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소녀시대이자 배우 서현이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KBS2 새 수목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극본 전선영, 연출 이웅희 강수연, 기획·제작 스튜디오N, 몬스터유니온, 이하 남주의 첫날밤)에서는 웹소설 ‘폭군님은 집착광공’만이 삶의 낙인 히키코모리 K(서현 분)가 최애 웹소설 속 병풍 조연 차선책(서현 분)이 되었다.

K의 삶은 어두컴컴했다. 배달 음식조차 눈치를 보며 몰래 받은 후 최애 웹소설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의 핸드폰을 두드리는 건 빚 독촉 문자, 아르바이트 해고 문자, 면접 실패 등 취업 실패를 알리는 문자의 향연이었다. 그를 찾는 SNS 친구는 없고, 다양한 삶의 아름다움을 장식한 피드에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K는 이내 계정을 삭제한다.
빛을 오래도록 보지 못했는지 입술조차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에 수더분한 머리, 그리고 뿔테 안경과 목이 다 늘어난 트레이닝 복을 걸친 K는 자신의 최애 웹소설 '폭군님은 집착광공'이 연재 중단을 알리자 실의에 빠지며 술에 취해 잠든다. 이어 눈을 뜬 그의 세상에는 고운 향기가 풀풀 날릴 것 같은 양갓댁 규수의 아늑한 방 안이었다.
K는 자신이 차선책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몸종 방울이(오세은 분) 덕분이었다. 방울이 손에 이끌려 가족 아침 식사에 간 그는 더욱 얼떨떨해졌다. 아버지 영의정 차호열(서현철 분), 어머니 정경부인 윤덕중(윤유선 분)의 온화한 웃음과 함께 다정다감하다 못해 팔불출인 오라비 셋이 차선책을 애지중이 귀여워하기 때문이었다.

차선책은 “이렇게 비싼 걸 남기면 안 되죠”라며 “아, 농부와 어부의 피땀이 녹아든 밥상인데 남기면 안 되죠”라면서 밥그릇을 싹싹 비웠다. 그는 이곳이 꿈인지, 생시인지 생각했다. 심지어 차호열은 오늘 밤 열리는 사교 모임 다홍회에 한껏 꾸미라며 거액의 돈꾸러미까지 주는, 능력 있고 명예 있고 다정한 아버지였다.
차선책은 “가만히 있어도 꾸며주고, 입혀주는 이 삶이 단역의 삶이라고?”라고 말하더니 “그럼 땡큐지! 여기서 왜 나가?”라며 환호했다.
무엇보다 이곳은 최애 웹소설 공간이었다. 다정하고 싹싹하며 불굴의 역경을 이겨내는 여주 조은애(권한솔 분)와 그를 사랑하는 다정한 서브 남주 정수겸(서범준 분), 그리고 왕실의 사냥개라 불리는 남자주인공 경선군 이번(옥택연 분)의 사랑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그를 자극시켰다.

조연의 조연도 못 되는 처지였으나, 차선책은 최애 여주 조은애가 양갓댁 여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자 그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현대 문물인 폭탄주 제조를 해냈다. 온갖 술 섞는 기술을 현란하게 뽐내는 손길은 마치 호텔의 바텐더 같기도 했고, 회식 자리의 인기 탑을 차지하는 인싸의 느낌을 보여주었다. 이런 차선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어느새 장안에 소문이 퍼져 다관 앞에는 인산인해로 그의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들끓었다.
그렇게 즐겁게 마신 술은, 고운 양갓댁 규수 차선책을 주정뱅이처럼 만들었다. 그래도 그는 사랑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남자주인공 이번의 벗은 가슴과 맞닥뜨리고 나서야, 그에게서 “어젯밤에 그대가 실컷 괴롭혀놓고서는. 새삼스럽게”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찬물을 뒤집어 쓴 표정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 여전히 꿈이 아니었고, 여전히 현실이었다./osen_jin0310@osen.co.kr
[사진] KBS2 새 수목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