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날씨에 햇살이 뜨겁던 지난 20일, 잠실구장의 한켠에서는 한 선수가 벌겋게 상기된 땀에 젖은 얼굴로 묵묵히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 2년차 내야수 임종성.
경북고 출신의 우투우타 내야수 임종성은 2024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1군 경험은 고작 1경기였지만, 올해는 지난 2일 1군 콜업 후 3루수로 기회를 받고 있다.
SSG 랜더스와 주중 3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훈련에서 임종성은 스스로의 차례가 아님에도 계속해서 배트를 돌렸다. 이를 지켜보던 이영수 타격코치는 “더그아웃에 앉아 조금 쉬어라"며 말렸고, 모자를 벗고 땀을 식히라 권유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더그아웃에서도 배트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날 임종성은 9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2회 실책을 범하고 4회말 교체되며 다소 아쉬운 경기를 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끝이 아니었다.


22일, 그는 땀의 보상을 받는 인생경기를 만들어냈다.
8회말 2사 만루, 팀이 2-4로 끌려가던 절체절명의 순간. SSG 필승조 김민을 상대로 볼카운트 2B-1S에서 149km 바깥쪽 싱커를 받아쳐 비거리 110m의 통쾌한 우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그라운드를 돌며 포효한 그는 더그아웃에서 박석민 코치의 등에 업혀 '어부바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4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 1득점 맹활약. 두산은 5연패 탈출.
임종성은 시즌 타율은 0.257에 머물지만, 득점권 타율은 0.364로 치명적인 결정력을 자랑한다.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연장 11회 2사 2루에서 결승 2루타를 쏘아 올린 데 이어, 전날의 그랜드슬램까지. 팬들은 이제 ‘임종성’이라는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임종성은 “겨울부터 준비를 많이 했는데 내가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이제 조금씩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더 잘 준비하려고 한다. 지금 내야에서 부상선수가 나와서 나에게 기회가 온 것도 운이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잘 잡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경기를 바꾸는 한 방의 힘, 그것이 '연습벌레' 임종성의 진짜 무기다./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