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도 잘하는 4번 타자니까, 팀에 굉장히 고마움을 주는 선수다.”
한화 이글스의 4번 타자 노시환은 김경문 감독이 여러 방면에서 기여도를 인정하고 있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한방을 때려낼 수 있는 4번 타자로서, 그리고 내야를 굳건하게 지켜주는 주전 3루수의 역할까지 맡고 있다. 노시환 자체가 팀 전력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존재다.
이런 노시환이 침묵하고 있다. ‘거포’ 노시환의 트레이드마크인 홈런이 사라졌다. 지난 2일 광주 KIA전, 연장 11회 결승 솔로포로 시즌 10번째 홈런을 때려낸 이후 15경기 연속 홈런이 실종됐다. 12연승 기간에도 노시환은 안타와 타점을 생산해냈지만 정작 홈런은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12연승이 끝난 뒤에는 팀 전체의 떨어지는 타격 사이클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노시환 역시 타격 페이스가 확 떨어졌다. 지난 14일 대전 두산전부터 17일 SSG와의 대전 더블헤더 1차전까지 3경기 연속 침묵했다. 17일 더블헤더 2차전과 18일 경기 안타를 신고했지만 20~21일 울산 NC전에서는 다시 침묵 중이다. 12연승이 끝난 13일부터 21일까지, 8경기 타율 1할3푼8리(29타수 4안타) 2타점 OPS .437에 그치고 있다.
노시환이 한 방을 터뜨려주지 못하자 팀 타선의 득점력도 전체적으로 저하됐다. 지난 주부터 치른 8경기 18득점, 경기 당 2.25득점에 불과하다.
침묵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수비 소화를 들 수도 있다. 올 시즌 노시환은 팀이 치른 48경기 중 47경기에서 모두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현재 417이닝으로 리그 전체 야수들 가운데 최다 수비 이닝을 기록 중이다. 김경문 감독이 노시환에게 고마워 하는 이유다.

김경문 감독은 “(노)시환이는 항상 괜찮다고 한다. 수비를 안하면서 타격을 하려고 하는 선수가 거의 95%인데, 시환이의 장점은 수비를 하면서 치겠다고 한다. 수비도 잘하는 4번 타자니까 팀에 굉장히 고마움을 주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지난 21일 울산 NC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타순은 4번 타자. 김 감독은 “내가 알기로는 수비를 거의 전 경기 다했다. 한 번 정도 빠진 기억이 있다”라며 “오늘 지명타자 자리에서 좋은 타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노시환의 침묵은 이어졌다. 2회 첫 타석 유격수 땅볼, 4회 두 번째 타석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2-4로 뒤집히고 맞이한 6회에는 3번 타자 문현빈이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 무사 1루 기회가 마련됐지만 노시환은 3루수 병살타를 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여전히 2-4로 격차가 유지 중이던 8회에도 노시환 앞에 밥상이 차려졌다. 1사 후 플로리얼의 중전안타, 하주석의 볼넷으로 1사 1,2루 기회가 생겼다. 문현빈이 우익수 방면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향하며 잡했다. 2사 1,2루에서 노시환이 들어섰다. 노시환은 NC 배재환과 끈질기게 승부했다. 무려 10구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고개를 숙였다. 결국 한화는 8회말 추가 실점 하면서 2-5로 패했다.
기여도는 모두가 인정하고, 또 부진하다고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공수에서 대체불가다. 결국 노시환이 지금의 고비를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다시 한 번 한화는 노시환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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