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령탑 경질에 '레전드 소환'...네티즌들은, 'Why NOT 신태용-서정원' 대노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06.17 23: 59

“사령탑 공백에 마찬가지로 레전드 카드다". 중국 축구가 또다시 ‘임시방편’을 꺼냈다.
중국 매체 ‘소후닷컴’은 15일(한국시간) “정즈(44) 대표팀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내달 한국에서 열리는 2025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23년째 본선 문턱을 넘지 못한 중국 축구가, 또 한 번 ‘내부 승진’이라는 돌파구에 기댈 모양새다.
정즈는 중국 축구가 자랑하는 몇 안 되는 유럽파 출신 레전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찰턴과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활약했고, A매치 109경기로 국가대표 최다 출전 2위(궈지청·112경기)에 올라 있다. 은퇴 후 광저우 헝다(현 광저우FC)에서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을 맡았고, 2023년부터는 국가대표팀 코치로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리샤오펑, 얀코비치, 이반코비치 감독을 모두 보좌하며 ‘대기만성 지도자’ 코스를 밟았다.
소후닷컴이 제시한 ‘정즈 카드’의 명분은 세 가지다. ▲대표팀 내 최고 레전드로서 베테랑–신예를 하나로 묶을 카리스마, ▲3명의 외국인 감독 밑에서 배운 현대 전술, ▲동아시안컵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촉박한 시간표가 그것이다. 매체는 “정즈 외에는 현재 과거와 미래를 연결할 인물이 없다. 그가 팀을 맡는다면 중국 축구 재건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띄웠다.
그러나 중국 팬들의 민심은 ‘희망 회로’와 거리가 멀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댓글 창에는 “누가 와도 똑같다”, “프로팀도 못 일으킨 사람이 대표팀?” “신태용이나 서정원을 데려오는 게 낫다” 같은 냉소가 줄을 잇는다. 실제로 정즈는프로 시절 대표팀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축구협회도 딜레마다. 외국인 명장 선임에는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지만, FA 내부엔 부정부패 수사와 예산 동결이 겹쳐 ‘큰손 영입’이 쉽지 않다. 한국 지도자로는 신태용, 서정원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동아시안컵만은 내부 인물로 메운다는 ‘두 단계 플랜’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동아시안컵이 ‘테스트 무대’가 아닌 성적 압박 이벤트라는 점이다. 한국·일본·중국·홍콩이 풀리그로 맞붙는 이번 대회에서 중국이 또 졸전을 펼친다면, 2004년 대회 우승 이후 21년째 무관이라는 불명예만 더할 뿐이다. 집행유예 중인 협회 고위직이 선수를 탓하며 ‘감독 교체 쇼’를 이어간다면, 중국 축구는 악순환에서 영영 빠져나오지 못한다.
결국 선택지는 둘뿐이다. 정즈 체제나서거나, 외부 명장을 전격 선임해 새판을 짜거나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동아시안컵은 7월 7일 용인–수원–화성에서 킥오프, 16일 폐막한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안에 전술이나 호흡, 마인드를 다 뜯어고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
중국 축구가 또다시 ‘희망 고문’으로 끝날지, 아니면 레전드 정즈에게 마지막 불씨를 맡길지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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