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선택만 남았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10년을 활약한 손흥민(33)이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튀르키예행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영국 '야드 바커'는 15일(한국시간) "손흥민은 페네르바체의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며,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적시장에 정통한 튀르키예 기자 야기즈 샤분주오쿨루 역시 "조세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을 직접 만나 영입을 추진 중이며, 선수 본인도 이적에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페네르바체는 단순한 빅클럽이 아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 광적인 팬덤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갖춘 명문 구단이다. 최근에는 라이벌 갈라타사라이의 거침없는 영입 행보에 밀리며 리그 우승을 놓쳤지만, 올여름 무리뉴 감독을 선임하며 반격을 준비 중이다. 이 반격의 중심에 손흥민이 있다. 손흥민은 무리뉴 감독 체제 하에서 70경기 29골 25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무리뉴 감독이 "토트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극찬한 인물이 바로 손흥민이다.
페네르바체는 손흥민에게 '미친 제안'이라 불릴 정도의 파격적인 연봉 패키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연봉을 상회하는 조건은 물론,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손흥민이라는 이름은 튀르키예 축구의 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다. 실제로 갈라타사라이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린 르로이 자네를 영입한 데 이어, 손흥민이 페네르바체로 이적할 경우 수페르리그는 명실상부한 '별들의 전쟁'이 된다.
토트넘과의 이별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손흥민은 10년 동안 토트넘에서 헌신했고, 주장 완장을 찼으며,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트로피도 들어 올렸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토트넘은 새로운 감독 토마스 프랭크 체제 하에서 세대교체를 꾀하고 있으며, 마티스 텔의 완전 영입 등으로 공격진 재편에 착수한 상태다. 계약 기간이 2026년 여름까지 남아있지만, 구단은 이번 여름이 이적료를 회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손흥민 역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우디 이적설을 일축하던 그였지만, 최근 인터뷰에서는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는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본인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는 방증이다. 이제는 더 이상 리그 중위권을 맴도는 팀에서 자신의 마지막 전성기를 보내기보다는, 확실한 목표를 향해 도전할 무대를 원할 수 있다.
페네르바체는 그 무대를 제공할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이라는 익숙한 사령탑,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그리고 압도적인 지원과 관심까지. 무엇보다 손흥민에게 '에이스'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지금의 토트넘에서는 리더십과 상징성 외에 전술적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면, 페네르바체에서는 다시 한번 팀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페네르바체가 손흥민을 통해 노리는 효과는 단순한 전력 보강이 아니다. 구단의 상징으로서, 글로벌 마케팅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터키 리그 전체의 위상을 바꾸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손흥민 개인에게도, 구단에게도, 그리고 튀르키예 축구 전체에게도 '윈-윈-윈'인 셈이다.
이제 선택은 손흥민의 몫이다. 익숙한 무대에서의 잔류냐, 새로운 도전에서의 비상이냐. 모든 조건이 갖춰진 지금 손흥민에게는 무리뉴 감독의 부름에 답을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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