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제안 받고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물어봤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를 이끌 키플레이어가 왔다. 롯데 자이언츠 알렉 감보아(28)가 팬들 앞에 첫 선을 보일 준비를 마쳤다. 4년차 장수 외국인 선수 찰리 반즈가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방출된 이후, 롯데는 감보아를 이적료 10만 달러, 연봉 총액 33만 달러(연봉 30만 달러, 인센티브 3만 달러)에 데려오며 외국인 투수 한 자리 공백을 채웠다.
감보아는 2019년 드래프트 9라운드로 LA 다저스에 지명된 이후 마이너리그 레벨에만 머물며 131경기(41선발) 359⅔이닝 28승 22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했다. 트리플A 레벨에서는 53경기(17선발) 133⅓이닝 5승 12패 평균자책점 3.92, 106탈삼진 72볼넷의 성적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지만 높은 타점에서 뿌리는 강속구가 일품이다. 가장 최근 등판이던 지난 10일 트리플A 앨버커키 아이소톱스(콜로라도 로키스 산하)와의 경기에서 포심 최고 구속 95.5마일(153.7km), 평균 구속 94.3마일(151.8km)을 찍었다. 싱커는 포심보다 더 빠른 96.4마일(155.1km)의 최고 구속, 94.4마일(151.9km)의 평균 구속을 기록했다. 제구가 완전히 가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거친 듯한 패턴이 되려 KBO 타자들에게 효과를 볼 수도 있다.감보아는 지난 17일 입국했다. 이후 삼성과의 더블헤더를 관전했고 이튿날인 18일,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20개 가량 불펜 피칭까지 마쳤다.
감보아는 이후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아직 시차 적응이 안돼서 힘든 게 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다”면서 “사실 미국에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이런 분위기를 볼 수 있는데, 경기 중에 관중석을 힐끔 봤는데 처음 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감보아가 본 첫 경기는 17일 더블헤더 1차전으로 롯데는 0-5로 뒤지다가 7-5로 역전승을 따냈다.
불펜 피칭에 대해서는 “20개 정도 던졌다. 직구 위주로 던지기 보다는 전부 다 어떤 느낌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새로운 공인구, 새로운 마운드 등에 적응하려고 체크를 했다. 몇가지 부분은 마음에 안 들어서 데이터를 보고 조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가장 많이 던진 구종인 싱커와 공인구의 궁합에 대해서는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감보아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포심과 큰 차이가 없는 구종이다. 싱커는 좌타자 상대 밸런스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던지는 것이다. 움직임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조직에 있었기에 최근 다저스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과도 인연이 깊다. 당장 올해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김혜성과는 트리플A에서 동료로 한솥밥을 먹었고 지난해에는 투수 최현일(현 워싱턴 내셔널스), 그리고 다저스 싱글A에서 뛰고 있는 투수 장현석까지 모두 막역하다. 롯데의 제안을 받았을 때에도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감보아는 “일단 롯데의 제안을 받고 한국 선수들에게 물어봤다. 재밌을 것이고 충분히 잘 할 것이라고 얘기를 해줬다”라며 “김혜성과 가장 먼저 영상 통화까지 했다. 롯데 팬들이 KBO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뛰어나다. 좋아할 것이다고 얘기를 해줬다. 또 지금은 워싱턴에 가 있는 최현일 선수와도 마이너에서 뛰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얘기하라고 했고 장현석도 롯데에 아는 선수가 있으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했다. 다들 환영했고 도와준다고 얘기했다”고 언급했다.

다저스 조직에서 올해까지 7년차, 하지만 다저스의 빡빡한 경쟁에서 감보아가 살아남기에는 다소 여의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롯데에서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됐다. 그는 “다저스에서 7시즌 있었다.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로스터가 빡빡하다. 그래서 그것을 깨고 나가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럴 무렵에 롯데에서 제안이 왔다”며 “그리고 김혜성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말해준 부분들, 열정적인 팬들과 이 기회가 나에게 어떤 영향이 올지를 고민했던 게 크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팜 시스템이 잘 정비된 다저스에서 감보아도 기량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었다. 그는 “다저스라는 명문 구단에 있으면서 어떻게 해야 좋은 팀메이트가 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지,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설명하면서 “피칭과 관련해서는 다저스 분석팀과 7시즌 동안 논의를 하면서 143~146km 정도의 구속이 지금처럼 올라올 수 있었다. 분석팀과 코칭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대학 시절까지 감보아는 여느 미국 선수들처럼 야구 외에도 다른 종목에도 몸을 담았다. 미식축구 와이드리시버를 맡았고 또 아마추어 레슬링에도 재능이 있었다. 그럼에도 야구를 택했다. 그는 “야구가 가장 즐거웠다. 레슬링 재능이 더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야구선수가 커리어를 더 길게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감독은 현재 감보아의 이름을 줄여서 ‘보아’라고 부른다. 가수 보아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감보아 역시도 팬들의 메시지를 통해서 이를 잘 알고 있다. 구단도 계약 과정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구단에 합류하기 전부터 DM(다이렉트메시지)가 많이 와서 보아라는 가수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등장곡으로 ‘No.1’이라는 노래를 하라는 얘기를 하더라. 하지만 내가 노래를 찾아봤을 때 ‘허리케인 비너스’가 더 괜찮은 것 같다. 팬들의 투표를 받아서 결정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감보아가 합류하고 롯데는 삼성과의 3연전을 싹쓸이 했다. 공동 2위까지 올라섰다. 그는 “한국에 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어떤 선수인지 증명하고 싶다. 이 열정적인 팬을 나도 경험하고 싶고 즐기고 싶다. 첫 경기를 0-5에서 7-5로 역전하는 경기로 봤다. 투수들도 괜찮을 것 같고 플레이오프에서 충분히 싸울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까지 플레이오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