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귀화 열풍이 심상치 않다. 이제는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도 국적법을 개정하며 대규모 귀화 추진에 나섰다.
중국 '시나 스포츠'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베트남이 이중국적 선수들을 허용하며 귀화전에 합류했다. 아시아 축구계의 귀화 싸움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동남아 각국이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최근 동남아에선 대량 귀화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됐다. 시작은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고 네덜란드 출신 패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하며 인도네시아 혈통이 섞인 네덜란드 선수들을 20명 정도 귀화시켰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는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에서 혼혈 선수로만 베스트 11을 꾸리기도 했다. 성과도 거둬싸. 인도네시아는 중국을 제치고 월드컵 4차 예선에 진출하며 본선행 희망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말레이시아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처럼 조부모 혈통까지 뒤져 선수들을 대거 귀화시키고 있는 것. 지난 3월에 엑토르 헤벨과 가브리엘 팔메로가 말레이시아 국가대표로 데뷔했고, 최근엔 주앙 피게이레두, 호드리고 올가도, 존 이라사발, 파쿤도 가르세스, 이마놀 마추카까지 새로 합류했다. 게다가 아르헨티나 출신 혼혈 선수를 최대 37명까지 추가로 귀화시킬 계획이다.

이제는 베트만도 귀화 대열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시나 스포츠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국회는 새로 개정된 국적법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베트남 혈통의 가족이 있고, 국가에 특별한 기여를 한 외국인의 귀화 조건이 완화됐다.
게다가 정부가 규정한 조건을 충족할 시 승인을 받아 외국 국적까지 이중 국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배우자나 자녀, 부모 또는 조부모가 베트남 시민이며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있거나 국가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시 최소 체류 시간과 베트남어 수준 등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제 3대 이내의 직계혈족 중 베트남 국적이 있는 외국 선수들은 모두 베트남으로 귀화할 수 있게 된 것. 게다가 기존 국적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이는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보다도 공격적인 귀화 정책이다.
시나 스포츠는 "베트남 언론들은 이중 국적을 인정하는 새로운 국적법이 베트남이 동남아의 대량 귀화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도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조치는 각 산업 분야의 베트남 해외 온혈 인재와 외국인 귀화를 겨냥한 조치지만, 베트남 언론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여전히 축구"라고 짚었다.

베트남 축구협회(VFF)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 타오 247'에 따르면 VFF는 벌써 100명 이상의 해외 선수를 귀화 목표로 삼았다. 협회 전문가들이 베트남 출신 선수 명단을 관리하고 있으며 김상식 감독도 적극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베트남엔 브라질 출신 귀화 공격수 응우옌 쑤언 손 등이 뛰고 있기도 하다.
이미 베트남 귀화 절차를 밟고 있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시나 스포츠는 "이중국적 허용으로 브라질 공격수 안드레우, 자메이카 공격수 리마리오, 센터백 구스타보 산투스, 나이지리아 공격수 올라하, 브라질 미드필더 마그노, 프랑스 수비수 케빈 판버 등 베트남 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귀화를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헨드리오는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윙어로 지난 시즌 베트남 리그에서 10골 9도움을 올렸다. VFF는 벌써 그의 귀화 자료를 제출했으며, 내년 3월까지 완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었던 번리 미드필더 브랜든 리(베트남-아일랜드 혼혈)도 이중 국적이 허용되는 조건 하에 부모님으로부터 베트남 대표팀 합류를 지지받았다고 밝혔다.
VFF는 독일 분데스리가2의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에서 뛰고 있는 케네스 슈미트 귀화도 추진 중이다. 2002년생 수비수인 그는 독일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슈미트도 현실적으로 독일 대표팀에서 뛰기는 어려운 만큼 베트남 대표팀 합류를 고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을 지휘 중인 김상식 감독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베트남은 지난 10일 열린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예선 F조 2차전에서에서 귀화 선수들을 앞세운 말레이시아에 0-4로 대패했다. 말레이시아는 이 경기에서 귀화 선수 6명을 출전시켰고, 피게이레두와 올가도는 직접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경기 후 김상식 감독은 말레이시아의 귀화 선수들을 언급했다. 베트남 '소하' 역시 "지금의 귀화 흐름이 지속된다면,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최강국 자리를 넘어서 아시아 무대에서도 위협적인 팀이 될 것"이라며 "2027년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베트남에게는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계했다.

그러나 이제는 베트남도 적극적인 귀화 정책을 펼치면서 더욱 강력한 전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시나 스포츠는 "베트남은 한때 프랑스 식민지였고, 베트남 전쟁을 치렀다. 이를 고려할 때 프랑스와 미국에는 베트남 이민자와 혼혈 후손들이 많다"라고 짚었다. 중국 '소후'도 베트남이 귀화 정책에 성공하면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 축구계에서도 충분한 경재력을 갖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매체는 "베트남은 알제리와 모로코처럼 프랑스 하부리그의 실력 있는 혼혈 선수들을 대거 찾는 데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미국, 영국 등 베트남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도 마찬가지"라며 "천궈쥔 VFF 회장은 대규모 귀화를 추진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 적 있지만, 말레이시아에 참패한 뒤 이틀 밤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언론과 팬들의 많은 요구로 고민한 끝에 대량 귀화만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경쟁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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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베트남 축구협회, 말레이시아 대표팀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