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을 위해, 프로야구 1군의 코치가 시즌 중 계약 해지를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도 ‘바람의 아들’로 불리는 프로야구의 레전드 이종범 KT 위즈 코치가 시즌 중 팀을 떠났다. 광주일고와 해태 타이거즈의 직속 선배인 이강철 감독이 이종범 코치를 직접 불렀지만, 떠날 때는 굳이 막지 않았다.
27일 오후, 야구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KT 위즈 코칭스태프의 한 축을 맡고 있었던 이종범 코치가 JTBC에서 방영되는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감독직을 위해 팀을 떠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한 매체의 단독보도로 알려졌고 KT는 이종범 코치의 계약해지 및 퇴단을 공개했다.
초유의 사태다. ‘최강야구’는 아직 저작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방송사가 새로운 팀으로 방송을 제작할 예정으로 이종범 코치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종범 코치의 행보를 이해할 수는 있다. 선수를 케어하는 고된 노동량에 비판에도 노출되어 있다. 결정적으로 보수 측면에서 선수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프로는 물론 아마 야구계에 지도자 기근이 발생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도자로는 기존의 생계 유지가 힘들다. 야구 예능, 해설위원, 크리에이터 등으로 진로를 잡는 이유가 보수 및 생업 때문이다. 명예로라도 지도자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지위는 감독 뿐이다.

![[OSEN DB] KIA 이종범](https://file.osen.co.kr/article/2025/06/28/202506280207773578_685ed21ec12c4_1024x.jpg)
하지만 이종범 코치는 현역 시절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이자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2022년 KBO리그 40주년 기념 40인 레전드에서 최다 득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바람의 아들’로 불리며 유격수로 4번의 골든글러브(1993, 1994, 1996, 1997) 타이틀을 차지했고, 일본에서 돌아와 외야수로 두 차례(2002, 2003)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정규시즌 MVP 1회, 한국시리즈 MVP 2회 등 ‘해태 왕조’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렇기에 현재 상황은 더더욱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고향팀 KIA를 비롯해 여러 구단의 감독 하마평에 올랐지만 끝내 감독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감독의 꿈을 야구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루게 됐다. 27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이종범 코치의 퇴단 소식이 알려지자 이강철 감독은 “떠나는 사람은 가서 잘하면 된다. 구단과 잘 상의를 했고 흔쾌히 보내주기로 했다”라며 “본인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굳이 막을 필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종범 코치는 2011년 현역 은퇴 이후 2013년부터 지도자로 나섰다. 한화 이글스 주루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방송 해설위원을 거쳐 2019년부터 LG 트윈스에서 타격 코치, 작전 코치, 외야•주루 코치, 퓨처스 감독 등을 맡았고, 일본,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이종범 코치는 2023년 LG의 27년 만에 통합우승에 힘을 보탠 뒤 아들인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맞춰서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연수를 받고 KT에 합류했다.


이강철 감독이 직접 부른 인사다. 그런데 1년도 채 안돼서, 팀이 가을야구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팀을 홀연히 떠나게 됐다. 이강철 감독이 직접 선임한 인사이기 때문에 시즌 중 야구 예능을 위해 팀을 떠난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강철 감독은 ‘쿨하게’ 보내줬다. 이 감독은 “그래도 감독은 감독이지 않나”라고 멋쩍게 웃었다. KT 구단도 당사자와 상의를 했지만 이종범 코치의 앞길을 굳이 막지 않았다. 올해 외야 수비 및 주루 코치 보직을 맡았던 이강철 감독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박경수 QC코치가 이종범 코치의 역할을 대신 맡기 시작했고 김강, 유한준 타격코치와 함께 타격 쪽 지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하고 멘탈을 관리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이종범 코치가 팀을 떠나게 됐지만 코치진 공백에 대한 문제는 없다. 이미 코칭스태프의 보직 자체는 정리가 되어 있었기에 이종범 코치가 감독으로 팀을 떠나더라도 큰 타격은 없다. 기본적으로 당장 이종범 코치 보직이 모호했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 멘탈을 잡아주고 했던 것은 잘 했지만 (박)경수 코치가 들어와서 외야와 주루를 맡은 것은 꽤 시간이 됐다. 이종범 코치가 타격 쪽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이후에는 타격 쪽을 맡겼다”라며 “우리도 공백이 있고 스탭이 부족했으면 막았겠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구단과 좋은 쪽으로 얘기를 했고 잘 보내주기로 했다”라면서 또한 “예능 때문에 야구 인기도 좋아지지 않았나. 야구를 살리는 쪽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다른 것을 하러 간다고 했으면 나도 안 보냈겠지만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부연했다.
퇴단 과정과 속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KT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면서 떠나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여전히 이전 제작진과의 분쟁으로 프로그램 런칭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규시즌 순위 싸움이 치열한 팀과 계약된 코칭스태프에게 예능 감독 제안을 한 것은 야구계를 무시한 처사이자 무례한 행동인 것은 분명하다.
기존 야구계에 대한 존중 없이 어떻게 야구 예능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강철 감독이 구단에 얘기를 먼저 건넸고 그 다음에서야 구단이 상황을 인지했다. 해당 제작진 측은 KT 구단에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이아웃이라도 지불해야 할 판이다.
그래도 KT는 이종범 코치의 퇴단에 대해 크게 문제삼지 않으려고 하고 막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야구 예능팀 감독도 감독이라는 타이틀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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