는 것도 침체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1군에 가면 뛰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팀도 함께 더 신경써서 살아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잘 이루어져 다행이다. 3연승을 해서 진짜 다행이다. 경기가 훨씬 많이 남아있다. 팀도 나도 만회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