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토트넘)의 빈자리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 예선 B조 10차전에서 쿠웨이트와 맞붙어 4-0으로 완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월드컵 예선을 무패로 마감했다.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북중미 월드컵 2, 3차 예선을 11승 5무로 마무리하며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 이후 15년 만의 업적이다.
이미 한국은 지난 6일 이라크 원정에서 김진규와 오현규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두며 5승 4무(승점 19)로 조 2위 이상을 확정,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지었다. 이번 경기가 4-0 완승으로 끝나면서 본선행을 확정한 대표팀이 홈 팬들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 됐다.
한국은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오현규가 홀로 득점을 노렸고 배준호-이강인-전진우가 공격 2선에 섰다. 황인범-원두재가 중원을 채우고 이태석-이한범-김주성-설영우가 포백으로 나섰다. 골문은 이창근이 지켰다.
쿠웨이트도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아흐메드 잔키가 최전방에 자리했고 카랄 알카이시-자셈 알무타르-아흐메드 알데피리가 공격 2선에 나섰다. 유세프 마제드-압둘와함 알아와디가 중원에 섰고 파하드 알하제리-레다 하니-메사리 가넴-모하메드 칼레드가 포백을 세웠다. 골키퍼 장갑은 술라이만 압둘가푸르가 꼈다.

손흥민이 선발에서 빠졌으나 빈자리는 크지 않았다. 손흥민에게 쏠렸던 수비가 이강인에게 집중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기우였다. 양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전진우와 배준호가 계속해서 상대 박스 근처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자연스럽게 수비가 분산됐고, 이강인은 공을 잡은 뒤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양쪽 측면으로 공간을 열었다.
전반전에만 5개의 기회 창출을 기록한 이강인은 후반 6분 배준호의 패스를 받아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직접 상대의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이강인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한국은 곧바로 기세를 올려 한 골을 추가했다. 황인범의 패스를 배준호가 머리로 떨궜고 이를 오현규가 실수 없이 골로 연결했다. 뒤이어 전반 11분엔 오현규가 다시 한 번 골대를 때리기도 했다.
이 경기 배준호의 선발 출격도 눈에 띄었다. 그는 원래 이번 6월 A매치에 발탁되지 않았지만, 지난 7일 갑작스레 추가 발탁됐다. 이민성 감독이 지휘하는 22세 이하(U-22) 대표팀 소집 중이던 배준호는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홍명보 감독은 공항 귀국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무리하게 기용할 상황이 아니라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왼쪽 날개가 주 포지션인 배준호를 대체 발탁도 아닌 추가 발탁한 이유다.

실제로 이번 경기 손흥민은 벤치에 앉았고, 배준호가 왼쪽 윙어로 선발 출격했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배준호는 경기 내내 쿠웨이트 수비진을 휘저으며 손흥민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배준호는 초반부터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며 이강인과 부지런히 공을 주고받았고 저돌적인 돌파로 쿠웨이트 수비를 괴롭혔다. 배준호를 막으려다가 거친 반칙을 범하며 경고를 받은 쿠웨이트 선수가 전반에만 두 명이 나왔다.
배준호와 이강인의 호흡은 후반전에 더욱 빛났다. 그는 후반 6분 침투하는 이강인을 향한 좋은 패스를 찔렀고 이강인은 예리한 슈팅으로 득점을 만들었다. 또한 배준호는 후반 9분 오현규에게 떨궈준는 헤더로 순식간에 2도움을 작성했다.
어느덧 만 32세가 된 손흥민. '슈퍼스타' 손흥민 없는 대표팀의 미래도 걱정만큼 암울하진 않을 전망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