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유치원 선생님이 아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리그 대표 승부사다. 승리를 하는 방법, 그리고 이기는 팀을 어떻게 꾸리고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선수단에게 믿음을 주면서도 잘못된 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 지점이 보이면 직접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선수단에게 어떻게든 자극을 주면서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려고 한다.
롯데 자이언츠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는 이러한 선수들의 기질을 바꾸기 위해 집중했다. 김태형 감독 이전의 롯데 사령탑은 강성의 성향은 없었다.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확실하게 휘어잡는 인물이 그리 많지 않았다. 선수들의 성향도 ‘순한맛’이었다. 외부에서 온 코치들이 하나같이 했던 말은 “선수들이 너무 착하다”는 말이었다. 승부처를 이겨내는 힘이 부족하고 또 고비에서 번번이 무너지는 그동안 팀의 흐름도 선수들의 성향에서 기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이러한 선수들의 성향을 바꾸면서 부족한 부분은 자신이 직접 채우려고 한다. 필요하면 경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경기 중에도 선수들에게 강하게 주문한다. 최근 선수들이 경기 중 연이어서 헤드샷을 맞으면서 신경이 예민해졌고 지난 18일 사직 삼성전, 투수 양창섭이 윤동희에게 148km 직구를 머리 쪽으로 위협구를 던지자 김태형 감독이 직접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감독이 주도하는 초유의 벤치클리어링이었다. 그러면서도 아직 선수들이 고비를 이겨내는 힘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해석에 따라서 ‘꼰대’로 보일 수도 있지만 김태형 감독은 전쟁터의 장병들이 더 독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우리 선수들, 타자들의 페이스가 좀 떨어진 상태다. 조급해 보이고 경험도 부족하지 않나. 잘할 때는 잘 하는데 어려울 때는 이겨내는 게 아직 부족하다. 승부욕만 강하지 어려울 때를 이겨내는 힘이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에게 ‘난 유치원 선생님이 아니다’고 말한다. 괜찮다 괜찮다 이렇게 안한다. 일단 선수들이 일어나고, 또 동료들끼리도 경쟁해서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을 견디고 경험이 켜켜이 쌓이면 선수들도, 팀도 더 단단해질 수 있다. 팀이 좀 더 끈끈하고 독해지기를 바라는 김태형 감독이다. 구단 유튜브 채널 ‘자이언츠TV’를 통해 공개된 스승의날 영상에서 김태형 감독은 “상대 팀이 봤을 때 100-0으로 이기고 있어도 ‘쟤네들은 징글징글하다는 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이 바꿔가는 롯데는 탄탄한 팀으로 변모해가며 현재 한화와 함께 공동 2위(28승 18패 2무)를 유지하고 있다. 1위 LG(30승 16패)와도 승차가 2경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번 주 선두 LG와 홈에서 주중 3연전을 치르고, 주말에는 대전에서 공동 2위 한화와 3연전을 치른다.

김태형 감독이 줄곧 까다로운 팀이라고 꼽았던 두 팀이다. LG를 상대로는 개막시리즈에서 만났지만 처참하게 패했다. 3월 22일 개막전 2-12, 이튿날 23일에는 2-10으로 완패를 당했다. 롯데의 전력 자체도 완전하지 않았고 LG도 막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서로 좁혀진 상태다. LG는 송승기 임찬규 손주영 등 토종 선발진이 출격할 예정이다. 반면 롯데는 윤성빈 나균안 이민석 혹은 박세웅이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한화도 선발진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팀이다. 김태형 감독도 이런 한화의 선발진을 껄끄러워 한다. 그래도 한화를 상대로는 올 시즌 상대전적 3승1패로 앞서 있다. 4월 말, 한화의 선발 8연승 행진을 저지한 것도 롯데다.

이제 50경기를 넘어서는 시점에서 롯데에 다가온 최대의 고비가 될 주간이다. 과연 김태형 감독과 함께 독해지고 있는 롯데는 가장 껄끄러운 상대들과의 6연전을 어떻게 이겨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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