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일 만에 얻은 1군 기회가 허무하게 끝났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아픈 손가락'은 9년째 애증의 존재다. 항상 꼬리표가 달려 있는 '제구력 난조'를 이번에도 떨쳐내지 못했다.
롯데 투수 윤성빈은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경기 전 김태형 롯데 감독은 “오늘 성빈이가 어떻게 던질지 사실 감독인 저로서도 좀 기대가 된다. 투구 수는 상황 봐서 끊든지 더 가든지 한다”며 볼넷이 주요 포인트라고 말했다.
윤성빈은 1회 박해민 상대로 초구 157km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관중석에서 '와~' 하는 환호성이 터졌다. 2구도 156km 스트라이크. 3구 157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롯데 치어리더들이 깜짝 놀라며, 삼진 세리머니를 했다. 롯데팬들은 열광했다.
문성주 상대로 초구 156km 직구는 파울. 2구 124km 커브로 2스트라이크가 됐다. 3구째 146km 포크볼이 살짝 몰렸고,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김현수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56km 직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142km, 143km 포크볼로 연거푸 헛스윙을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2사 1루 문보경에게 초구 볼을 던지고 윤성빈의 피치컴에 문제가 생겼다. 기기 교체를 하려다 잠시 후 정상 작동이 됐는데, 3볼에서 다시 고장이 났다. 피치컴 장비를 교체하느라 또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문보경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보냈다. 오지환은 2구째(슬라이더) 몸에 맞는 볼로 2사 만루가 됐다. 송찬의를 1볼-2스트라이크에서 볼 3개를 연속으로 던져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구본혁에게 풀카운트에서 던진 157km 직구는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주형광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하고 내려갔다. 함창건을 초구 156km 직구로 우익수 뜬공으로 이닝을 끝냈다.

그러나 2회 선두타자 이주헌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롯데 불펜에서 박진, 김강현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박해민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무사 1,2루에서 문성주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김현수를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보내 다시 무사 만루 위기. 문보경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오지환의 빗맞은 타구는 투수가 잡지 못해 2루수 앞 내야 안타가 됐다. 결국 0-6에서 강판됐다.
무사 만루에서 구원투수로 올라온 박진이 송찬의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해 윤성빈의 실점은 9점이 됐다. 1이닝 4피안타 6볼넷 1사구 9실점으로 끝났다.

2017년 1차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윤성빈은 9년째 잠재력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성적은 21경기 2승 7패 평균자책점 7.47을 기록했다. 2018년 18경기 2승 5패 평균자책점 6.39를 기록했는데, 이후 7년간 1군에서 단 3경기 던졌다. 2019년 1경기, 2021년 1경기, 2024년 1경기 등판에 그쳤다.
윤성빈은 지난해 7월 30일 인천 SSG전에 대체 선발로 나서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294일 만에 다시 온 선발 기회에서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윤성빈은 4월말 인터뷰에서 "볼넷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줄었다. 볼넷을 내주더라도 다음 타자를 삼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날 모처럼 잡은 1군 무대에서 한 번 흔들린 제구력은 다시 감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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