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밀 워니(서울 SK)의 메시지가 팬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여섯 시즌 동안 서울 SK의 중심을 지켜온 외국인 에이스가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워니는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언제가 진짜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단순한 일상 공유가 아닌 6년간의 KBL 생활을 정리하려는 듯한 무게 있는 내용이었다.
워니는 “6년간 함께한 추억과 경험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했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 마음에 오래 남을 것”이라며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8월 21일 처음 한국에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내 커리어가 이 정도로 이어질 줄 몰랐다. 단 한 시즌도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 G리그에서 천천히 잊혀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워니는 서울 SK에서만 6시즌을 소화하며 KBL 최고의 외국선수로 우뚝 섰다. 외국인선수 MVP 4회 수상, 챔피언결정전 우승, 정규리그 1위까지 팀과 함께한 시간은 전성기의 농구 인생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시즌 종료 후 은퇴 의사를 밝혀 왔다.
워니가 커리어 정점에서 갑작스레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있다. 미국 뉴저지 출신인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가까운 가족과 친지 여러 명을 잃었다. 이후 삶에 대한 관점이 크게 바뀌었고 그 경험은 은퇴를 결정짓는 핵심 이유가 됐다.
SK 관계자는 “워니는 지금껏 한국 농구에 최선을 다해 헌신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가족의 의미가 그에게는 다른 차원으로 다가온 듯하다”며 “미국으로 돌아가 지도자 수업을 받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고 전했다.

워니는 모교인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2022년 스토니브룩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등번호는 영구결번됐다. 일찍 지도자 길에 접어들 경우, 모교에서 코치를 시작해 감독직까지 이어갈 기회도 현실적으로 주어진다.
워니는 블로그 글을 통해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하다.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하게 되면 과연 (문)가온을 위해 그 자리에 있을 사람은 누가 있을까”라고 적었다. 그가 언급한 문가온은 SK의 가드로 워니와는 특별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SK 선수로서의 책임감이 크다. 이것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나의 정체성이었고 동시에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SK 구단도 워니의 결정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SK는 20일 워니 측과 만나 최종 협상에 돌입한다.
SK 관계자는 “워니가 요청한 조건이 있다면 최대한 들어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라며 “은퇴 의사를 철회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진정성을 담아 얘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니의 KBL 여정은 단순한 외국선수의 커리어 그 이상이었다. 성실함과 승부욕, 팀을 향한 책임감까지 겸비한 그는 SK 팬들뿐만 아니라 KBL 전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