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타수, 35타석.
끝없이 길게만 느껴졌던 타격 침묵이 드디어 깨졌다. LG 트윈스 4번타자 문보경이 마침내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안타를 터뜨렸다.
문보경은 4회말 2사, NC 선발 신민혁의 5구째 135km 커터를 놓치지 않고 정확히 받아쳐 중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안타가 되는 순간 홈팬들의 함성과 함께 안도의 숨이 번져갔다.
1루에 안착한 문보경은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모든 부담을 내려놓는 듯한 표정. 참았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닝을 마치고 수비를 준비하던 캡틴 박해민은 기념구 마냥 공을 던져주며 분위기를 띄웠고, 문보경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더그아웃에서는 코칭스태프와 동료선수들의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전날(18일) 경기에서는 1회 1사 2·3루, 2회 2사 만루, 4회 1사 만루, 5회 1사 만루, 7회 2사 1·3루, 다섯 번의 찬스에서 안타는 없었지만, 희생플라이, 볼넷, 땅볼, 희생플라이로 4타점을 만들어냈다. 무안타로 4타점을 기록한 것은 KBO 역사상 최초의 진기록이었다.
특히 7회 2루수 땅볼 때, 문보경은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했다. 단 한 번이라도 살아나가겠다는 절실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날 경기에서도 간절함은 여전했다. 첫 타석부터 초구에 기습 번트를 시도하고, 범타로 물러난 후 더그아웃에서 발길질과 고함으로 속을 쏟아낸 문보경.
누구보다 자신에게 화가 났고, 누구보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던 그는 결국 35번째 타석에서 해냈다.
그러나 LG는 팀 승리까지는 이어가지 못했다.

NC는 김휘집의 선제 솔로 홈런, 박민우의 3타수 2안타 2타점 활약으로 3-0 승리를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선발 신민혁이 7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호투를 펼치며 1년 만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도 달성했다. 김영규가 홀드, 류진욱이 세이브를 기록하며 승리를 지켰다.
비록 LG는 1위 탈환의 기회를 아쉽게 놓쳤지만, 문보경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하루였다. 끝없는 부진 속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견뎌낸 시간, 그리고 마침내 터진 한 방.
그 안타 하나가 문보경의 자신감을 되찾는 신호탄이 되길, 팬들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