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진행되는 프리시즌 한국 투어가 손흥민(33)과 토트넘 홋스퍼의 마지막 동행이 될까. '캡틴' 손흥민이 이달 초 경질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뒤를 이어 팀을 떠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21일(한국시간)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손흥민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관계를 조명하며, 포스테코글루 경질이 그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언급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소셜 미디어의 많은 감정을 보면 이미 많은 토트넘 팬들이 손흥민의 이탈 가능성에 대해 지레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마스 프랭크 신임 감독이 토트넘 감독으로서 첫 인터뷰에서 함께하고 싶은 선수 중 한 명으로 손흥민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추측이 더욱 커졌다"라고 전했다.
물론 아직 손흥민의 이적이 확정된 건 아니다. 그가 토트넘에 남을 가능성도 커리어 막판에 새로운 도전을 좇아 떠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토트넘과 11년째 동행을 이어가면서 새로 부임한 프랭크 감독과 함께 다음 시대를 준비할 수도 있다.
스퍼스 웹은 "로마노는 전설 손흥민이 토트넘에 잔류할 가능성을 아직 잃어선 안 된다고 믿는다. 그에 따르면 토트넘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가 떠나지 않았다면 잔류가 보장됐을 것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잔류했다면 손흥민도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Here we go' 멘트로 유명한 로마노는 "아직 손흥민의 미래는 결정된 바가 없다. 특히 선수 측에서 그렇다. 그는 프랭크 감독과 이야기한 뒤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예 손흥민이 100% 잔류할 수도 있었다는 깜짝 이야기도 공개했다. 로마노는 "포스테코글루가 토트넘 감독으로 남아 있었다면 손흥민은 항상 토트넘에 남을 거다. 사우디에서 그를 향해 강력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2024-2025시즌 주장으로서 토트넘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이끌며 커리어 무관을 끊어냈다. 토트넘도 17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유럽대항전 우승은 40년 만이다.
그러나 다니엘 레비 회장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해고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프리미어리그 17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이유로 칼을 빼 들었다. 토트넘 구단은 "유로파리그 우승은 아주 위대한 순간 중 하나지만, 감정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순 없다. 포스테코글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의 미래가 잘 풀리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많은 팬들도 레비 회장의 선택을 이해한다는 반응이지만, 토트넘 선수단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선수들의 반란 위기에 처했다. 유로파리그 우승 16일 만에 포스테코글루가 잔혹하게 경질되자 분노가 폭발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포스테코글루 경질은 많은 토트넘 선수들의 분노를 샀다. 일부 선수들은 팀을 떠나고 싶어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차기 사령탑은 무너진 라커룸을 수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흥민의 이름도 빠지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손흥민은 일부 팀 동료와 코칭 스태프에게 올여름 토트넘을 떠날 수도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며 "한 관계자는 '선수들은 일어난 일과 그 처리 방식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 다음 감독은 어려운 상황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손흥민은 떠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마지막까지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당신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해냈다. 그리고 당신의 방식 덕분에 이 클럽은 수십 년 만에 최고의 밤을 보냈다. 우리는 그 추억을 평생 간직할 것"이라며 "당신 덕분에 나는 더 나은 선수이자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당신은 토트넘 홋스퍼의 영원한 전설이다. 고마워요, 친구"라고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

여기에 프랭크 감독도 토트넘 부임 후 첫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이름을 빼놓으면서 이적 소문을 키웠다. 그는 함께 일하고 싶은 선수들로 도미닉 솔란케, 로드리고 벤탄쿠르, 제임스 매디슨을 선정했다. 나란히 이적설에 휩싸인 주장 손흥민과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 둘 다 빠진 것.
이 때문에 손흥민이 떠날 수 있다는 관측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풋볼 런던'도 "프랭크 감독이 고참 선수들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손흥민과 로메로는 언급조차 없었다"라고 주목했다.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주장으로 선임돼 2년간 팀을 이끌었지만, 조금씩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10년 동행을 끝내고 싶어한다면 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손흥민이 새로운 도전을 원할 경우 구단은 그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만족할 만한 제안이 도착하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이적료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몸값으로 최소 3000만 유로(약 475억 원)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클럽들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액수다. 영국 언론인 벤 제이콥스에 따르면 알 아흘리, 알 나스르, 알 카디시야가 손흥민 영입을 위해 이적료 4000만 유로(약 634 원), 3년간 총 임금 9000만 유로(약 1426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준비했다.

결국 토트넘은 올여름 사우디에서 적절한 제안이 도착한다면 기꺼이 손흥민과 작별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그는 오는 7월 초 만 33세가 된다. 나이는 많지만 여전히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을 매각해 거액을 챙길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분명 일리가 있다.
일단 손흥민의 미래는 오는 7월과 8월 아시아 투어를 마친 뒤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내달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치른다. 아시아 최고 스타로서 마케팅 가치가 높은 손흥민이 여기에 빠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영국 '타임즈'는 "토트넘은 손흥민을 팔 의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 프리시즌 투어를 떠나기 전에 그를 매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며 "토트넘은 지난 1월 손흥민의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발동했다. 구단 측에선 그의 상업적 가치 때문에 더 긴 계약을 맺길 원했으나 손흥민이 거절했고, 토트넘이 그를 공짜로 놓치지 않기 위해 1년 연장했다"라고 전했다.
'BBC' 역시 "손흥민과 토트넘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동의 여러 클럽들이 이를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라며 "소식통에 따르면 손흥민은 다음 시즌 전에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이 있지만, 아시아 투어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팀에 없으면 투어 주최 측과 관련해 큰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 투어에서 상업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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