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500회". '복면가왕'의 대기록이 오늘(22일) 완성된다. 적은 회차로 시즌제 편성이 일반적인 현재 방송가 예능 시장에서 '복면가왕'은 보기 드문 장수 예능으로 꾸준히 일요일 밤을 지키고 있다. 나이, 신분, 직종을 숨긴 스타들이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내는 음악 버라이어티 '복면가왕'. 이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국민 예능. 그 역사적 유산을 기념하고자 현재 '복면가왕'의 메인 연출자 중 한 사람인 장효종 PD를 최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만나봤다.
'복면가왕'의 10주년 500회 특집 녹화는 본방송보다 10일 앞선 지난 12일 치러졌다. 기존 '복면가왕' 녹화는 화요일마다 진행되지만 해당 녹화는 특집의 의미를 더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만큼 목요일에 진행됐다. 그만큼 라인업은 '특집'다웠다. 파일럿 시절부터 포문을 연 '초대 가왕' EXID(이엑스아이디) 솔지부터 '복면가왕' 초창기 신드롬을 견인한 가왕 클레오파트라 김연우를 비롯해 최다연승인 9연승을 기록한 터치드의 윤민과 가수 정준일은 물론 아이돌 출신의 선입견을 깬 가왕 위너의 강승윤과 엔플라잉의 유회승이 참석했다. 여기에 가수 김태연, 김필, 로이킴, 박기영, 백형훈, 소향, 슈퍼주니어 은혁, 장민호, 황민호, 댄서 바타 등이 참석해 축제 같은 무대를 장식했다고.
무대 콘셉트도 기존 '복면가왕'의 가왕을 향한 토너먼트 '경연'이 아닌 '축제'를 표방한 바. 장효종 PD는 특집 녹화에 대해 "녹화는 나쁘지 않게 진행된 것 같다. 저희가 평소엔 연예인 판정단을 포함해 99명 판정단과 녹화를 진행하는데 이번엔 500회 특집 의미를 살리고자 평소보다 더 많은 분들을 모셨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현장 반응이 강하게 느껴졌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이어 "기존 '복면가왕'이 몇 주년 특집 진행될 때는 항상 형태가 비슷했다. 스페셜 무대 나오고 기존 경연 유지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저희 '복면가왕'처럼 10주년을 맞은 예능 프로그램이 많지 않고, 또 '복면가왕' 만이 가진 역사가 있다. 무엇보다 저희 프로그램 마니아 시청자 층이 디테일한 역사를 되짚어 보는 걸 좋아하신다. 그래서 10주년을 맞아서 '복면가왕'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기획을 했다. 경연을 빼고 가왕을 했거나 무대에 섰던 사람들을 불러오고, 보고 싶던 사람들을 불러와서 하나의 장치처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또한 10주년 500회 특집 기획에 대해 "현실적인 또 하나의 이유"라며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시청률이 10년 동안 꾸준하게 계속 잘 나오길 바라는 게 욕심일 거다. 그렇지만 모든 예능은 화제성으로 먹고 사는데 '복면가왕'의 특집을 통해 아직 우리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장효종 PD는 "저희 제작진이 가장 속상해 하는 반응이 '복면가왕 아직도 함?' 이런 반응이다. 저도 소위 '긁히는' 댓글이다"라고 웃으며 "'복면가왕'은 이만큼 대단한 사람들이 거쳐간 역사가 있는 프로그램이고 여전히 온 가족이 모여서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지금 트렌드에 흔치 않은 예능이고 충분히 이 역사를 써올 만큼 자격이 있다는 걸 10주년 특집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다른 각오의 화려한 라인업에 섭외가 힘들진 않았을까. 장효종 PD는 "경연이 빠진 이러한 형태가 '복면가왕'에선 처음이었지만 다른 방송들에서 특집을 하거나, 연말 시상식에서 베이비복스가 재결성한 것처럼 저희도 저희 식대로 무대를 보여드리자는 생각에 평소 안 나오던 분들을 모시는 게 중요했다. 다행히 섭외를 부탁드린 분들이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출연진에 고마움을 표했다.
