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지에서 '캡틴' 손흥민(33, 토트넘 홋스퍼)을 무조건 결승전 선발로 기용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0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은 손흥민 없이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결승전에서 반드시 선발로 나서야 한다. 경기력과 몸 상태를 고려했을 때 충성스러운 주장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그의 경험과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간과해선 안 된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오는 22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리는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맞붙는다. 프리미어리그에선 나란히 17위, 16위인 두 팀이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걸고 맞붙게 됐다.
이번 결승전은 토트넘에도 손흥민에게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에서 우승한 뒤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17년 만의 무관을 끊어내야 한다.
'2전 3기' 손흥민도 그 누구보다 우승 열망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2015년 토트넘에 합류한 뒤 451경기에서 173골을 터뜨린 전설이지만, 두 차례 진출한 결승전에선 모두 패했다. 2018-20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선 리버풀에 0-2로 패했고, 2020-2021시즌엔 리그컵 결승에선 맨체스터 시티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치며 눈물 흘렸다.

이 때문에 손흥민은 꾸준히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떠날 때 전설로 불리고 싶다고 다짐해 왔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내가 토트넘에 머문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게 바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일 것이다. 퍼즐을 완성하려면 마지막 조각이 필요하다"라며 우승 열망을 드러냈다.
다만 손흥민의 몸 상태는 현재 100%가 아니다. 그는 지난달 11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UEL 8강 1차전에서 후반 교체된 뒤 한 달간 자리를 비웠다. 최근까지 발 부상으로 경기장을 떠나 있었고, 회복 기간이 예상보다 계속해서 길어지면서 시즌 아웃 우려까지 제기됐다.
다행히 손흥민은 제 시간 안에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난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약 32분간 피치를 누볐고, 아스톤 빌라전에선 선발 복귀해 70분 이상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 올렸다.
돌아온 손흥민은 빌라전을 마친 뒤 "기분이 좋다. 조금 피곤하지만, 체력적으로는 느낌이 좋다. 준비가 돼 있다"라며 "오늘 70분 동안 플레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지난주에도 팰리스를 상대로 25분, 30분을 뛰었다. 가장 중요한 건 수요일에 모두가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수요일을 위해 준비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손흥민이 결승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는 미지수다. 그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0경기에서 7골 9도움을 기록하며 예년보다 공격 포인트가 뚝 떨어졌다. 8년 연속 지켜왔던 리그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이 깨질 위기다. 다른 대회를 모두 통틀어도 45경기 11골 11도움으로 손흥민치고는 아쉬운 스탯이다.
게다가 손흥민이 부상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비록 그가 두 경기를 뛰긴 했지만,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토트넘은 2019년 UCL 결승에서 부상으로 빠져있던 해리 케인을 무리하게 투입했다가 무기력하게 패한 기억도 있다.
그러다 보니 손흥민이 벤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손흥민은 발 부상 이후 한 달 넘게 결장했다. 그는 첫 선발 복귀전이었던 아스톤 빌라전 전반에는 활기찼다. 하지만 이번 시즌 부진하고 공격 속도를 늦추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라며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다면 매우 아쉽겠지만, 감정이 선발 결정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 대신 2004년생 윙어 윌손 오도베르의 선발 기용을 주장했다. 매체는 "오도베르나 마티스 텔처럼 빠른 스피들을 앞세워 맨유 센터백들을 공략하는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난 오도베르를 추천하겠다"라며 "오도베르는 수비를 제치고 동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드리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매디슨과 쿨루셉스키가 결장하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텔레그래프의 생각은 달랐다. 매체는 "손흥민은 빌바오에서 토트넘을 간절히 이끌고 싶어 할 것"이라며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결승전에서 큰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지만, 마음을 다잡고 손흥민에게 진정한 레전드가 될 기회를 줘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 데이터와 최근 경기력을 평가한다면 히샬리송이 손흥민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손흥민은 맨유전에서 선발 출전해 팀의 우승 신화에 이름을 올릴 기회를 얻어야 한다"라고 짚었다.
