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반전 없었다' 韓 국대 이명재, 4달 만에 버밍엄 방출 확정..."계약 만료로 떠난다" 유럽 도전 일단락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05.20 21: 40

 대한민국 국가대표 수비수 이명재(32)가 결국 4달 만에 버밍엄 시티를 떠난다.
버밍엄은 20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2024-2025시즌 이 끝난 뒤 잔류 및 방출 명단을 확정했다. 지난 1월 클럽에 합류한 그랜트 핸리와 이명재는 계약 만료로 방출됐고, 루크 해리스와 키어런 도웰, 벤 데이비스는 각각 임대 생활을 마치고 원 소속팀으로 복귀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명재의 버밍엄 도전은 아쉽게 막을 내리게 됐다. 그는 지난 겨울 이적시장 막바지에 버밍엄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만 유효한 단기 계약이었다. 이명재는 전 소속팀 울산 HD와 계약이 만료된 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수도 있었지만, 커리어 최초로 유럽 진출을 택했다.

꿈을 좇아 결정한 도전이었다. 이명재는 K리그에서 정상급 왼쪽 풀백으로 통했다. 그는 2022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울산의 K리그1 3연패 핵심 멤버로 활약했고, 지난해 3월에는 A매치 데뷔까지 성공했다. 이명재는 울산에서 함께하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로는 아예 붙박이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버밍엄에선 달랐다. 이명재는 비시즌 유럽으로 넘어간 만큼 몸 만들기에 집중했고, 21세 이하(U-21) 팀에서 출전하기도 했다. 초반까지만 해도 단순한 적응으로 보였으나 갈수록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명재는 3월 들어 버밍엄 1군 벤치에 앉기는커녕 U-21 경기에서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악의 선택이었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영국 현지에서도 이명재의 방출을 점쳤다. '풋볼 리그 월드'는 지난달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명재는 세인트 앤드루스(버밍엄 홈 구장)을 떠날 것"이라며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은 시즌이 끝날 때 이명재를 스쿼드에서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 그가 한국 대표팀과 함께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선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완벽한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기다리니 기회가 찾아왔다. 버밍엄이 조기에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덕분. 이명재는 지난달 크롤리 타운전에서 후반 25분 교체 투입되며 유럽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그는 짧은 시간에도 인상을 남기며 합격점을 받았고, 이후 스티버니지에선 처음으로 선발 경기까지 소화하며 '늦깎이 유럽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명재를 향해 호평이 쏟아졌다. '버밍엄 라이브'는 "이명재도 눈길을 끌었다. 이제 다음 시즌 버밍엄 스쿼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기회를 갖게 됐다"라고 내다봤다. 버밍엄은 잉글랜드 리그1(3부리그)에서 우승하며 챔피언십(2부리그) 승격이 확정됐기에 이명재로서도 남을 수 있다면 좋은 선택지였다.
데이비스 감독 역시 이명재에게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매우, 매우 인상적이었다"라며 "올 시즌에 내가 정말 잘한 일 중 하나는 인성이 뛰어난 선수들을 데려왔다는 점이다. 이명재는 그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훈련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정말 대단하다(super)"라고 극찬했다.
그러자 버밍엄이 이명재에게 깜짝 재계약을 제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버밍엄 메일'의 알렉스 디켄 기자는 "좌측 수비 자리에도 보강이 필요하다. 리 뷰캐넌이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명재가 백업 역할에 만족한다면 그와 계약을 연장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버밍엄은 이명재를 붙잡지 않았다. 그는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나면서 첫 유럽 도전을 씁쓸히 마감하게 됐다. 이제 다시 한번 자유계약(FA) 신분으로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이명재다. 또 다른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백승호는 계약 기간이 남았기에 버밍엄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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