장효종 PD는 더불어 "솔지 씨가 오프닝 무대를 하셨는데 파일럿부터 해주신 초대 가왕이지 않나. 그분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진 10주년을 훑어보며 계속해서 '복면가왕'을 지켜주신 분들을 보게 됐다. 김구라, 이윤석, 신봉선, 유영석 등 다들 신기하게 역대 가왕들의 무대를 다시 보니 과거 첫 무대가 떠오른다고 해주시더라. 그때 본인이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도 다 기억하고 계셨다. 제작진으로서 신기하고 감동적인 경험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의 긴 시간을 증명하는 가장 간결한 지표는 출연자 수다. 장효종 PD는 "역대 '복면가왕'에 출연한 복면가수 분들을 저희가 세어봤는데 2079명이 나오셨다. 재출연한 분들도 계시니 출연 횟수나 복면 수로 치면 더 많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저희 제작진이 항상 그 데이터를 수집한다. 언제, 어디서, 어느 복면가수가 나와서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를 저희 만의 엑셀 파일로 정리해서 간직하고 있다"라며 "디테일하게는 복면 모양이 사물인지, 인간형인지 두상이 강조됐는지까지 모두 세세하게 기록해두고 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에 장효종 PD는 "그런 점에서 저희 '복면가왕' 작가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포털사이트 나무위키에 시청자 분들이 차곡차곡 모아주신 기록들이 있지 않나. 그에 준하게 저희 만의 데이터를 작가님들이 빠짐 없이 모아주신 거다. 시간이 지나면서 재출연하는 분들이나 전에 나왔던 곡을 선곡하시는 경우가 생기긴 했는데 저희 작가님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 번 출연은 안 된다거나, 적어도 4~5년 전에 나오신 분들께 재출연 기회를 드리거나, 선곡도 적어도 2년 이내에는 겹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공들여 섭외한 복면가수들 사이 가왕의 영광을 차지한 사람들은 극소수다. 그 중에서도 최다연승 기록은 약속이라도 한 듯 '9연승'에 머물러 있다. '음악대장' 하현우, '희노애락도 락이다'의 터치드 윤민, '꽃보다 향수' 정준일까지 모두 9연승에 그쳤다. 이를 두고 '복면가왕' 팬들 사이엔 "아홉수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 장효종 PD는 "누구보다 저희 제작진이 그 기록을 깨줄 10연승의 가왕을 기다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그는 "가왕 분들의 부담감과 책임감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가왕'에 걸맞은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듯 하다. 옆에서 지켜본 입장에서는 실제로 부담은 6연승부터 8연승까지가 제일 크신 것 같다. 그 때 쯤 되면 역대 가왕 분들이 다들 무대 한 번 하면 거의 탈진할 것처럼 기진맥진 하셨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가장 최근 가왕에서 내려오시고 9연승 기록을 세운 '꽃보다 향수' 정준일 씨도 원래 무대 공포가 있어서 땅만 보고 노래하시는 습관이 있는데 복면에 가려서 안 보이니까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게 늘었다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고양감이 점점 커졌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장효종 PD는 "저희 음악감독님이 예전 '나는 가수다(약칭 나가수)'도 하신 분인데 가왕 분들이 연승을 거듭하면 '나가수 하는 것 같아'라며 긴장하신다. 그만큼 무대 하나하나에 다들 긴장하고 예민하고 꼼꼼하게 경연을 치른다. 그런 의미에서 '꽃보다 향수' 정준일 씨에서 현재 가왕 '앤틱 거울'로의 전환이 나름 큰 의미가 있는 전환점이었다. 정체가 알려질까 싶어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앤틱거울' 님이 10연승도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한다"라며 웃었다.
나아가 그는 "저희 현장 판정단 분들이 매번 다른 분들을 모집하는데 하나같이 다들 냉정하시다. 일단 음악적 소양이 굉장히 높으시고 판정에 있어서는 날카롭게 선택하신다. 소위 '얄짤 없는' 편"이라며 "과거에는 목소리를 알 것 같은 분이면 떨어트리는 경향이 강했다. 가수 케이윌 씨가 명성 답게 정말 노래를 잘 하셨는데 목소리를 감추지 못해서 탈락하셨다. 초기 가왕인 김연우 씨도 목소리 감추는 게 더 신경 쓰였다고 하실 정도였는데 요새 현장 반응은 다르다. 무대가 좋다, 아니다에 대한 판정단 개개인의 판단이 더욱 정확해졌다. 누가 들어도 잘한 무대를 승자로 선택하신다"라고 강조했다.
예리한 일반인 판정단과 시청자들의 심미안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작진이 또 섭외하고 싶은 2079명에 들지 않았던 출연자도 있을까. "개인적으로 문명진 씨를 꼭 해보고 싶다"라고 밝힌 장효종 PD는 "아직 못 뵌 분이 박정현 씨도 있고, '나가수' 때를 기억하는 소위 시청자 분들 보시기에 '가왕 다운 가왕' 분들을 꼭 보시고 싶다는 욕구는 항상 있다. 인연만 닿으면 '김나박(김범수, 나얼, 박효신)'도 당연히 모시고 싶다. 저희는 절대 어떤 경우에도 섭외에 닫혀있는 게 없다. 언젠가 '복면가왕'에서 그 분들의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해외 포맷 판매 국가만 57개국인 '복면가왕'. 장효종 PD는 "얼마 전엔 인도에도 포맷이 팔렸다. 보안 같은 건 어떻게 하는지 현지 제작진이 저희 MBC 유통사업부 측에 제작 매뉴얼 등을 문의하는 연락을 주시더라"라며 얼떨떨해 했다. 이에 미국, 북유럽 등 현재 '복면가왕' 해외 포맷을 방송 중인 국가의 현지 제작진에게 한국 '복면가왕' 10주년을 기념하는 축전을 받기도 했다고.
