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김혜성(26)이 LA 다저스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최고의 선수들이 있는 최고의 팀이란 점이었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기대 이상 적응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최고의 선수들이 곁에 있어 가능했다.
김혜성은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 2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최근 2경기 연속 무안타 침묵이었다.
하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16경기 타율 3할7푼8리(37타수 14안타) 1홈런 5타점 출루율 .410 장타율 .486 OPS .897로 여전히 좋다. 표본이 크게 쌓인 건 아니지만 9타석 연속 출루로 임팩트를 보여주면서 크리스 테일러 방출과 함께 로스터 잔류에 성공했다.
김혜성은 주로 9번 타순에 들어선다. 1번 타자 오타니 쇼헤이(31) 앞에서 치다 보니 상대가 승부를 피할 수 없고, 그 효과를 김혜성이 제대로 보고 있다. 9번 타순에서 타율 4할5푼5리(22타수 10안타) 1홈런 4타점 출루율 .500 장타율 .636 OPS 1.136로 엄청난 타격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사진]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홈런을 친 뒤 김혜성의 환영을 받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5/21/202505212038774796_682deca5d638a.jpg)
다저스 전담 방송사 ‘스포츠넷LA’ 중계진도 21일 애리조나전에서 이 점을 언급했다.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혜성이 타석에 나오자 사이영상 출신 해설가 오렐 허샤이저는 “이런 상황에선 타자들이 보통 장타나 홈런을 노리곤 한다. 하지만 지금 대기 타석에 오타니가 있기 때문에 김혜성보다 파워가 있는 타자라도 리드오프처럼 생각하고 어떻게든 오타니에게 기회를 넘겨주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캐스터 스티브 넬슨은 “김혜성은 지금까지 모든 구종에 잘 대응하고 있다. 유인구에 쫓아가는 스윙도 몇 번 있었는데 원래 스카우팅 리포트에도 나와 있는 부분이다. 다저스도 김혜성을 영입할 때 그 점을 알고 있었다”며 “오타니 앞 9번 타순에 두면 더 많은 스트라이크를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는 말로 오타니의 존재를 염두에 둔 영입이라고 설명했다.
이 타석에서 김혜성은 볼카운트 2-2에서 애리조나 우완 선발 라인 넬슨의 5구째 바깥쪽 낮은 시속 95.7마일(154.0km) 포심 패스트볼에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넬슨 캐스터는 “삼진을 당한 공은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왔고, 김혜성도 알고 있었다”며 유인구에 당한 삼진이 아니라는 것에 의미를 뒀다.
![[사진]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운데)가 홈런을 친 뒤 김혜성의 환영을 받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5/21/202505212038774796_682deca6975e9.jpg)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 오타니도 효과를 보고 있다. 김혜성의 9득점 중 5득점이 오타니가 타점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홈런 4개, 2루타 1개로 오타니의 장타로 김혜성이 올린 득점이 하나의 득점 공식이 됐다.
김혜성 콜업 전까지 누상에 주자가 잘 모이지 않아 30경기에서 7홈런 10타점에 그쳤던 오타니는 김혜성 콜업 후 17경기에서 10홈런 21타점으로 ‘타점 혈’이 뚫렸다. 아무래도 발 빠른 김혜성이 1루에 나가면 상대 배터리도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이런 부분에서 오타니도 어느 정도 김혜성 덕을 보고 있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오타니는 같은 아시아 선수이자 같은 에이전시를 두고 있는 김혜성을 각별하게 챙긴다. 장난을 치면서 분위기 적응에 도움을 주고, 경기 중에도 김혜성에게 조언을 건네는 모습이 보인다. 최고 선수의 우산 효과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연착륙했으니, 김혜성으로선 다른 오퍼를 뿌리치고 다저스에 오길 참 잘했다. /waw@osen.co.kr
![[사진] LA 다저스 김혜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5/21/202505212038774796_682deca73a3d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