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수로서 혹독한 성장통을 체험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를 가른 장면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고 장면을 이해한다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혜성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3경기 만에 선발 출장한 김혜성은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뜨거운 감각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김혜성의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김혜성은 1회 1사 1,2루에서 에우제니오 수아레즈의 뜬공 타구를 놓쳤다. 평범한 뜬공 타구였지만 김혜성은 낙구 지점을 잃었다. 해질녘에 공이 하늘의 색과 같아지면서 타구를 잃어버릴 수 있는 시간대에 제대로 걸렸다. 김혜성은 외야 한가운데서 타구를 잃었지만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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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뒤늦게 쫓아가봤지만 이미 늦었다. 김혜성은 그제서야 타구의 위치를 따라갔고 주자의 실점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선제 실점을 허용했고 1사 2,3루 위기가 계속됐다.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잭 드라이어를 돕지 못했다. 오프너 성격의 드라이어는 1회 추가 실점했고 2회에도 실점 하며 2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뒤이어 올라온 랜던 낵도 5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안정을 찾지 못했다. 사실 이날은 토미 에드먼과 김혜성이 동시에 선발 출장한 날이다. 동반 출장을 해야 했다면 중견수 에드먼-2루수 김혜성이 더 이치에 맞다. 에드먼의 본래 포지션이 2루수지만 중견수 자리에서도 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주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하지만 김혜성의 중견수 경험은 KBO리그에서도 없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본격적으로 중견수 포지션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경험에서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중견수로, 에드먼을 2루수로 내세웠다. 현지에서도 이 기용 방법에 대해 비판을 했다. 다저스 소식을 전하는 블레이크 해리스 기자는 자신의 SNS에 “김혜성의 중견수로 기용하는 실험은 이제 그만하면 안될까, 그는 말 그대로 2루수 골드글러브 수상자다”라고 비판했다. 물론 KBO의 골든글러브 개념이 다르다. 공수를 종합해서 보고 메이저리그는 수비만 본다. 그럼에도 김혜성의 2루수 수비력이 더 낫다는 판단이기에 로버츠 감독의 기용이 무리수라고 비판한 것.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로버츠 감독은 이날 김혜성이 공을 놓친 수비에 대해 “황혼 무렵이라서 그런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공을 못 봤다. 야구에서 가끔 일어나는 일이고, 오늘은 하필 그런 일이 일어났다”라면서 “김혜성이 중견수 수비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공을 찾는데 집중하느라 좌익수, 우익수에게 ‘공을 못 봤다’라는 신호를 주지 못했을 수 있다. 이건 경험 부족에서 나온 상황이고 아주 드문 일이지만 아쉬운 장면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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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로버츠 감독은 왜 김혜성을 중견수, 에드먼을 2루수로 내보낸 이유에 대해 “어제(19일)에는 토미(에드먼)가 중견수 수비를 봤다. 그의 발목 상태를 생각해서 무리시키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아직 토미는 전력질주할 때 발목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 백투백 경기에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일단 김혜성은 메이저리거로서 생존했다. 그럼에도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혜성 입장에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해야 한다. 메이저리거로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김혜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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