여기에 매 녹화마다 8개의 복면을 만들어주는 디자인 팀과 디테일한 자료를 놓치지 않고 10년 동안 쌓아온 제작진까지, 장효종 PD는 계속해서 고마움을 표했다.
그 중에서도 10년을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연예인 판정단에 대한 애정은 더욱 남달랐다. 장효종 PD는 "유영석 형님은 음악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너무 남다르시다. 노래 잘하시는 분들만 나오면 어린아이 같이 좋아하신다"라며 "생각보다 판정단 분들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몰입도가 남다르다. 10년을 하시다 보면 관성적이 되실 법도 한데 매 녹화마다 눈을 빛내면서 '1번이 나아, 2번이 나아?'라고 열띤 논의를 하신다. 음악적 조예도 다들 깊으시지만 그 시간을 지루해하지 않으시고 더 열정적으로 임해주시는 게 대단하신 것 같다"라고 감탄했다.
그는 이어 "김구라 형님은 정말 촉이 귀신 같다. 멘트 하시는 걸 듣다 보면 선글라스도 끼고 잘 보이지도 않으실 텐데 어떻게 저렇게 다 아시는지 제작진도 놀랄 때가 있다. 추리를 워낙 잘하시고 박학다식한 점이 확실히 강점이라 아는 사람들도 많아서 판정단의 기둥이 돼주는 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장효종 PD는 김성주 MC에 대해서도 "김성주 씨가 정말 명MC인 게 저희가 멘트로 적어드린 적도 없는데 관객 분들을 보고 '저희가 관객 분들을 400분을 모셨고, 연예인 판정단을 포함한 스태프가 얼추 100명이다. 10주년 500회 특집에 500명이 함께하고 있다'라고 녹화 중에 말씀을 해주셨다. 저희 제작진도 그렇게까진 생각을 못했는데 즉흥적으로 그런 말씀을 챙겨주신 게 역시 명MC이고 '복면가왕'의 10주년을 지킨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감탄했다.
이러한 출연진의 노력이 겹쳐 '복면가왕'은 폭넓은 시청자 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장수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장효종 PD는 "이번 10주년을 준비하면서 새삼 느낀 건데 '복면가왕'은 정말 잘 짜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제작진과 출연진의 수정, 보완, 데이터들이 누적되면서 사실 더 이상 손댈 게 없는 프로그램이 됐다"라고 자신했다.
그는 "요즘 예능 트렌드라는 게 사실 예전처럼 편성표를 기다려서 보는 시대가 아닌 것은 안다. 시청자 분들마다 선호 프로그램이 너무 명확하고 연령층도, 성별도 다 가려지기 마련이다. 다수의 예능들이 그런 형태로 가고 있다. 그렇지만 '복면가왕' 만큼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느 누구 하나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 10대 손자부터 70대 조부모까지 같이 얘기하면서 볼 수 있는, '복면가왕' 하나 쯤은 그런 프로그램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장효종 PD는 "기본적으로 저희 프로그램이 '가왕'을 결정하는 경연이 메인이다 보니 승패는 당연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승패보다도, 일요일 저녁에 다양한 사람들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내 목소리 만으로 완벽한 무대를 할 수 있다는 가치가 복면가수 분들께 가장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결국 무대에 서는 분들의 그런 진심이 시청자 분들께 가장 절실하게 닿게 되더라"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PD 입장에서 절대 대충할 수 없다. 저 역시 가왕이 탄생할 무대들을 가장 많이 신경 쓰게 되고, 하나라도 더 넣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매번 일반인 청중판정단 분들이 순수하게 음악과 '복면가왕' 무대에 대한 관심으로 함께 해주신다. 저희 녹화가 화요일 오후 3시 께에 슛이 들어가서 밤 12시를 넘겨 끝난다. 중간에 식사 시간과 쉬는 시간이 10분씩 있는데, 청중 판정단 분들이 절대 지치는 법이 없으시다. 끝까지 소리를 같이 내주시는데, 그런 관객들의 반응이 복면가수로 출연하는 분들께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정규 프로그램으로 500회. 57개 국가에서 인정받은 집단지성을 통해 완성된 안정적인 포맷, 절실한 마음으로 복면을 썼던 2079명의 복면가수들, 예선부터 가왕결정전까지 순수하게 음악을 경청하기 위해 모였던 판정단. '복면가왕'의 10주년을 가득 채운 주역들이다. 그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제작진의 정성이 앞으로 '복면가왕'의 10년도 기대하게 만든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