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인정?' 욱일기 뉴캐슬, 사과는 대충 "불쾌하면 사과"... 돈벌이만 고민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5.07.04 00: 13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공개한 유니폼 홍보 영상에서 욱일기와 유사한 이미지가 노출돼 파문이 일었다. 아시아 투어를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이같은 실수는 단순한 편집 오류를 넘어, 역사 인식 부재에 대한 지적과 함께 팬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뉴캐슬은 2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2025-2026시즌 서드 유니폼을 공개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유니폼은 아디다스와 협업해 제작됐으며, 다양한 팬층을 겨냥한 글로벌 캠페인의 일환으로 선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영상 속 특정 장면이었다. ‘NUFC JAPAN’이라고 적힌 깃발을 든 팬이 등장했고, 해당 깃발에는 흑백 방사형 문양이 포함되어 있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 즉 욱일기를 연상케 했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사용한 군기로, 아시아 국가들에겐 침략 전쟁의 상징이자 반인륜적 역사에 대한 고통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해당 깃발을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상징물로 간주하며 경기장 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 중국, 싱가포르, 러시아 등 일본 제국의 침략을 겪은 국가들에서는 법적으로 이를 규제하고 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욱이 뉴캐슬은 오는 7월 말부터 아시아 투어에 돌입한다. 7월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8월 3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토트넘과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예정하고 있다. 한국과 싱가포르를 포함한 일정 속에서 욱일기 유사 문양을 그대로 노출한 것은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뉴캐슬은 해당 장면을 급히 삭제한 뒤, SNS를 통해 짧은 사과문을 남겼다. 그러나 그 내용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뉴캐슬은 “아디다스와 함께한 새로운 서드 킷에 대한 반응은 특별했다. 하지만 출시 영상에 의도치 않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사과드리며 더 많은 팬들이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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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사과문에서 정작 '무엇이 문제였는지',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완전히 빠졌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은커녕, 사과의 문장 앞에는 홍보 영상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언급하며 본질을 흐리는 인상을 남겼다. “의도치 않았다”,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은 오히려 책임 회피로 비쳤다.
결국 뉴캐슬의 대응은 전형적인 ‘형식적 유감 표명’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상 삭제와 짧은 글로 사태를 덮으려 한 듯한 인상은,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 가능성을 방지하는 데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
서구권에서 욱일기에 대한 역사적 무지가 반복적으로 지적돼왔지만,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이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 사전 검증 없이 공개를 강행한 점은 분명한 실책이다. 더구나 아시아 팬들을 직접 만나는 대규모 투어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이 실수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영상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뉴캐슬이 글로벌 클럽으로서 갖춰야 할 역사 인식과 문화적 민감성의 부족이 드러난 사례이며, 그에 따른 책임 있는 태도와 후속 조치가 시급히 요구된다. 그들의 사과가 진심이었다면, ‘어떤 장면이 왜 잘못됐는지’부터 솔직하게 설명하는 것에서 출발했어야 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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