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장정석 항소심도 무죄, 어떻게 격려금이 청탁 댓가 뒷돈으로 둔갑했나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5.05.30 17: 40

어떻게 격려금이 청탁 댓가 뒷돈으로 둔갑했을까?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 입점한 대형 커피전문업체 소유주 김 모씨는 자수성가한 기업가이다. 국내 굴지의 부동산 개발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고향이 전북 익산이다. 당시 대부분 호남 사람들이 그렇듯  군상상고와 광주일고 등 고교 야구에 열광했고 자연스럽게 타이거즈의 팬이 됐다. 지금도 전국 어디든 타이거즈 경기가 열리면 달려간다. 
2022년 중반 지인의 소개로 김종국 감독을 만나 교류를 시작했다. 선수단이 수도권 원정에 나서면 커피 업체의 음료와 베이커리를 지원했다. 응원차 인천 문학구장을 방문해 선수단 격려금 명목으로 6000만 원을 김 감독에게 건넸다. 그 해 10월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자 KT 위즈와 1차전이 열린 수원구장을 찾아 또 1억 원의 축하 격려금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장정석 단장도 함께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OSEN DB

소유주는 타이거즈를 후원하고 싶은 마음에 김 감독의 소개로 구단과 정식으로 선수단 유니폼 견장 광고 스폰서 계약도 맺었다. 그때까지 구단은 견장 광고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펜스 광고까지 확대 계약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액 수준의 계약이었다. 선수들을 위해서는 홈런존을 설치했고 매주 타격, 투수, 수비까지 MVP도 뽑아 상금을 수여했다. 
갑자기 작년 1월 말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충격적인 뉴스가 터졌다. 검찰이 구단 광고 청탁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김 감독과 장 전 단장을 소환한 것이다. 검찰은 포수 박동원에게 FA 뒷돈을 요구한 혐의로 장 전 단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계좌를 들여본 결과 출처 불명의 수 천만 원을 발견했다. 절친했던 김 전 감독까지 수사가 확대됐고 역시 뭉칫돈이 들어있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OSEN DB
소유주 김씨가 격려금으로 건넨 돈이었다. 이 돈을 선수단에 나누어 주지 않고 두 사람이 그대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구단 광고 청탁의 댓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며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을 배임수재혐의, 돈을 건넨 김 모씨는 배임증재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선수단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준 단순한 격려금이다. 프로야구단 스폰서 광고가 청탁을 통해 하는 구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1심과 2심 재판부에서 모두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10월4일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 김모씨까지 모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해 다시 재판이 진행됐고 지난 29일 서울고법 형사13부는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건넨 돈의 표현이나 수수 형식, 경위를 볼 때 KIA 구단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지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청탁을 위해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에게 돈을 건넬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만일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이 격려금을 받아 선수단에게 주었다면 법정에 설 필요가 없었을 일이었다. 김 전 감독은 경질됐고 이후 잘못을 통감하고 김씨에게 돈을 돌려주었다. 지리한 법정 다툼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관련자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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