손흥민의 오랜 충성심도 언급했다. 텔레그래프는 "손흥민은 10년 동안 토트넘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고, 위고 요리스가 떠난 뒤 주장을 맡았다. 하지만 결승전에선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가 있다. 손흥민은 2019년 리버풀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패배를 겪은 마지막 토트넘 선수로 케인, 에릭 다이어, 키어런 트리피어 같은 선수들이 다른 곳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제 그는 자신의 충성심이 보상받길 바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토트넘을 떠난 선수들은 대부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케인과 다이어는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서 김민재와 함께 마이스터샬레(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고, 트리피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하자마 라리가 우승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루카스 모우라와 후안 포이스, 탕귀 은돔벨레,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사례가 무수하다.
이제는 정말 손흥민의 차례다. 텔레그래프는 "6년 전 케인이 도박할 만한 가치가 있던 것처럼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가 믿어야 할 슈퍼스타다. 토트넘은 데얀 쿨루셉스키가 빠지면서 창의성이 부족하지만, 손흥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선수다. 그는 토트넘에 부족한 리더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데이터만 봤을 때는 손흥민을 선뜻 택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토트넘은 손흥민이 출전한 45경기에서 승률 40%를 기록했다. 반면 손흥민이 빠진 13경기에서는 승률이 53.9%로 더 높았다.
히샬리송은 그 반대다. 토트넘은 올 시즌 그가 뛰었을 때 승률은 45.5%였지만, 그가 없는 36경기에선 승률 41.7%에 그쳤다. 게다가 손흥민은 최근 17경기에서 단 1골밖에 넣지 못했고, 히샬리송은 최근 17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활동량과 수비 가담 면에서도 히샬리송이 꿀리지 않는다.
그러나 손흥민이 빠졌을 때는 토트넘의 핵심 선수들도 여럿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었기에 단순한 승률 비교는 옳지 않다. 게다가 히샬리송이 득점한 건 대부분 왼쪽 윙어가 아니라 최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을 때였다. 왼쪽 날개 자리에서는 손흥민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많다.
텔레그래프 역시 데이터를 맹신하지 말고 손흥민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6년 전 케인보다 더 나은 컨디션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빌라 파크에서 긍정적인 조짐이 보였다. 그는 예전보다 더 빠르고 날카로워 보였으며 골을 넣을 뻔하기도 했다"라며 "무엇보다 손흥민은 거의 우승할 뻔했던 선수로 커리어를 마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는 토트넘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와 리그컵 결승에서 패했고, 한국 대표팀에서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에겐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2026년 여름 토트넘과 계약이 만료되는 그는 당장 다음 시즌 미래도 불투명하기 때문. 게다가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는 토트넘이 다음 시즌에도 우승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가능성은 적다. 토트넘은 곧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계획이다.
텔레그래프는 "손흥민은 나이와 다음 시즌 계약 만료를 고려했을 때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토트넘에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회처럼 느껴진다'라고 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 할 상황일지도 모른다. 포스테코글루는 마음이 이성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고 손흥민에게 충성스러운 토트넘 전설이 될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영국 '풋볼 런던'의 알라스데어 골드 기자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손흥민의 퍼포먼스에서 우리가 좋아했던 그 모습이 아주 약간, 곳곳에 보였다. 많지는 않았지만, 상대 수비를 제치는 스프린트나 하프라인부터 시작된 질주 등에서 예전의 손흥민을 떠올릴 수 있었다"라며 손흥민의 컨디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골드는 "이번 시즌 그처럼 속도를 끌어올리는 장면을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이는 발 부상이 꽤 오랜 시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도 이날은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런 모습이라면 당연히 왼쪽 윙으로 기용해야 한다. 아니면 10번 자리도 좋다. 어떤 포메이션이든 손흥민은 무조건 선발이어야 한다"라고 확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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