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없었지만 홍명보호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중국은 예상보다 훨씬 허술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7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개막전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11일 예정된 홍콩과의 2차전을 앞두고 조 선두 굳히기에 나설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주장 손흥민이 빠졌음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대표팀은 짜임새 있는 조직력과 빠른 전환 플레이로 시종일관 주도권을 쥐었고, 이동경의 정확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뒤 주민규와 김주성의 연속 득점이 이어지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반면 데얀 주르예비치 감독이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중국은 경기력 부문에서 완전히 밀리며 충격적인 대패를 안았다. 특히 한국을 상대로 연령별 대표팀을 이끈 경험이 있었던 주르예비치 감독은 경기 전까지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중국 현지 분위기도 급격히 냉각됐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손흥민이 빠진 한국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찼던 중국 언론은 경기 종료와 동시에 완전히 태도를 바꿨다.
소후닷컴은 “중국은 결국 예고된 패배를 당했다. 2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중국 축구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뼈아픈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EAFF 챔피언십은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고 자국 리그 선수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슈퍼리그와 K리그, J리그의 순수한 경쟁력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K리그와 J리그는 오랜 기간 체계적인 시스템과 유소년 육성, 안정적인 리그 운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중국 슈퍼리그는 지속된 부패, 승부조작, 구조적 비효율로 인해 질적으로 한참 뒤처진다는 지적이다.
소후닷컴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 전력 차를 숨길 수 있지만 EAFF처럼 자국 선수들만 출전하는 대회에서는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더 깊었다. 단순히 감독의 전술이나 교체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중국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시스템 자체가 문제다. 10년 전도 지금과 같았고, 변화가 없다면 10년 뒤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국제 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하다”는 경고를 남겼다.
경기력 자체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의 템포에 완전히 말려들었다. 더운 날씨를 탓할 수는 없다. 한국 선수들도 같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은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리가 굳은 듯 움직임이 뻣뻣했고, 슈퍼리그의 낮은 경기 강도가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주르예비치 감독은"축구에선 공격과 수비를 분리해서 볼 수 없다. 몇몇 사람들은 내가 공격을 더 강조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상대에 따라 다르다. 말했듯이 한국은 매우 강한 팀이고 오늘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한국은 후반 들어 우리를 덜 압박했기 때문에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