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청주구장에서 제2홈경기를 치르지 않기로 했다. 청주구장의 열악한 환경과 시설 미비로 인한 부상 위험, 팬 불편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화는 최근 청주시에 공문을 보내 청주구장에 경기 배정이 어렵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보냈다. 한화는 청주구장의 시설에 따른 선수 부상 위험, 경기력 저하, 팬 편의성 및 접근성의 어려움 등이 그 이유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성적과 상관 없이 열정적으로 응원해준 청주 팬들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압박하며 한화의 청주 홈경기 배정을 요구했다.
한화가 연고도시 외 지역 팬서비스 및 저변 확대 차원에서 청주구장에서 제2홈경기를 치렀으나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청주시에서는 예산을 들여 야구장 정비에 나섰다고 하지만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만에 하나 부상이라도 입게 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더욱이 한화의 새 홈구장인 대전한화생명볼파크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모든 면에서 청주구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그렇기에 한화 입장에서 청주 홈경기를 치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청주 팬들을 외면했다는 주장은 청주시의 일방적인 주장에 가깝다.

한화의 이 같은 결단은 삼성 라이온즈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12년부터 포항구장을 제2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삼성도 한화의 사정과 다를 바 없다. 삼성은 지난 13일부터 3일간 포항구장에서 KT 위즈와 주중 3연전을 치렀다. 8연패 사슬을 끊어내는 등 2승 1패 위닝 시리즈를 장식했지만 낙후된 시설 등이 또다시 논란이 됐다.
지난 13일 경기 도중 전광판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비디오 판독 요청에 리플레이 장면이 전광판에 그대로 나와야 하는데 오른쪽 상단이 깨진 상태로 표출됐다. 심판진은 관중들에게 비디오 판독 진행과 사유를 고지해야 했으나 스피커에 심판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았다.
이날 중계를 맡은 이택근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전광판 오작동에 “이런 점은 보완해야 한다. 스피커도 제대로 안 들린다.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삼성 주장 구자욱도 “시설이 아쉽다. 개선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좀 어두운 느낌이고 전광판 상태도 좋지 않다”고 포항구장의 열악한 시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라운드 상태는 여전히 안 좋다. 불규칙 바운드로 인해 실책이 나오는 건 예삿일. 경기력 저하는 물론 부상 위험도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포항구장은 1,3루 흡연실 이외에 모든 장소가 금연 구역이나 포항구장 전광판 송출 관계자가 경기 중 중계부스 바로 옆에서 흡연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포항구장 내 매점의 바가지 장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캔맥주와 컵라면의 가격은 편의점 판매 가격보다 2배 이상 비쌌다.
해마다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1년에 몇 경기 치르지 않는데 많은 돈을 들이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삼성도 포항구장에서 제2홈경기 치르는 걸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포항 홈경기 대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포항시의 날’ 이벤트를 여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불편하고 위험한 경기 환경에서 억지로 경기를 치를 이유는 없다. 진정한 지역 팬서비스란, 선수와 팬 모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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