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오기가 생겼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사이드암 윤중현(30)이 부활투를 했다. 지난 18일 두산 베어스와 광주경기에서 팀을 구원하는 역투를 펼쳤다. 4-4 팽팽한 승부에서 후반 만루위기를 막아주며 2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했다. 연장 10회말 5-4 끝내기 승리의 결정적인 주춧돌을 놓았다.
4-4로 팽팽한 7회초 2사 만루에서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준영 조상우와 마무리 정해영이 연투로 인해 등판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강승호를 직구를 던져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한 방이면 게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역전의 흐름을 되돌린 것이다.
8회초도 안타와 번트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9회도 위력적이었다. 김재환 2루 땅볼, 양석환 좌익수 뜬공에 이어 오명진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불펜자원이 빠듯한 위기 상황에서 7아웃을 실점없이 막아준 영웅투였다. 승리투수는 전상현이었지만 윤중현이 주역이었다.

경기후 윤중현은 "오랜만에 타이트한 경기에서 던졌다. 긴장도 됐는데 예전 생각도 나서 더 집중력이 올라갔다. 21시즌과 22시즌 던졌던 것이 생각났다. 결과가 좋아서 생각이 났다. 오늘 필승조들이 많이 쉬었다. 나가게 된다면 온 힘을 다해 던져야겠다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다"고 호투 비결을 설명했다.
윤중현에게는 부활투였다. 2018 대졸로 입단해 팬들의 주목을 받은 시기는 2021시즌이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윤중현의 투구를 보고 인상적인 평가를 내렸고 1군에 중용했다. 선발투수로 13경기에 등판했고 불펜투수로 나섰다. 당시 30경기에 출전해 5승6패2홀드, 평균자책점 3.92의 준수한 기록을 올렸다.
2022시즌은 불펜의 주축요원으로 뛰었다. 47경기에 출전해 3승1패5홀드, ERA 5.02를 기록했다. 2023시즌부터는 비중이 들어들어 31경기 28이닝 2승1패 ERA 3.86을 기록했다. 우승을 차지했던 2024시즌은 불펜 경쟁에서 밀려났고 11경기 등판에 그쳤다. 우승도 2군에서 지켜봤다. 올해는 1군과 2군 스프링캠프에 제외되어 잔류군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그만큼 팀내에서 존재감이 줄어든 것이다. 시범경기에도 호출을 받지 못했다. 개막후 3월27일 1군 콜업을 받았으나 5일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이자 4월27일 다시 1군에 올라왔다. 사이드암으로 우타자를 상대하거나 1이닝을 맡는 추격조 임무였다. 박빙의 상황은 아니었다.
이날 박빙의 상황에서 호투로 이제는 중요한 시점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볼을 받았던 포수 한준수도 "내가 지금까지 받아본 중현형 볼 가운데 오늘이 가장 좋았다. 공도 빨라지고 공의 무브먼트가 좋아졌다. 커브에 포크까지 던지니까 좋은 것 같다. 최고의 볼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좋아진 비결은 절실함이었다. "작년 성적이 안좋아 2군에 오래 있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몸도 아팠다. 올해는 2군 스프링캠프도 못갔다. 이러다 끝날 수도 있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함평에서 합숙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스피드와 구위를 올리는 쪽으로 준비했다. 구속도 145km까지 훨씬 잘 나온다. 볼끝에 힘이 생겼다. 타자와 자신있게 싸울 수 있게됐"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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