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리대로면 차라리 기업 구단끼리 뛰는 리그와 시민 구단끼리 뛰는 리그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 하다못해 심판 판정에 대해서 '기업 구단' 때문이라는 누가 들어도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 나왔다.
최대호 안양시장 겸 안양 구단주는 20일 오후 2시 안양종합운동장 미디어실에서 심판판정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어서 최근 경기에 대한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나타냄과 동시에 무분별하게 기업 구단 등을 저격하면서 K리그 내부의 편가르기를 시도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기자회견 시작 직후 최대호 시장은 "안양 구단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과 유감을 안고 이 자리에 앉았다. 최근 안양의 여러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공정하지 못한 심판 판정에 더 이상 침묵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안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K리그 전체와 직결되는 상황이다"라면서 "심판 판정 공정성을 강조해야 한다", "오심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공개해야 한다", "심판 비판 금지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를 외쳤다.
해당 발언 직후 안양 관계자가 3월 30일 K리그1 6라운드 전북 현대, 5월 14일 코리아컵 16강전, 4월 12일 K리그1 8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 5월 6일 12라운드 FC서울전, 17일 14라운드 전북전을 언급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억울하고 불합리한 판정을 당했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최대호 시장은 "오심으로 인해 승패가 갈리는 건 말도 안 된다. 심판 자질에 대한 문제가 있고 절대 권력을 가진 VOR, 감독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심판의 교육이 필요하고 정보 공개가 요구가 된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판단되고 이뤄져야 한다. 안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축구의 문제다. 끝까지 투쟁하고 요구하려고 한다. 징계위원회는 백 번, 천 번 나가겠다. 두려운 게 없다. 잘못된 걸 바로 잡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전의 최준의 페널티킥(PK) 장면 등 누가 봐도 오심이 아닌 장면도 안양 입장에서 아전곡해한 장면도 있지만 여기까지는 심판 판정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구단의 불만이라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의 발언이 큰 충격을 줬다. 최 시장은 "시민구단은 40개가 넘는데 기업구단은 얼마 되지 않는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K리그는 몇 안 되는 기업구단이 주관하고 있다."라면서 "개선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혈세를 갖고 운영하는 시민구단은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하는데 기업구단 눈치를 보는 현재 판정은 혁신하고 변화가 필요하다"이라면서 기업 구단이 시민 구단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심지어 일문일답에 대해서는 더욱 충격적인 발언을 남겼다. 최대호 시장은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의 차별이 심하다고 말했는데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에 "K리그1 구단만 한정을 하면 대략적으로 연봉 3배 차이가 난다. 좋은 선수들을 다 데리고 간다. 우리 같은 시민구단들은 그야말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헌신하고 고군분투하고 희생한다. 현실은 그럴 수 있는데 룰은 공정하게 적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일부 시민구단들을 대변하자면 불만이 있다고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피해 의식으로 리그 내에서 무분별한 편 가르기를 한 것. 안양이 문제 제기한 장면들은 주장에 맞춰 짠듯 의도적으로 기업 구단 상대로만 나온 장면이었다. 마치 시민 구단과 시민 구단이 만나면 오심이 나오지 않는다는 식으로 짜맞춰진 영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K리그 경기를 보는 팬이나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시민 구단과 기업 구단이 만났을 때 전자에 불리한 판정이 떨어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했다.
최대호 시장의 주장이 맞다면 K리그 체제에서 절대 기업 구단은 하위권으로 내려가서는 안 됐다. 그러나 정작 기업 구단들도 흔들릴 때는 크게 흔들렸다. 실제로 기업 구단이 강등당하고 한 시즌 승격에 실패하거나 서울이나 전북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봐도 판정 시스템에서 오류가 난다고 해도 그건 의도적으로 기업 구단을 보살피기 위해서 돌아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 시점 K리그 순위표를 보면 시민 구단 중에서 김천 상무가 4위(승점 24), 광주 FC(승점 22)가 5위다. 기업 구단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12)는 오히려 안양보다 순위가 낮다. 최 구단주의 말대로 K리그가 소수의 기업 구단이 좌지우지하는 판정이 이어졌다면 이런 순위가 말이 됐을까?.
자신들의 부진에 대해서 '심판 판정'만을 이유로 삼고 '기업 구단'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리그 공정성에 대해서 이유 없는 비판을 이어간 최 구단주의 언행으로 인해서 안양은 스스로의 가치를 폭락시켰다. 만약 누군가가 안양이 이후에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해도 그건 자신들의 힘이 아닌 최 구단주의 압박 덕이라고 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최 시장의 말을 들은 팬들의 반응도 차갑다. 여러 팬들은 최대호 시장의 SNS에서 왜 기업구단만을 비난하냐고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존중을 받기 원하면 가장 먼저 자기가 상대방을 존중해야 된다. 리그의 공정성과 판정에 대한 형평성, 상대팀에 대한 존중 등 말이다.
그러나 안양과 최 시장은 판정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기업 구단과의 편가르기를 통해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했을 뿐이다. 조속한 사과가 필요하다. /mcadoo@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대호 안양 시장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