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화 규정을 또 다시 어기고도 중징계를 피했다. 광주FC가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넘어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2일 제4차 상벌위원회를 열어 "광주 구단에 제재금 1,000만 원과 선수 영입 금지 1년 징계를 부과했다. 단, 선수 영입 금지의 경우 징계결정 확정일로부터 3년간 집행을 유예한다"라고 발표했다.
연맹 상벌위의 집행 유예 조건은 두 가지다. 광주가 2027년 회계연도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거나 혹은 집행유예 기간 내에 연맹 재무위원회가 지난 2월 5일 승인한 재무개선안을 미이행할 경우 즉시 제재가 집행된다.
광주가 위와 같은 징계를 받게 된 이유는 바로 지속적인 재정건전화 규정 위반이다. 연맹은 "광주는 재정건전화 제도 시행 전인 회계연도 2022년도에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으며, 재정건전화 제도 시행 이후 회계연도 2023년에도 14.1억 원 손실로 순익분기점 지표를 준수하지 못했다. 또한, 구단이 제출한 재무개선안을 이행하지 못해 자본잠식이 더욱 심화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후 광주는 회계연도 2024년에도 23억 원 손실로 손익분기점 지표를 재차 미준수했고, 구단이 제출한 재무개선안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광주는 2024-2025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참가에 따른 전력 강화 목적으로 2024년도 선수 인건비 상한을 증액하기 위해 수익을 과대 계상하여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실제로 대규모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라고 덧붙였다.

광주의 불안한 재정은 이전부터 문제가 돼 왔다. 광주는 2024년 초에도 과대 계상한 예산안을 냈고, 이 부분이 적발되면서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제재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이정효 감독은 작년 9월부터 열린 2024-2025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도 기존 선수단으로만 치러야 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 연맹은 지난해 11월 K리그 1, 2 구단 중 유일하게 광주에만 2024년 가결산과 2025년 예산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광주는 다시 한번 재정건전화 규정을 위반하면서 결국 최초로 상벌위에 회부되는 불상사를 피하지 못했다. 현재 연맹에 따르면 광주는 41억 원에 달하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K리그 상벌규정 유형별 징계 기준 제11조에 따르면 재정건전화규정 및 세칙을 위반할 경우 경고, 제재금 부과, 승점 감점, 선수 영입 금지, 하부리그 강등 조치의 징계를 부과할 수 있다. 광주는 이미 한 차례 경고도 있었던 만큼 합당한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결과는 벌금 1000만 원에 그쳤고, 선수 영입 금지 1년마저 3년의 유예 기간을 받았다. 지금 시점에서 광주에게 주어진 페널티는 사실상 고작 벌금 1000만 원뿐이다. 이미 규정을 지키지 않았지만, 또 위반하지만 않으면 벌금만 내고 넘어갈 수 있는 것.
당연히 팬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K리그의 재정건전화 규정의 무게감이 크게 추락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돈을 사용해도 큰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할 수도 있다.
K리그 또한 다른 리그들과 마찬가지로 투자가 성적과 직결되기 십상인 만큼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이정효 감독과 광주 선수단이 열악한 환경을 딛고 여러 성과를 만들어 낸 건 맞다. 그러나 재정건전성 규정을 어기게 될까 봐 허리띠를 졸라맸던 다른 팀들 사이에선 형평성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K리그는 강등과 파이널 라운드 분리가 존재하는 구조다. 규정 내에서 팀을 운영하다가 하위권으로 떨어진 못한 팀, K리그2로 추락한 팀들은 이번 사례를 보고 허탈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극단적으로는 벌금을 낼 각오로 재정건전성 규정을 어기면서 성적을 내겠다는 팀이 나와도 할 말이 없다. 이 같은 솜방망이 징계는 리그 형평성과 신뢰도를 해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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