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대투수라는 별명이 붙었나보다. 1회말 나오지 말아야할 야수 실책이 2개나 나오며 3점을 내줬지만, 양현종은 실책한 후배들을 감싼 뒤 자신을 향해 돌을 던졌다. 그 전에 만루 위기에 처하지 않았더라면 실책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품격 있는 인터뷰와 함께 말이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토종 에이스 양현종은 지난 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6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4피안타 3볼넷 4탈삼진 3실점(비자책) 86구 투구로 시즌 3승(4패)째를 올렸다. 부상자 속출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팀의 2연패 탈출을 이끈 값진 호투였다.
양현종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난 항상 똑같은 마음이다. 상황이 좋은 안 좋든 경기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김)태군이 리드가 워낙 좋았고, 득점 지원도 잘해줬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양현종의 출발은 불안했다. 2점의 리드를 안고 1회말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만루 위기에서 2루수 윤도현의 뜬공 포구 실책, 3루수 김도영의 1루 악송구로 의도치 않게 2-2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배정대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했는데 3루가 아닌 2루에서 먼저 베이스 터치가 이뤄지면서 인플레이 상황이 이어졌고, 그 사이 장성우에게 역전 득점을 내줬다.
윤도현, 김도영 모두 양현종보다 무려 15살 어린 타이거즈의 미래다. 양현종은 “어찌 됐건 내가 마운드에 있을 때 내준 점수다. 물론 수비 실수가 있었지만, 그 앞에 내가 안타를 맞고 볼넷을 내줬기 때문에 만루가 된 것이다. 만일 내가 그런 상황을 안 만들었다면 실책이 안 나왔을 것으로 본다. 누구 탓하지 않고 나 스스로를 더 반성했다”라고 182승 대투수의 품격을 뽐냈다.

그러면서 “난 투수이기 때문에 야수 쪽까지 개입하는 건 야수들이 분명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으로 본다. 야수진은 팀에 (최)형우 형도 있고, (박)찬호도 열심히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안 그래도 1회 끝나고 찬호가 야수진을 모아서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이야기를 하더라. 어린 선수들이나 경험 없는 선수들에게 조금 더 잘 와닿았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4월 한 달 동안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24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양현종. 그러나 5월은 다르다.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6이닝 1실점으로 첫 승으로 반등 계기를 마련하더니 5월 4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1.88의 호투 속 대투수의 면모를 되찾았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양현종은 “내 마음이다. 4월에는 아무래도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 안 좋은 결과를 많이 생각했는데 5월이 돼서 몸도 컨디션도 다 올라왔고, 승리를 하면서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4월에는 공을 던졌을 때 ‘안타 맞으면 어쩌나’, ‘볼넷이 되면 어쩌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KIA는 나성범, 패트릭 위즈덤, 김선빈 등 핵심 자원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디펜딩챔피언답게 5할 승률 근처에서 호시탐탐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이범호 감독은 부상자들이 웬만하면 돌아오는 6월부터 치고 올라가는 이른바 ‘6치올’을 꿈꾸고 있다.
양현종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부상 선수가 다 돌아온다면 감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전력이 세다고 생각한다. 지금 용병, 중간투수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만 더 버텨주면 그만큼 이기는 점수를 낼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여기 있는 선수들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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