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투수 송승기(23)가 내로라하는 투수들을 제치고 리그 국내 선수들 중 평균자책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송승기는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7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만 맞고 2볼넷 1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처음 던진 고척돔 마운드가 낯설어 1회 투구 수 20구를 던졌는데, 금방 적응하며 2~5회는 43구로 끝냈다. 5회까지 단 1안타만 맞았고, 6회 2사 후에 처음으로 2루 진루를 허용했다. 송승기의 호투를 발판으로 LG는 7-2로 승리했다.
송승기는 시즌 7승째를 기록하며 다승 공동 4위다. 평균자책점을 2.30으로 낮췄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20⅔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 폰세(2.20), SSG 앤더슨(2.28)에 이어 평균자책점 3위가 됐다. 국내 투수 중에선 KT 소형준(2.43), 삼성 원태인(2.68)을 제치고 1위다.

혜성처럼 등장한 특급 좌완이다. 송승기는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 8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차명석 단장은 송승기의 지명 뒷얘기로 “솔직히 그때 송승기가 누군지도 몰랐다. 3~4라운드 정도만 신경쓰고 하위 라운드는 잘 모른다. 백성진 스카우트팀장이 9라운드에서 송승기를 뽑겠다고 했다. 왼손으로 투구폼이 좋다고 해서 뽑자고 했다”고 말했다.
LG에 입단해 1군 경험은 2022년 7경기(8⅓이닝)를 던졌고, 2023년 군대 가기 전에 1경기(1이닝) 던진 것이 전부였다. 모두 구원투수로만 던졌다. 2군에서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던졌다. 경헌호 투수코치(현 SSG)가 송승기의 잠재력을 일찍 알아챘다. 경헌호 코치는 '송승기를 빨리 군대를 보내고 돌아오면 선발로. 키워야 한다'고 건의했다.
송승기는 지난해 상무에서 선발로 20경기(104⅔이닝) 11승 4패 평균자책점 2.41, 탈삼진 121개를 기록하며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3관왕을 차지했다. 직구 최고 구속도 입대 전 144km에서 148km까지 빨라졌다.

염경엽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송승기를 일찌감치 5선발로 낙점했다. 상무에서 스텝업을 이룬 송승기의 트래킹 데이터에서 성공 가능성을 봤다. 염 감독은 "데이터가 (1군에서) 된다고 봤다. 트래킹 데이터를 보면 승기는 RPM이 좋고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나다. 직구 구속이 145km라도 안 맞고 파울이 많다. 똑같은 145km라도 승기는 데이터가 좋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왼손 투수로 최고 150km를 던지지만 송승기는 탈삼진 18위(67개)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폰세(119탈삼진)와 앤더슨(108탈삼진)은 탈삼진 1~2위다. 그럼에도 송승기의 공은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들다. 송승기의 피안타율은 .194로 리그 2위다. 1위는 폰세(.182)다. 염 감독의 설명처럼 송승기의 공은 같은 구속이라도 다르다.
송승기는 3월 27일 한화 이글스 상대로 첫 선발 데뷔전을 치렀고, 잠실구장 만원 관중(2만3750명) 앞에서 7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환상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1군에서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지만, 지난해 상무에서 한 시즌을 선발로 뛴 경험이 있어 잘 적응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롯데전(5이닝 3실점), 나흘 쉬고 5월 25일 SSG전(6⅔이닝 무실점)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처음으로 화-일, 일주일 2번 등판이었다. 8일을 쉬고 지난 3일 NC전(6이닝 무실점), 나흘 쉬고 8일 키움전(7이닝 무실점)에서도 또 일주일 2승을 기록했다.
송승기는 8일 키움전 승리 후 “내가 던지기 전에 항상 팀이 연패가 걸려 있었는데, 형들도 오늘 ‘진짜 네가 해줘야 된다’고 말했다. 그런 걸로 부담갖지 않고 내 할 거를 하다 보니까 결과도 좋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요즘은 변화구 제구가 좀 많이 좋아져서 좀 쉽게 가는 것 같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빨리 만들다 보니까 더 쉽게 승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균자책점 국내 1위가 됐다는 얘기에 송승기는 “진짜요”라며 놀라며 “아직 시즌 중반도 안 됐고, 이렇게 끝까지 유지하면 좋겠지만, 한 번 이렇게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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